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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방랑객 Oct 05. 2023

역 이름은 같지만 전혀 다른 곳에 위치한 '좌천역'

부산1호선 좌천역, 동해선 좌천역

 우리나라는 한자로 된 지명이 많은데다가 거의 2글자로 구성된 경우가 많아 비슷한 명칭이 많다. 물론 완전히 같은 한자를 사용하는 지명도 많다. 이는 지명을 바탕으로 정하는 지하철역의 역 이름 선정에도 분명 영향이 있다.


 서울에는 한자가 다르지만 우리말 발음이 같은 신사동이 두 곳 있다. 그중 먼저 지하철이 들어간 강남구 신사(新沙)동에는 지명을 그대로 따서 신사역(3호선, 신분당선)이 되었지만, 늦게 지하철이 운행하기 시작한 은평구 신사(新寺)동은 ‘신사’의 우리말 발음인 새절역(6호선)이 되었다.


 한편 ‘양평’이라는 지명도 두 곳에 걸쳐 있는데, 영등포구 양평동에 있는 5호선 역과 경기도 양평군에 있는 경의중앙선 역 모두 ‘양평’역으로 따로 구분하지 않고 이름을 사용하기도 한다.


 부산에도 양평역과 같은 역이 존재한다. 거기에 해당하는 역은 좌천(佐川)역으로 양평역과 달리 한자까지 동일한 역이다. 한 곳은 1호선의 역이고 다른 한 곳은 동해선의 역이다.


▲ 1호선 노선도에서 볼 수 있는 좌천역.
▲ 동해선 노선도에서 볼 수 있는 좌천역.


 둘 다 부산 시내에 위치한 역이지만 1호선 좌천역은 동구 좌천동에, 동해선 좌천역은 기장군 장안읍 좌천리에 있다. 따라서 두 역은 지하철로 이동하더라도 최소 1시간 이상이 필요할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다.

     

이름만 같을 뿐 완전히 이질적인 두 역

 부산에만 있는 좌천역 두 곳은 이름만 같을 뿐 그밖에 공통점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역이다. 우선 1호선 좌천역의 경우 지하에 승강장이 있다. 반면 동해선 좌천역은 지상에 승강장이 있다. 


▲ 지상에 있어 역사 전체를 볼 수 있는 동해선 좌천역.


 또 1호선 좌천역은 출구가 8개에 이르지만 동해선 좌천역은 단 하나의 출구만 가지고 있다. 두 승강장 모두 상대식 승강장 구조라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코레일이 좌측통행을 하는 탓에 내리는 문의 방향은 서로 다르다.


 게다가 1호선 좌천역의 경우 역 명판이 있지만 동해선 좌천역은 역 명판이 없다. 이는 동해선 2단계 구간인 일광역(정확히는 좌천역부터)~태화강역 구간의 모든 역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1단계 구간이었던 부전역~일광역까지는 모든 역에서 역 명판이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밖에도 1호선 좌천역은 8량 편성 열차, 동해선 좌천역은 4량 편성 열차가 다니고 있다. 스크린도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열차의 온전한 모습을 다 볼 수 있는 동해선 좌천역과 달리 1호선 좌천역은 열차의 온전한 모습을 담을 수 없다.


▲ 전철 1편성 전체 모습을 담을 수 있는 동해선 좌천역.


 이것이 끝은 아니다. 다른 점을 또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1호선 좌천역은 주요 간선도로인 중앙대로 바로 아래로 지나고 있어 이 역 주변으로 버스도 많이 다니고 있고 유동인구도 그만큼 많다. 


 반면 동해선 좌천역은 2차선 도로에서도 살짝 벗어난 곳에 위치한 관계로 버스가 이곳으로 일부러 들어왔다가 다시 나가는 형태의 구조로 되어있다. 따라서 버스정류장이 행선지와 관계없이 동일한 곳에 정차한다.


 즉, 들어오는 버스의 노선 번호만 볼 것이 아니라 어디로 가는지 행선지까지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 행선지별 구분이 없어 같은 노선 번호 버스가 연달아 진입하는 장면도 볼 수 있는 동해선 좌천역 부근 버스정류장.


지명이 남아있는 주변 풍경

 1호선 좌천역 5번 출구로 나가면 가구거리가 펼쳐진다. 도로를 따라 양 옆으로 가구점들이 즐비하게 있는 모습을 보면 이곳을 왜 가구거리라고 명명했는지 실감이 난다. 안내 표지판에는 입점한 가구점의 상호명이 있으며 ‘좌천동 가구거리’라는 문구도 볼 수 있다.


▲ 좌천동 가구거리 안내판.


 동해선 좌천역 승강장과 한 블록 떨어진 곳에 나란히 이어진 도로는 ‘좌천로’로 지명이 그대로 녹아있다. 또 주변에 ‘좌천마을’이 있어 오래 전부터 사용하고 있었던 지명이라는 느낌을 준다.


▲ 동해선 좌천역과 나란히 이어지는 좌천로.


 지하철 노선도에는 1호선 좌천역이 먼저 새겨졌지만 사실 동해선(동해남부선 시절) 좌천역이 먼저 있었다. 그러나 거의 간이역에 불과한 역이어서 열차 정차 횟수가 적어 인지도 또한 낮았다. 하지만 동래역처럼 기존 역 명칭을 고수한 코레일의 영향으로 좌천역도 역 이름이 두 개가 만들어졌다. 


 여기서 ▲양산에 간이역이나 다름없는 원동역이 있다는 이유로 동해선에는 ‘부산원동’역이라고 표기한 것 ▲복선 전철화로 인해 이설 개통한 해운대역을 ‘신해운대’역이라고 바꾼 것 ▲기존에 남문구역이었으나 동해선 개통과 함께 인근 3호선과 같은 ‘거제’역으로 변경하고 기존 거제역은 ‘거제해맞이’역으로 바꾼 것 등을 보면 코레일의 역명 설정 기준을 잘 모르겠다.


 한편 동해선 좌천역은 울산과 경계에 위치한 부산 시내 최북단 역이다. 그러나 그에 대한 안내는 당연한 듯 볼 수 없다. 수도권은 물론 부산 지역에서도 가장 끝 지점에 있는 이정표와 같은 역에 대한 의미 부여를 하지 않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 덧붙이는 글 : 본 내용은 <철도경제신문> '매거진R' 코너에 2023년 10월 4일자로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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