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우리나라 최초의 공용구간 탐방②

4호선, 수인분당선 - 한대앞역 ~ 오이도역

by 철도 방랑객

공용구간의 시작과 끝은 각각 한대앞역과 오이도역이다. 오이도역은 4호선의 시종착역이자, 기존 수인선이 연장되기 전 시종착역으로 활용되던 역이었다.


예전 분당선과 3호선이 수서역에서 같이 출발을 할 때와 같은 모습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수서역은 승강장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어서 직결운행이 불가능한 반면, 오이도역은 두 노선이 직결운행이 가능하다.


아마도 수인선이 수원까지 연결될 때를 대비해서 미리 계획을 세운 것처럼 보였다. 한편 수인선 나머지 구간 개통에 맞춰 새롭게 단장한 한대앞역은 새로 생긴 수인분당선 선로와 기존 4호선 선로의 자갈색이 상당히 대비된다. 이 역시 알게 모르게 세월의 영향을 받는 것 같다.


◆ 승강장이 나누어지는 공용구간 시작과 끝

노선이 끝나는 오이도역과 달리 한대앞역은 두 노선 모두 다음으로 이어지는 역이 있기 때문에 입체 교차가 이루어진다. 기존의 4호선이 위쪽으로, 수인분당선이 아래쪽으로 서로 교차하는 구조다.


재미있는 것은 공용구간으로 만난 두 노선은 한대앞역 이후 노선이 끝날 때까지 더 이상 마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노선이 짧은 것도 아니고, 두 노선 모두 끝에서 끝까지 2시간이 족히 넘는 아주 긴 노선인데도 그렇다.


아무튼 이 두 노선이 갈라지는 한대앞역과 오이도역은 모두 쌍섬식 승강장 구조로 되어있다. 한대앞역은 4호선이 중간 승강장을, 수인분당선이 측면 승강장을 각각 사용 중인데, 오이도역은 그 반대로 수인분당선이 중간 승강장을 사용 중이다.


다만, 오이도역에서는 일부 4호선 열차가 중간 승강장을 사용할 때도 있긴 하다. 차이가 있다면, 오이도역은 노선에 관계없이 승강장 번호를 통합해서 사용하는 반면, 한대앞역은 4호선 승강장만 승강장 번호가 있을 뿐, 수인분당선 승강장에는 노선명이 적혀있다.


물론 한대앞역 승강장의 안내판에는 마치 다른 공간에 있는 듯 주요 행선지 표기의 배치도 다르고 글자 크기도 미묘하게 차이가 나며 한자 표기 유무도 다르다. 그냥 승강장만 공유할 뿐, 표기에 있어서는 각자 노선에서 사용하던 방식 그대로 고수하는 듯싶다.


공용구간 사진7-1.jpg ▲ 같은 승강장을 사용 중인 공용구간, 오이도역.
공용구간 사진7-2.jpg ▲ 같은 승강장을 사용 중인 공용구간, 한대앞역.


한대앞역은 금정역에서 그랬던 것처럼 역 명판도 앞뒤가 서로 달랐다. 수인분당선 열차 쪽을 바라보고 있는 역 명판은 수인분당선 노선 색인 노란색과 함께 역 이름이 적혀있고, 4호선 열차 쪽을 바라보고 있는 역 명판은 4호선 노선 색인 파란색과 함께 역 이름이 적혀있었다.


역 명판은 일반적인 다른 역과 달리 역 번호가 있어야 할 공간에 노선이름이 적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무래도 같은 승강장에서 노선을 착각해서 다른 노선을 이용할 것을 염려한 것이 아닌가 싶다.


공용구간 사진8-1.jpg ▲ 한대앞역 역 명판, 4호선 방면, 2020년 촬영.
공용구간 사진8-2.jpg ▲ 한대앞역 역 명판, 수인분당선 방면, 2020년 촬영.


그런데 한대앞역은 물론 공용구간 그리고 안산선이라 불리는 4호선 전 구간에서 역 명판을 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4호선만 운행할 때 있었던 역 명판이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그리고 어찌된 영문인지 멀쩡히 잘 있던 4호선 안산선 구간의 역 명판은 또 왜 다 철거한 것일까? 두 노선이 공용구간이 된 이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역 명판이 여전히 없다는 것은 일종의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 진접선 개통과 함께 변화가 생긴 4호선 안내도

올해(2022년) 3월 진접선 구간이 개통했다. 이 구간은 같은 4호선이지만 공용구간을 운행하는 열차로는 한 번에 갈 수 없다. 1호선과 마찬가지로 오이도에서 출발하는 열차는 모두 기존 종착역인 당고개역까지만 운행하고, 사당에서 출발하는 열차에 한해서 진접역까지 운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진접선은 같은 노선을 사용 중인 4호선 공용구간에 대한 표기를 확 바꾸어놓았다. 물론 공용구간의 운영 주체인 코레일 소속 열차에서는 큰 변화가 없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 소속 열차는 노선도 디자인이 크게 바뀌었다.


공용구간 사진9-1.jpg ▲ 공용구간 개통 초기의 서울교통공사 4호선 노선도.
공용구간 사진9-2.jpg ▲ 진접선 반영 이후 서울교통공사 4호선 노선도.


서울교통공사 소속 열차의 4호선 노선도는 공용구간 개통 초기에 공용구간에 해당하는 역은 모두 환승 표기를 했다. 하지만 진접선 반영 이후 코레일과 마찬가지로 한대앞역과 오이도역을 제외하면 따로 환승 표기를 하지 않았다.


불필요한 정보가 너무 많아서 보기에도 불편했던 노선도 때문에 개선 요구가 있었던 모양이다. 나아가 같은 회사 소속 1호선 열차에는 반영하지 않았던 코레일 급행열차에 대한 정보까지 담아낸 것을 볼 수 있었다.


한편 코레일 소속 열차는 따로 진접선 구간을 운행하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진접선 구간은 따로 툭 튀어나온 노선도로 바꾼 것을 볼 수 있다.


오히려 새로운 노선도에는 이제 공용구간 표기를 없앤 것도 특징이다. 상하 대칭에 익숙해서 그런지 이렇게 비대칭인 노선도는 뭔가 빠진 것처럼 어색하다.


공용구간 사진10.jpg ▲ 진접선 반영 이후 코레일 소속 4호선 열차 내 노선도.


◆ 수인선의 흔적이 남아있는 수인분당선 신규 개통 구간

기존 수인선 구간도 그렇지만 새롭게 개통한 수인선 구간도 여전히 과거 협궤열차의 흔적이 남아있다.


우리나라 철도는 과거의 모습이 남아있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로 인해 철도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역할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해버렸다.


아마 수인선 협궤열차도 한 세대가 지나 이 열차를 이용해보지 못한 세대가 연장자가 되었을 때는 이제 완전히 잊힐지도 모른다.


다 철거되지 않고 살아남은 교각 같은 흔적들이 수인선을 잊지 말아달라고 절규하는 것 같다. 그 모습이라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는 것에 오히려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공용구간 사진11.jpg ▲ 멀리 보이는 수인선 협궤철도 흔적.


* 덧붙이는 글 : 본 내용은 <철도경제신문> '매거진R' 코너에 2022년 5월 18일자로 송고되었습니다.

keyword
이전 05화우리나라 최초의 공용구간 탐방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