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호선 - 지축역
지하철 승강장은 주로 같은 시기에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 안에서 차이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물론 유지보수로 인해 일시적으로 다른 모습을 볼 수도 있지만 그것도 아주 잠깐이다.
한편 지하철 노선 별로 다른 운영회사를 가져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수도권의 경우 1, 3, 4, 7호선에서는 구간에 따라 운영회사가 달라지기도 한다.
이럴 경우 대게 경계는 역과 역 사이가 되지만, 유독 3호선만큼은 특이하게 역 자체가 경계가 된 것을 볼 수 있다. 그 경계가 바로 지축역으로, 대화역 방면은 코레일이 오금역 방면은 서울 교통공사가 운영 중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는 해당 경계는 승강장 측면 선로에도 표시되어 있다. 스크린도어가 없을 때는 승강장에서 바로 보였으나, 지금은 스크린도어로 가려져 있어서 승강장에서 우연찮게 발견하기는 어려워졌다. 이 경계표시는 구파발역 방면 7-2 승강장에서 볼 수 있다.
◆ 6량 편성 열차만 정차할 수 있었던 지축역
지축역은 우리나라 최초라는 이력도 가지고 있는 범상치 않은 역이다. 지축역이 개통할 당시에는 고양시가 시(市)로 격상되기 전이라 고양‘군(郡)’이었다. 그런 까닭에 ‘군’ 지역에 처음 개통한 지하철역이 된 것이다.
이 역은 현재 6호선의 신내역, 7호선의 장암역과 같은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현재 신내역과 장암역도 차량기지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으며, 1개의 승강장에 1대의 열차만 진입이 가능한 형태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즉, 일산선이라 불리는 대화역 방면의 노선이 개통하기 전까지는 지축역 역시 1개의 승강장만 사용했던 역이었다. 단, 그 흔적은 승강장에서 찾을 수가 없다.
처음 3호선이 개통했을 때는 지금과 달리 6량 열차와 10량 열차가 모두 운행하던 시절이어서 지축역은 6량 편성 열차에 대응할 수 있는 승강장만 있었다. 따라서 지축역은 6량 편성 열차에 한해서 진입했기에 승강장이 굳이 길어질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일산 구간의 연장과 함께 중간 역으로 바뀔 지축역은 이제 10량 편성 열차도 정차를 할 수 있도록 역을 바꿀 필요성으로 인해 나머지 4량만큼의 승강장이 뒤늦게 설치가 되었다.
그 영향으로 지금도 구파발 역 방면 6량만큼의 승강장은 서울 교통공사(당시 서울메트로)가, 나머지 4량만큼의 승강장은 코레일이 관리하기에 이르렀다. 운영 부담비용도 6:4 비율에 근접하게 부담한다고 한다.
◆ 경계가 있어 볼 수 있는 지축역 풍경
지축역에는 이처럼 환승역은 아니지만 2개 회사가 운영하는 독특한 역이다. 이로 인해 승강장의 위치에 따라 또 출구마다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공교롭게 지축역은 출구가 딱 2개가 있는데, 하나의 도로를 보고 마주하고 있기 때문에 더 비교하기 쉽다.
현재 구파발역에 가까이 있는 1번 출구는 서울교통공사가, 삼송역에 가까이 있는 2번 출구는 코레일이 관리 중이다. 두 회사는 안내도에 사용하는 글씨체나 배경이 다르다. 물론 출구에 표기된 글씨체와 배경도 역시 차이가 난다.
만약 폴 사인까지 갖추고 있었다면 더욱 비교가 쉬웠겠지만, 고가철교 아래에 숨어있는 두 개의 출구에는 따로 폴 사인이 갖추어지지 않았다.
어느 방면으로 올라가도 똑같은 승강장이 나오는 지축역이지만 그 어느 방면에 따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도 지축역에서만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장면이다.
원래 한 역에 하나의 안내만 있을 때는 구분이 잘 안 될 수 있지만, 이렇게 같은 공간에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안내도가 혼재되어 있어서 그런지 차이점을 금방 찾을 수 있다.
우선 1번 출구 쪽 계단을 이용하면 구파발역부터 볼 수 있는 서울교통공사에서 사용하는 디자인의 안내도와 노선 색, 그리고 개찰구를 볼 수 있다. 개찰구에는 서울교통공사 마크가 있어서 이곳이 누구의 관할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반면 2번 출구 쪽 계단을 이용하면 삼송역부터 볼 수 있는 코레일 특유의 디자인을 볼 수 있다. 여기부터는 3호선 고유의 오렌지색이 아닌 코레일 고유의 파란색으로 된 안내도가 등장한다. 물론 3호선 표기도 사라진 상태다.
2번 출구를 이용하면 이곳이 3호선인지 다른 노선인지 처음에는 착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이질적인 분위기다. 아무래도 오렌지색과 파란색이 거의 보색 관계에 있다 보니 더욱 눈에 잘 띄는 것 같다.
역에서 볼 수 있는 종합 안내도 역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거의 같은 크기의 안내도지만 배치도 다르고, 안내하는 내용 역시 차이가 있다. 같은 역임에도 이렇게 다르게 표기할 수 있음을 지축역이 말해주고 있다.
우선 서울교통공사의 안내도는 지축역 주변 지도에 대한 자세한 표기를 볼 수 있다. 출구에 대한 정보 역시 아주 상세하게 표기해놓았다. 단 같은 공간에 중복해서 표기한 것은 비효율적이지 않나 싶다.
아무래도 우측에 있는 나가는 곳 안내는 예전에 있었던 내용인데 아직 교체가 안 된 것 같고, 가운데 있는 나가는 곳 안내는 비교적 최근에 다른 내용을 대체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자세히 보면 우측에는 해당 출구인 1번 출구에 대한 정보만 있고, 가운데는 1, 2번 출구 정보가 모두 담겨있다.
한편 코레일의 안내도는 서울교통공사와 달리 지축역 주변 지도는 상당히 단순하게 표기해놓았다. 물론 출구 안내 역시 아주 간단하게 표기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서울교통공사와 비교해 봤을 때 아직도 개통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남겨놓은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오히려 코레일 안내도에는 전국 노선도 표기가 있는데, 이는 서울교통공사 안내도에서 볼 수 없는 장면이다.
이 두 안내도만 봤을 때 서울교통공사는 지축역 자체에 초점을 맞춘 것 같고, 코레일은 어느 역이나 다 동일한 규격을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 같다. 이 역시 운영회사가 다르기 때문에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