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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용 구간에 자리한 유일한 환승역 '초지역'

환승 가능노선 - 4호선, 수인분당선, 서해선

by 철도 방랑객

초지역은 개통 당시와 지금의 모습이 많이 바뀐 역 중 하나다. 이 역이 지나는 4호선 구간은 처음에 안산선 국철 노선으로 개통한 노선으로, 1호선 열차가 다녔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4호선 열차만 운행하더니, 수인선의 수원 연장과 함께 수인분당선 열차도 함께 운행하는 역으로 바뀌었다. 나아가 수인분당선 개통 이전 서해선이 먼저 개통해서 무려 3개 노선이 지나는 역으로 탈바꿈하였다.


초지역은 서울을 벗어난 역 중에서 처음으로 3개 노선을 볼 수 있게 된 역이다. 나아가 앞으로도 추가적인 노선 개통을 예정하고 있어서 초지역의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서북부에 대곡역이 있다면 서울 서남부에 초지역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게다가 4호선과 수인분당선이 공용으로 사용하는 승강장에는 과거에 역 명판이 있었으나, 지금은 어찌된 영문인지 역 명판이 사라진 상태다. 다만, 단독 승강장을 사용 중인 서해선은 역 명판이 남아있다.


▲ 수인분당선 개통 이전 볼 수 있었던 4호선 초지역 역 명판, 2018년 촬영.


◆ 우리나라 최초의 공용구간

수인선과 분당선이 직결 운행하기 전에는 우리나라 전철, 지하철 노선을 통틀어 같은 구간에 둘 이상의 노선이 함께 운행하는 경우는 없었다.


부분적으로 같은 구간을 일시적으로 공유하는 노선(2호선, 5호선 을지로4가역~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구간 / 1호선, 경의중앙선 청량리역~회기역 구간)은 있으나, 승강장과 선로 자체를 같이 사용하는 노선은 없었다.


물론 정규 노선이 아니라 부분적으로 운행하는 경춘선 노선(상봉역~청량리역 구간)과 수인분당선(왕십리역~청량리역 구간)이 있긴 하지만, 정기적으로 운행하는 노선은 이 구간이 처음이다.


초지역 사진2.jpg ▲ 공용구간 표기를 볼 수 있는 4호선과 수인분당선 노선도.


그래서 다른 노선과 달리 공용구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표현은 공용구간에 해당하는 역은 물론, 4호선 및 수인분당선 열차의 노선도에도 볼 수 있는 내용이다. 나아가 수도권 전철 노선도에도 공용구간 표기를 확인할 수 있다.


하나의 노선은 다른 노선에 구애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행하는 방식을 탈피한 공용구간에 관해서는 다음 기사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이 공용구간을 지나는 유일한 다른 노선이 바로 서해선이다. 초지역은 승강장을 공용으로 사용하는 관계로 환승 안내는 상대적으로 복잡한 편이다. 그러나 환승통로는 청량리역이나 회기역처럼 한 곳에 불과하다.


초지역 사진3.jpg ▲ 3개 노선이 동시에 표기된 초지역 환승통로.


지상과 지하, 승강장 끝에 치우친 승강장으로 불편해진 환승

이처럼 최초라는 이름이 붙은 초지역은 환승에 있어서는 그다지 편리한 역은 아니다. 지상에 위치한 공용구간 승강장과 지하 깊숙이 자리한 서해선 승강장의 영향 때문이다.


지상에 승강장이 위치하면 아무래도 교차로에서 벗어난 곳에 역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지하에 있는 서해선 역시 환승통로가 시우역 방면에 치우쳐 있어서 하차 위치에 따라 환승 거리가 천차만별이다. 공용구간 승강장은 고잔역 방면 승강장 끝에 자리하고 있다.


초지역 사진4-1.jpg ▲ 승강장 끝에 자리한 환승통로, 공용구간 승강장.
초지역 사진4-2.jpg ▲ 승강장 끝에 자리한 환승통로, 서해선 승강장.


4호선은 10량 편성 열차라서 모든 승강장을 다 활용하고 있지만, 수인분당선은 6량 편성 열차라 승강장 일부만 사용 중이다.


승객의 편의를 위해서라면 최대한 환승통로 가까운 곳에 열차를 정차시키는 것이 맞겠지만 초지역에선 그런 모습을 볼 수 없다. 수인분당선 열차는 양 방향 모두 진행 방향의 앞쪽 끝에 정차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왕십리역 방면 열차의 경우 환승통로에서 가까운 곳에 정차하는 한편, 인천역 방면 열차의 경우 수인분당선 열차 가장 뒤쪽에서 내린다고 하더라도 걸어야 할 거리가 제법 된다.


그렇다고 환승통로 반대편 승강장 끝 쪽으로 연결된 출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공용구간에서 출구로 나가기 위해서는 중간 쯤 위치한 연결통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승객의 입장에서 운행을 했더라면 정차위치가 지금과 달라졌을 것이다.


2호선에도 열차 편성의 차이로 인해 일부 승강장만 사용하는 성수역이 있다. 그러나 4량 편성의 성수 지선 열차는 일괄적으로 한 쪽에 치우친 정차를 하지 않고 승강장 중간 지점에 정차함으로써 승객들의 동선에 신경 쓴 모습을 볼 수 있다.


초지역 환승통로의 대부분은 에스컬레이터로 구성되어 있다. 공용구간 승강장에서 가까운 곳에는 경사형 엘리베이터까지 설치될 정도로 최대한 동선을 줄이려는 노력을 볼 수 있었다.


초지역 사진5.jpg ▲ 에스컬레이터와 경사형 엘리베이터를 볼 수 있는 환승통로.


그러나 서해선 승강장과 직접 연결된 환승통로의 내려가는 방향은 그 많던 에스컬레이터를 볼 수 없는 유일한 곳이다. (초지역 환승통로 사진 참조)


공용구간 승강장에서부터 단 한 차례도 빠짐없이 에스컬레이터만으로도 환승이 가능할 것 같았던 초지역의 환승은 여기서 의아함을 불러낸다. 위 사진(서해선 승강장)을 보면 사용하지 않는 승강장 끝을 연결했기 때문에 충분히 승강장 공간을 모두 활용해서 폭을 더 넓힐 수도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공용구간의 환승통로는 승강장 폭만큼의 공간을 모두 활용한 것을 볼 때, 아쉬움이 많이 남는 곳이다. 서해선이 열차 빈도가 워낙 낮은데다가 4량 편성이라 병목현상이 심하게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진짜 갖춰야 할 공간에 대해 너무 인색한 것이 아닌가 싶다.


* 덧붙이는 글 : 본 내용은 <철도경제신문> '매거진R' 코너에 2022년 5월 4일자로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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