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인선 코난 열차와 유라역
우리나라에도 한동안 큰 인기를 끌었던 '명탐정 코난'이라는 만화가 있다. 이 만화는 상대적으로 승객이 적은 산인선 서부 노선에서 다양한 형태로 만날 수 있는데, 일본이라서 가능해 보였던 코난과 열차의 콜라보를 살펴보려고 한다.
철도라면 다른 어떤 나라보다 극성인 일본이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단순한 수준에서의 도입이 아니라 철도와 관련된 것을 통째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정도로 코난이라는 캐릭터가 산인선에 흡수되었다. 열차는 달리는 코난 열차가 되었고, 역은 코난 만화 박물관처럼 꾸며놓았다. 그리고 그 역이 있는 마을은 마치 만화에 나오는 배경에 들어온 것처럼 빠져들게 만들기까지 한다.
열차 외부를 통째로 래핑한 열차는 일본에서 상당히 흔해지고 있다. 그래서 더 경쟁적으로 승객의 시선을 잡기 위해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 코난 열차 역시 마찬가지다. 빨간색과 파란색의 원색이 멀리서도 눈에 띄게 하였고, 실내까지 코난 캐릭터를 십분 활용한 것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이 열차들은 앞서 언급한 코난역을 통과하는 열차들로, 열차와 역 그리고 마을까지 한데 어우러져서 시너지를 내고 있었다. 일본의 래핑열차는 이처럼 모든 지역에서 볼 수 있는 비슷비슷한 열차에서 벗어나 딱 한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특색 있는 열차를 꾸미려고 애쓰고 있다.
특히 승객이 적은 시골 철도에서 이런 시도가 많은데, 코난 열차가 다니는 돗토리현 구간도 열차 빈도가 그렇게 높다고는 할 수 없는 지역이다. 그럼에도 단지 이 코난 열차가 다니기 때문에 주목받고 있다. 그저 래핑하고 실내를 꾸몄을 뿐인데, 이렇게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유일한' 열차기 때문이다.
코난 열차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코난으로 꾸며진 유라역이 있기 때문이다. 이 역은 기본적인 배경을 가진 역명판과 함께 다른 역에서 볼 수 없는 디자인인 코난 디자인으로 꾸며놓은 역명판을 함께 설치해놓았다. 역명판에 코난 래핑열차가 있을 정도로 서로 상호 교류가 잘 되고 있었다.
그러나 유라역은 특급열차가 정차하지 않는 평범한 보통 역에 불과하다. 당연히 열차도 그리 많이 다니는 편이 아니어서 가볍게 오고 갈 수 있는 역이 아니다. 하지만 불편을 감수하고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이 유라역까지 오는 승객이 있다는 것은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유라역만이 가진 특징 때문이다.
이 역은 단순히 역명판만 코난으로 꾸며놓은 것이 아니라 대합실을 비롯해서 승강장 통로 계단, 그리고 출구에 이르기까지 단 한 곳이라도 다른 역과의 차별성을 두기 위해 세심한 정성을 기울인 것을 볼 수 있었다. 너무 코난으로만 꾸며놓으면 오히려 보기에 안 좋지 않을까 싶었지만, 군데군데 여백을 둬서 균형감이 잘 잡혀있었다.
유라역의 하이라이트는 역 출구가 아닌가 싶다. 정식 명칭인 유라역은 기둥에 작은 글씨로 적혀있을 뿐, 마치 코난역이 메인 역명이라도 된 듯 아주 크게 그것도 출구 정면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니까 어설프게 코난 테마로 꾸며놓은 것이 아니라 확실하게 '이 역은 코난역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역을 조성해놓은 것이다.
그런 점을 반영해서인지 유라역을 알리는 안내판에는 코난역이라는 명칭이 더 위쪽에 올라와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만큼 유라역은 코난역으로 확고한 이미지를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다른 지역에서는 생소할 수 있는 유라역을 대신해서 외지인들에게도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름인 코난역을 통해 지역을 알리는데 일조하고 싶은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유라역은 코난역에 그치지 않고 마을 전체를 코난과 하나가 된 것을 볼 수 있었다. 역에서 나와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다름 아닌 코난으로 장식된 택시였다. 마을의 택시까지 코난으로 하나가 되어 마치 만화 코난의 배경 속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코난 택시는 일부에 불과하다고 느낄 정도로 마을 자체를 코난 테마로 탈바꿈한 유리역 인근 마을. 여기는 지명까지 코난을 반영하였다. 유라역을 나와서 한 블록을 지나면 강이 흐르고 있는데, 이 강을 넘는 다리가 다름 아닌 코난 대교인 것. 물론 도로 역시 코난이 붙어있다. 코난 대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곳곳에 코난 조각상을 볼 수 있다. 다리 난간은 물론 다리의 입구까지 그 어떤 곳도 빠지지 않는다.
더 나아가 만화에 등장했던 코난의 집과 빵 공방까지 있다. 이처럼 한 마을을 통째로 코난에 집중하는 이유는 유라역이 위치한 지역의 유동인구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렇게 많은 승하차 승객을 보기 힘들었던 유라역. 그래서 특급열차도 외면할 정도로 접근도 용이하지는 않다. 주변에 대도시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기에도 결코 쉽지는 않다.
유라역은 이런 상황을 반영해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무인역이 된다. 즉, 역무원이 없어도 역이 운영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렇게 접근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잘 알려진 관광지도 없는 이 마을에, 외부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 일이다.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서 고안한 것이 바로 테마 마을이 아닐까 싶다. 지역은 물론 철도 운영회사인 JR의 합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지만, 코난 마을은 이 모든 난관을 뚫고 성공적으로 자리한 것처럼 보였다.
그저 그런 평범한 래핑 열차와 이름만 있는 테마 마을에서 벗어나 이곳에 오면 확실히 무언가는 얻고 갈 수 있다는 것을 심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보였던 코난 마을. 호기심으로 찾은 이 마을에 다시 와 보고 싶은 기분이 드는 것은 다른 곳에서 보기 어려웠던 코난 마을 만이 가지는 독특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찾아올 수 있는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 이보다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또 어디에 있을까? 비록 열차 빈도는 높지 않지만, 바로 내리면 펼쳐질 정도로 접근성까지 좋다면 당일치기 여행으로도 충분히 매력이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