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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적인 운행에서 벗어난 '코레일 소속 급행열차'①

코레일 - 경인선, 경부선, 경원선, 경의중앙선, 수인분당선

by 철도 방랑객

우리나라 전철에서 운행 중인 급행열차는 9호선을 제외하면 모두 코레일 소속이다. 그만큼 코레일이 운행하는 노선이 많고, 또 다양한 방법으로 운행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9호선과 같이 급행열차를 상시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일반열차를 추월하는 급행열차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급행열차를 운행하는 노선 중 수도권 1호선 노선의 일부 구간인 경인선이나 경부선 구간을 제외한 나머지 노선은 평일 출퇴근 시간대에 겨우 몇 번 정도 볼 수 있는 것이 전부다.


그마저도 경인선의 경우 급행열차가 일반열차와 완전히 독립된 선로로 운행하고 있기 때문에 9호선에서 볼 수 있는 일반열차의 대기 장면은 거의 볼 수 없다.


이러한 영향으로 급행열차와 일반열차 간 운행 소요 시간은 크게 눈에 띌 정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급행열차가 일반열차보다 더 긴 거리를 운행해서 열차 이용 범위를 넓힌 것도 아니다. 오히려 급행열차가 일반열차보다 짧은 거리만 운행하는 바람에 급행의 효과를 반감시키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 일본 열차와의 비교를 통해 바라본 코레일 급행열차

역사적으로는 그렇게 배울 것이 없지만 철도 분야에 있어서는 분명 많은 점에서 우리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는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지하철은 물론 사철, 일반 여객열차 그리고 신칸센까지 대부분의 철도 교통에서 등급을 나누어 운행한다.


급행열차 사진1.png ▲ 같은 노선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열차가 존재하는 일본 철도.


우리나라에서 보는 것처럼 짧은 구간만 집중해서 다니는 급행열차가 없다고 단정 지을 수 없으나 대부분의 급행열차는 일반열차에 비해 운행 구간이 길다.


그리고 승객 빈도가 줄어드는 노선의 시작 또는 마지막 역 부근에서는 급행열차가 일반열차처럼 모든 역을 정차하면서 일반열차를 대체하고 있다.


그 때문에 모든 역을 다 정차하는 일반열차의 경우 운행 거리가 자연스럽게 짧아진 편이다. 그 마저도 구간을 나누어서 짧은 지역을 자주 오가는 형태로 운행을 하고 있다.


급행열차의 경우 정차하는 역을 고정시켜서 특정 지점에서 일반열차를 추월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코레일 급행열차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급행열차가 일반열차를 꽤 많은 곳에서 추월을 하고 있으며 역이 아닌 곳에서도 추월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급행열차 사진2.jpg ▲ 역이 아닌 곳에서 추월을 행하는 일본의 급행열차.


나아가 도심 지역에서는 복선이었던 구간이 복복선으로 바뀌어 중간 선로를 급행열차의 전용 선로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일반열차는 급행열차에 구애받지 않게 되었고, 급행열차는 일반열차를 추월하기 위해 속도를 줄이거나 운행 편수를 줄일 필요가 없어서 상호간에 더 많은 운행이 가능해졌다.


급행열차 사진3.jpg ▲ 복복선 선로 운영으로 급행열차 활용도를 높인 일본 철도.


◆ 노선 전체에 걸쳐 운행하는 급행열차가 없는 코레일

이처럼 일본에서는 노선 전 구간을 운행하는 열차가 대부분 중간 역을 건너뛰는 급행열차 형태로 운행 중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급행열차는 일반열차를 보는 것처럼 짧은 구간만 운행하는 열차가 대부분이다.


급행열차 사진4.jpg ▲ 노선 전 구간을 운행하는 급행열차를 볼 수 없는 코레일 노선.


아무래도 장거리 이동 고객이 중간 역을 정차하지 않는 급행열차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급행열차와 일반열차가 동시에 정차하는 역을 만들면 그곳에서 상호 간의 환승 연계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먼 거리를 빠르게 이동한 후 일반열차를 이용해 남은 구간을 이동하는 것이 처음부터 일반열차만 타고 이동하는 것에 비해 시간 단축효과가 크다고 본다.


