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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컬레이터만 지나면 다른 노선이 등장하는 '논현역'

환승 가능노선 - 7호선, 신분당선

by 철도 방랑객

논현역은 신분당선의 많은 역 가운데 유일하게 섬식 승강장을 갖춘 역이다. 논현역이 생기기 전 신분당선은 모든 역에서 한쪽 방향의 출입문만 열리는 버스 같은 노선이었다. 하지만 논현역의 개통으로 이제 방향이 다른 쪽으로도 출입문이 열리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중전철임에도 무인으로 운영되는 신분당선은 시원하게 펼쳐진 지하 전면부를 볼 수 있다. 경전철과 마찬가지로 맞은편 선로까지 하나의 터널로 이어져서 지하 공간임에도 답답함을 느끼기 어렵다.


거기에 신분당선 자체가 워낙 직선 선로가 많아서 열차는 열심히 달리지만 앞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도 받기 어렵다. 이 점이 곡선이 많아서 끊임없이 풍경이 바뀌는 경전철과의 차이점이다.


그랬던 신분당선의 전면부 풍경에 있어서 처음으로 반대편 노선을 볼 수 없는 단선 터널이 등장하는 구간이 바로 논현역 주변이다.


논현역 사진1.jpg ▲ 상행과 하행 단독으로 운행하는 터널이 등장하는 논현역 부근.


◆ 승강장에 설치되어 있는 환승게이트

이처럼 신분당선에 있어서 상당히 특이한 형태인 승강장을 갖춘 논현역은 환승통로 역시 같은 노선의 다른 환승통로와 차별을 두었다.


신분당선은 운행 구간에 따라 추가요금이 발생하기 때문에 환승역에는 반드시 환승게이트가 설치되어 있다. 이 환승게이트는 주로 상대 환승역 승강장 부근에 설치되어 있거나 신분당선 대합실에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논현역에서는 신분당선 승강장에 바로 환승게이트가 설치되어 있다. 즉 논현역 외의 역에서는 반드시 환승게이트를 거쳐야만 신분당선 승강장을 볼 수 있었는데, 논현역은 환승게이트를 거치지 않고도 신분당선 승강장 및 열차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논현역 사진2.jpg ▲ 신분당선 승강장 끝단에 설치된 환승게이트.


논현역은 환승이 편리한 만큼 개찰구로 나가는 통로에도 환승에 대한 안내를 자세히 표기해 놓았다. 승강장 전반에 걸쳐서 7호선 환승에 대한 유도를 볼 수 있으며 개찰구로 나가는 연결통로에도 환승에 대한 안내를 볼 수 있었다.


나아가 개찰구에도 바닥에 ‘환승 안 됨’ 마크를 부착해 놓음으로써 마지막까지 혹시라도 환승을 하려했던 승객들의 발길을 돌리려 애쓴 흔적이 있다. 이는 이번에 개통한 신사 연장 구간 3개 역 모두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 에스컬레이터만 지나면 바로 다른 노선

신분당선 논현역이 교차로보다 약간 남쪽에 위치한 까닭에 두 노선의 환승구조는 ‘十’자 형 구조보다는 ‘T’자 형 구조에 가깝다. 그래서 환승통로도 신사역 방면 승강장 끝에 치우쳐 있다.


이 영향으로 신분당선의 경우 하차 위치에 따라 환승 소요 시간의 편차가 크다. 반면 7호선은 승강장 중간 지점에 환승통로가 위치하고 있어서 하차 위치에 따라 환승 소요 시간의 편차가 크지는 않다.


앞서 언급한대로 신분당선의 환승게이트를 거치면 바로 7호선으로 올라갈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가 등장한다. 승강장의 연장선상에 위치한 환승통로 바로 위쪽에 7호선이 지나기 때문에 열차가 진입하면 소리가 들릴 정도다.


7호선의 경우 상대식 승강장을 사용하고 있어서 신분당선과 달리 환승 시 행선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워낙 잘 표기되어 있는 환승 안내 덕분에 행선지를 잘못 찾을 일은 없을 것 같다.


논현역 사진3-1.jpg ▲ 에스컬레이터 하나면 충분한 논현역 환승통로, 신분당선 → 7호선.
논현역 사진3-2.jpg ▲ 에스컬레이터 하나면 충분한 논현역 환승통로, 7호선 → 신분당선.


에스컬레이터 하나만 거치면 바로 다른 노선의 승강장이 보이는 논현역 환승통로는 빠르면 1분 안에도 환승이 가능할 정도로 짧다.


7호선의 행선지에 따라 환승통로에 계단의 유무도 달라지는데, 이는 신분당선 환승통로의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신분당선 환승게이트를 지나 바로 등장하는 에스컬레이터는 7호선 학동역 방면 승강장으로 가는 에스컬레이터로, 여기에는 계단이 없다.


반면 반포역 방면 승강장으로 가는 에스컬레이터에는 계단이 자리하고 있다. 환승통로의 병목현상을 막는 한편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승객의 편의를 생각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논현역 사진4.jpg ▲ 좌측통행으로 유도되어 있는 반포역 방면 환승통로.


한편, 두 환승통로는 통행 방향에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에스컬레이터만 설치된 학동역 방면 환승통로는 일반적인 통행 방향인 우측통행으로 에스컬레이터가 운행되고 있다. 하지만 반포역 방면 환승통로는 에스컬레이터 방향이 좌측통행으로 유도되어 있다.


그렇다고 해서 7호선 승강장에 올라가면 특별히 좌측통행을 해놓은 이유가 있지도 않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신분당선이 신사역에서 논현역으로 와서 환승하는 승객보다 광교역 방면에서 논현역으로 와서 환승하는 승객이 많기 때문에 승객 동선을 고려한 것이 아닐까 싶다.


반대로 7호선에서 신분당선 환승 승객 역시 신사역 방면으로 가는 열차보다 광교역 방면으로 가는 열차 이용이 더 많기 때문에 양 방향 승객 간 동선 겹침을 방지하고자 에스컬레이터 운행 방향을 조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논현역은 별 것 아니라 생각하기 쉬운 부분까지 고려해서 환승통로를 구성해 놓은 점은 인상적이다.


7호선 논현역 역시 바닥의 타일이 다른 역과 다른 분위기여서 눈길이 가는 승강장이다. 특히 신분당선 개통으로 바닥 분위기가 확연히 차이가 나기 때문에 더욱 이국적인 느낌이다.


논현역 사진5.jpg ▲ 행선지 안내판과 환승 안내판의 디자인이 다른 7호선 승강장.


이런 분위기를 유지하고자 했던 것인지 7호선 승강장에는 기존 7호선 행선지 안내판과 신분당선 환승 안내판의 디자인도 서로 다르다. 흰 바탕의 7호선 행선지 안내판과 검은 바탕의 신분당선 환승 안내판은 역 이름 빼고 완전히 다른 두 역을 대변하는 것 같다.


논현역도 신논현역과 마찬가지로 신분당선 개통 후 2개의 출구가 추가되었다. 새로운 출구는 3, 4번 출구로, 기존에 있던 출구 중 6개 출구의 번호를 바꾸게 만들었다. 물론 폴 사인, 캐노피 등 출구 디자인 역시 기존의 논현역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논현역 사진6.jpg ▲ 신분당선 개통과 함께 추가된 신규 출구.


* 덧붙이는 글 : 본 내용은 <철도경제신문> '매거진R' 코너에 2022년 6월 15일자로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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