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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이 들어간 노선이 만나 환승역이 된 '정자역'

환승 가능노선 - 수인분당선, 신분당선

by 철도 방랑객

정자역은 먼저 개통한 수인분당선보다 늦게 개통한 신분당선에서 더 인지도가 높다. 아무래도 한동안 시종착역 역할을 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광교 구간 개통으로 중간역이 된 지금도 강남역까지 16분 만에 주파하는 신분당선의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속도감으로 인해 많은 승객들이 찾는 노선이기도 하다.


신분당선 개통 당시에는 수인분당선도 분당선이라는 이름으로 운행했기에, 두 노선은 명칭이 상당히 비슷했다. 지금은 ‘분당’이라는 명칭 앞에 다른 글자가 붙었는데, 오히려 이것이 더 통일성이 있게 보인다.


정자역 사진1.jpg ▲ 환승통로에서 볼 수 있는 ‘분당’이 들어간 두 노선.


◆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승강장

정자역의 두 승강장은 서로 교차하는 형태가 아니라 같은 방향을 나란히 바라보고 있다. 만약 처음부터 이곳을 환승역으로 계획했다면 환승거리가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짧아질 가능성도 분명 있었다.


물론 지금도 잠실역을 연상할 정도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수인분당선은 도로 중간에 더 가까이 위치하고 있고, 신분당선은 탄천 방향으로 치우쳐 있다. 거리 역시 두 승강장이 일정 부분은 겹쳐있어서 환승통로가 상당히 길다는 느낌은 없다.


한편, 신분당선 초창기 개통 당시 환승역인 강남역, 양재역, 정자역은 분위기가 거의 같다. 같은 시기에 건설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안내판을 모두 제거하고 순수하게 환승통로만 본다면 어떤 역인지 구분이 쉽지 않다.


정자역 역시 안내가 없다면 이곳이 어떤 역과 환승이 가능한 역인지 알기 어려울 정도로 닮았다. 다른 노선의 환승통로 초입부(여기서는 수인분당선)에는 항상 추가요금에 대한 안내가 붙어있다.


정자역 사진2.jpg ▲ 강남역, 양재역과 상당히 유사한 환승통로 초입부.


신분당선 승강장 역시 다른 두 역과 상당히 유사하다. 상대식 승강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서 통로 쪽의 승강장 폭이 협소한 점도 닮았다.

신분당선 승강장은 나가는 곳과 환승통로를 같이 사용하기 때문에 열차가 진입하면 통로 주변은 상당히 복잡해진다. 그나마 계단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많아져서 긴 줄이 늘어지는 경우는 흔치않다.


정자역 사진3.jpg ▲ 환승통로로 인해 승강장 폭이 좁아진 신분당선 승강장.


◆ 열차 정차 위치로 인해 달라진 환승거리

한편 수인분당선은 수내역 방면 승강장 끝단에 환승통로가 위치하고 있다. 승강장 중간에는 나가는 곳이 연결되어 있는데, 이곳에는 환승 승객을 위한 안내가 잘 나와 있다.


정자역 사진4.jpg ▲ 신분당선 환승 승객에 대한 안내가 잘 되어있는 수인분당선 승강장.


환승통로로 인해 승강장 폭이 좁아지지는 않았다. 승강장 폭을 살린 채로 환승통로 공간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신분당선도 이처럼 상대식 승강장을 잘 활용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아서 승객들의 불편함을 야기했다.


반면 수인분당선은 다른 측면에서 승객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수인분당선은 현재 8량 열차가 수용 가능한 승강장을 6량 열차만 사용 중이다.


따라서 2량 편성의 승강장이 남는다. 그러나 열차는 다른 코레일 역과 마찬가지로 주변 상황과 무관하게 맨 앞부터 정차한다.


수내역 방면 승강장의 경우 환승통로에서도 열차를 타는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반대편의 미금역 방면 승강장에서는 환승통로와 붙어있는 곳에서 열차를 탈 수 없다.


하지만 아직도 열차가 진입하기 전에 열차가 정차하지도 않는 환승통로 주변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열차의 말미가 이곳을 통과하자 당황하며 앞으로 이동하였다.


정자역 사진5-1.jpg ▲ 환승통로와 접한 곳에서 열차가 정차하는 수내역 방면 승강장.
정자역 사진5-2.jpg ▲ 환승통로와 접한 곳에서 열차가 정차하지 않는 미금역 방면 승강장.


역마다 환경이 다르고 승객 동선이 달라지기 마련인데, 코레일은 너무 승객의 편의를 외면하고 있다. 차라리 인천 2호선처럼 사용하지 않는 승강장은 확실히 표를 해서 승객들에게 인지시키는 편이 그나마 낫다는 생각이 든다.


* 덧붙이는 글 : 본 내용은 <철도경제신문> '매거진R' 코너에 2023년 3월 29일자로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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