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승강장 끝과 끝을 이어놓은 '태릉입구역'

환승 가능노선 - 6호선, 7호선

by 철도 방랑객

6호선과 7호선이 유일하게 만나는 역인 태릉입구역은 사실 태릉과 거리가 꽤 멀리 떨어져있다. 태릉입구역도 2호선 서울대입구역처럼 역 이름만 보고 태릉을 찾는 사람이라면 출구에서 당황할 수도 있다.


이제 관악산역이 생겨서 서울대입구역보다 서울대에 가까운 역이 있는 것처럼, 태릉 역시 태릉입구역보다 더 가까이 있는 6호선 화랑대역이 있다. 물론 화랑대역에서 태릉도 꽤 멀리 떨어져있다.


태릉선수촌으로 인해 지명 인지도가 높은 태릉이 환승역의 지명이 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실제로 개통 전에는 가칭으로 태릉입구역이 ‘불암’역으로 되어 있었고 현재 화랑대역이 ‘태릉’역으로 되어있었다.

◆ 끝과 끝을 이어놓은 환승통로

태릉입구역은 애초에 환승을 고려해서 만든 역이라 그런지 환승 동선이 상당히 승객 친화적이다. 환승통로만 놓고 보면 서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짧다.


하지만 환승통로와 바로 붙어있는 승강장에 한해서일 뿐, 환승통로 반대편의 승강장에서 내렸다면 들어온 열차가 역을 떠나서 승강장이 고요한 그 순간에도 환승통로를 찾아 걸어야 할 당황스러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 승강장 끝단에 자리한 환승통로, 6호선 승강장.
▲ 승강장 끝단에 자리한 환승통로, 7호선 승강장.


두 노선이 모두 승강장 한 쪽 끝에 환승통로를 연결한 점도 공통점이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태릉입구역의 승강장은 ‘ㄱ’자를 연상하게 한다.


6호선의 경우 화랑대역 방면 승강장 끝단에 환승통로가 자리하고 있다. 반면 7호선의 경우 먹골역 방면 승강장 끝단에 환승통로가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각각 반대편 하차 위치인 6호선 석계역 방면 승강장 끝단이나 7호선 공릉역 방면 승강장 끝단은 본의 아니게 환승통로가 길어진다.


▲ ‘ㄱ’자를 연상하게 하는 환승통로.


7호선이 더 아래쪽에 있기 때문에 7호선 승강장에서는 위로 올라가는 통로를 볼 수 있고, 6호선 승강장에서는 아래로 내려가는 통로를 볼 수 있다.


두 환승통로 모두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크게 불편함 없이 환승이 가능하다. 태릉입구역의 두 노선은 모두 상대식 승강장인데, 그 장점을 잘 살려서 환승통로 폭도 상당히 넉넉한 편이다.


단,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하는 교통약자의 경우 환승통로를 이용할 수 없다. 일반 승객에게는 환승이 상당히 편리하지만,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승객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 되어버린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하는 승객이라면 지하 1층의 대합실을 거쳐 반대편 노선의 승강장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대합실 간 거리가 그렇게 멀지 않아서 이용을 단념해야 하는 수준은 아니다.

◆ 비슷한 구조, 그러나 분위기는 완전히 다른 두 승강장

2기 지하철을 보면 짝수 노선이 홀수 노선보다 항상 위쪽에 있다. 태릉입구역도 6호선이 7호선보다 더 위쪽에 위치하고 있다. 물론 6호선보다 7호선이 먼저 개통했기 때문에 마치 5, 6호선의 환승역을 연상하게 할 때도 있다.


6호선이나 7호선이나 모두 승강장 중간에는 개찰구와 연결된 연결통로가 등장한다. 지하 4층에 있는 7호선의 경우 6호선처럼 짧은 연결통로를 한 번 거친 후 2개 층을 바로 잇는 또 다른 연결통로를 한 번 더 거쳐야 지하 1층 대합실까지 올라올 수 있다.


엘리베이터는 두 노선 모두 환승통로와 연결통로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7호선의 경우 2개 층을 잇는 연결통로의 중간으로 엘리베이터가 관통하는 구조다.


승강장도 잠깐 사이지만 6호선 승강장 벽면과 7호선 승강장 벽면에서 약간의 시간차를 느낄 수 있다. 늦게 생긴 6호선의 벽면은 타일 하나하나가 상당히 큰 편인 반면 먼저 생긴 7호선은 타일 하나하나가 작은 편이다.


환승통로의 벽면은 6호선에 더 가까운 분위기다. 새로 건축되는 건물이나 지하 시설물을 보면 작은 사이즈의 타일보다 큰 사이즈의 타일을 더 많이 볼 수 있는데, 6호선이 개통하면서 환승역이 완성된 2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아직까지 유행이 변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지하 2층의 6호선과 지하 4층의 7호선 사이에는 환승통로 방향을 바꾸는 동시에 행선지 별로 이동이 가능한 지하 3층 공간이 있다.


▲ 6호선 승강장 쪽에서 바라본 지하 3층 공간.
▲ 7호선 승강장 쪽에서 바라본 지하 3층 공간.


6호선 방향은 지하 2층 승강장까지 천장을 높여놓아서 아주 잠깐이지만 상당히 탁 트인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반면 7호선에 가까이 위치한 공간은 천장이 급격히 낮아져서 일반적인 지하 공간의 모습 그대로다.


위쪽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방향의 6호선에서 바라본 지하 3층의 모습과, 아래쪽에서 올라가는 방향의 7호선에서 바라본 지하 3층의 모습이 다르게 보이는 이유는 바로 이 천장 효과 때문인 것 같다.


* 덧붙이는 글 : 본 내용은 <철도경제신문> '매거진R' 코너에 2022년 10월 19일자로 송고되었습니다.

keyword
이전 07화대칭의 5호선과 비대칭의 6호선 연결통로 '청구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