물론 갈아타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지만, 그것도 같은 승강장에서 맞은편 열차를 갈아탈 수 있다면 최소한의 수고로움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우리나라 승객들은 유독 환승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그런 이유로 일반열차가 지하철처럼 전 구간을 운행하는 빈도가 높은 편이다. 그리고 노선 간 서로 상호 교류하는 장면도 볼 수 없다. 즉, 2호선을 운행하는 열차는 2호선 외의 노선을 경유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


예전에 노선이 적을 때는 환승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물론 환승의 필요성 역시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노선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환승을 해야 이동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졌다. 환승에 거부감이 있어도 승객들은 또 거기에 맞춰 적응해서 다니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수도권 1호선의 경우 지선 구간이 많아지면서 같은 노선임에도 갈아타야 하는 역이 있는데 그 역에서 자연스럽게 다른 승강장으로 이동하는 승객을 마주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구간에 한해서만 급행열차가 다니는 현재의 단조로운 운행은 환승에 대한 거부감으로만 보기에는 너무 단편적인 생각이 아닌가 싶다.


특히 두 노선을 합한 경의중앙선이나 수인분당선의 경우 급행열차 활용도가 훨씬 높을 수 있음에도 일반열차만 직결 운행할 뿐, 급행열차는 여전히 직결 운행 이전 모습 그대로다.


급행열차 사진5-1.jpg ▲ 일반열차만 직결 운행하는 경의중앙선.
급행열차 사진5-2.jpg ▲ 일반열차만 직결 운행하는 수인분당선.


그나마 경의중앙선의 경우 경의선 구간에서 급행열차 형태로 운행한 열차가 중앙선 구간에서 일반열차로 바뀌어 운행해서 수인분당선에 비하면 나은 편이다.


하지만 수인분당선은 같은 수인선이라고 하더라도 인천역에서 오이도역까지만 급행열차가 있을 뿐이며 공용구간을 포함한 가장 최근에 개통한 구간은 급행열차를 운행하지 않는다.(수인선이지만 분당선의 역처럼 운영 중인 고색역 제외)


당연히 기존 분당선 구간과의 직결 운행하는 급행열차는 없다. 나아가 경의중앙선처럼 일반열차로 바뀌는 열차 또한 없다.


이 두 노선 모두 평일 출퇴근 시간에 한해서 잠시 급행열차를 볼 수 있을 뿐, 주말이나 평일 나머지 시간에는 역시 일반열차만 다니고 있어서 급행열차 효과는 거의 없다.


◆ 운행의 다각화가 필요한 노선

그나마 다른 시간대에 운행하는 급행열차는 경부선에서 볼 수 있는데, 일부 열차는 승객 비중이 높은 서울 구간을 피해 구로역을 시종착역으로 하고 있다.


급행열차 사진6.jpg ▲ 구로역에서 발차하는 천안 급행열차.


구로역의 경우 광명역 셔틀열차를 타는 곳과 구로역 출발 급행열차의 승강장이 같아서 승객들이 잘 모른다. 별도의 안내가 없는 영향이 분명 크다.


광명역 셔틀열차도 상당히 드문드문 다니는 것을 고려한다면 천안 방면 급행열차도 구로역이 아닌 영등포역부터 출발하는 것도 고려했어야 한다.


왜냐하면 영등포역 출발이면 신도림역의 수요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로역에서 출발하는 바람에 출발역인 구로역에서 다음 정차역인 가산디지털단지역까지는 승객이 거의 없는 공기 수송에 가깝다.


가산디지털단지역부터는 급행열차나 일반열차나 승강장의 구분이 없기 때문에 들어오는 급행이 들어오는지 모르고 급행열차를 타는 승객도 많기 때문이다.


한편, 경인선 구간은 급행열차 선로가 독립해서 운영 중임에도 불구하고 열차 운행 빈도가 상당히 떨어지는 편이다. 그마저도 모두 용산행 열차로, 용산역의 다음 역인 남영역부터는 동인천행 급행열차를 볼 수 없다.


차라리 용산역에서 동인천역까지 모든 역을 정차하는 일반열차 형태로 운행하고, 급행열차가 인천역을 출발하여 소요산역 방면으로 운행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즉, 실질적인 급행열차 운행 구간인 동인천역~구로역 구간은 지금처럼 운행한 후 다시 일반열차로 전환하여 소요산, 양주, 의정부역까지 운행하는 것이다.


나아가 평일 출퇴근 시간에만 잠깐 볼 수 있는 경원선 급행열차까지 하나로 묶어 운행한다면 승객에게 좀 더 다양한 선택권을 부여할 수 있기에 효율적인 운행이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구로역 또는 용산역의 선로 조정이 필요하겠지만, 장래를 생각한다면 조정해 볼만한 시도라고 본다. (다음회 계속)


* 덧붙이는 글 : 본 내용은 <철도경제신문> '매거진R' 코너에 2023년 4월 26일자로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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