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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공용구간 탐방①

4호선, 수인분당선 - 한대앞역 ~ 오이도역

by 철도 방랑객 May 13. 2022

 2020년 9월. 수인선 전철의 마지막 구간인 오이도역~수원역 간 구간이 정식 개통하면서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운행방식이 등장했다.


 이 구간의 개통은 두 가지 운행을 동시에 가능하게 만들었다. 먼저 경의선과 중앙선에서 했던 것처럼 수인선과 분당선을 하나로 연결해서 직결운행 한 것이다. 경의중앙선과 달리 수인분당선은 역 번호도 통합해서 두 노선 모두 K200번 대 역 번호를 사용 중이다.


▲ 수인분당선 직결운행 개통 안내 플래카드, 2020년 촬영.


 한편 수인분당선 이전에 수인선 구간만 본다면 오이도역에서 한대앞역까지는 기존 4호선 시설을 같이 이용하는 공용운행을 하게 되었다.


 지하철은 4호선이 먼저 운행하기 시작했지만, 이 구간은 원래 수인선 협궤 열차가 다녔었기에 수인선은 원래 노선을 찾았다고 볼 수 있겠다. 수인선 개통 이전까지는 우리나라에서 지하철 또는 전철이라 함은 반드시 독립된 하나의 노선에서 해당 노선이 속해있는 역들만 운행하는 열차만 볼 수 있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노후화 된 열차를 교체하느라 열차의 모습은 달라질지 모르지만, 달라진 열차들도 결국 하나의 노선도 상의 역만 운행했기에 다른 노선과 완전히 독립됨은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수인선 개통과 함께 오이도역에서 한대앞역 구간은 같은 승강장에 서로 다른 노선도를 가진 열차들이 같이 운행을 하게 된 것이다.


 이 구간을 가리켜서 공용구간이라고 칭하는데, 이는 노선도뿐만 아니라 해당 역에서도 같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 노선도 상에 표기된 공용구간 안내.


◆ 낮은 열차빈도로 가능했던 공용구간 운행

 말 그대로 선로와 승강장을 함께 사용하는 구간인데,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해당 노선인 4호선과 수인분당선의 열차 간격이 상당히 길기 때문이다.


 4호선은 사당행 열차의 빈도가 높아서 그 이남지역으로는 열차 빈도가 급격히 낮아진다. 수인분당선도 죽전행 열차와 고색행 열차 그리고 인천역과 오이도역을 오가는 기존 수인선 열차들로 인해 공용구간의 열차 빈도는 단선철도에 준할 정도로 상당히 낮다.


 특히 수인분당선의 경우 1시간 당 4대를 넘어가는 일이 없기 때문에 4호선 중간 중간에 열차를 투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4호선과 수인분당선 열차 시간표가 함께 적혀있는 안내판.
▲ 4호선과 수인분당선 열차가 서로 교차하는 장면.


 이처럼 서로 다른 두 노선이 같은 승강장을 사용하면서 이 구간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장면이 펼쳐진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서로 다른 두 노선의 열차가 교차하는 장면이다.


 우리나라 지하철은 일반적으로 같은 노선은 주로 같은 열차 편성으로 운행한다. 그래서 열차에 따라 열리는 출입문이 달라지는 일은 없다. 하지만 10량 편성의 4호선과 6량 편성의 수인분당선의 편성 차이로 인해 승강장에는 별도의 표기가 있다.


▲ 수인분당선 열차 승차 위치 안내.


 두 노선의 열차는 한 곳에 표기가 되고 있긴 하지만 노선 별로 표기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선 4호선의 경우 당고개행 또는 오이도행으로 행선지만 표기할 뿐 열차 편성에 대해서는 따로 표기가 없다.


 하지만 수인분당선의 경우 왕십리 6량, 인천 6량과 같이 행선지에서 ‘행’을 빼고 그 자리에 ‘6량’을 추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표기는 각 노선 별로 사용하던 방식을 그대로 가져왔는데, 노선 자체로 보면 통일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같은 곳에 표기되는 공용구간에서 만큼은 두 노선 모두 같은 방식의 표기를 하는 것이 보기에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다.


▲ 6량 표기가 있는 수인분당선 열차와 편성 표기가 없는 4호선.


 이 외에도 아쉬운 점이 있다면 6량 편성 열차도 공용구간의 모든 역에서는 역 구조와 상관없이 모두 진행방향 가장 앞쪽부터 정차하는 점이다. 10량 편성 열차는 승강장 전체를 다 사용하기 때문에 승강장 위치를 탄력적으로 조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6량 편성 열차는 앞뒤로 충분히 정차 위치를 조정할 수 있다.


 실제로 개통 초기에는 승강장 위치가 지금과 달리 진행방향 뒤쪽 끝에 맞춰 정차할 때도 있었다. 즉, 스크린도어로 인해 일괄적으로 앞쪽부터 정차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승객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일괄적으로 앞쪽부터 정차하는 장면은 나오지 말았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이러한 운행은 코레일 소속의 다른 노선(경의중앙선 서울역행 열차, 1호선 광명행 열차)에서도 볼 수 있다.


 이 구간 역시 4량 편성 열차들과 8량, 10량 편성 열차들이 함께 혼재해서 운행 중인데, 모든 열차들이 맨 앞쪽부터 정차하는 바람에 승객 동선이 상당히 길어졌다. 이는 분명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다.


▲ 수인분당선 정차 위치에만 표기된 수인분당선 역 번호.


 그러나 당분간은 열차 정차 위치의 조정은 있기 어려울 것 같다. 이미 스크린도어에 정차 위치를 고정 정보처럼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열차가 모두 정차하는 곳에는 4호선 및 수인분당선 역 번호가 모두 들어있는 반면, 4호선 열차만 정차하는 곳에는 4호선 역 번호 표기만 있을 뿐이다. 스크린도어에 부착해놓은 노선도 역시 정차하는 열차의 위치에 따라 다르다. (다음회 계속)


* 덧붙이는 글 : 본 내용은 <철도경제신문> '매거진R' 코너에 2022년 5월 11일자로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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