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가타 신칸센 - 토레이유 신칸센
일본 열차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파격적인 모습으로 운행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토레이유 신칸센이다. 신칸센이 장거리 수송을 위한 열차에서 탈피한 첫 번째 열차로, 신칸센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전환점을 마련한 열차라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토레이유는 열차를 뜻하는 트레인(train)과 프랑스어로 태양을 뜻하는 단어 솔레이유(soleil)의 합성어라고 한다. 그 많은 단어 중에 프랑스어를 차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신칸센에 리조트 열차 개념을 처음 도입한 토레이유 신칸센. 이 열차가 운행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관광 신칸센이 탄생하기 시작했다. 처음이라는 단어를 부각한 토레이유 신칸센 홍보. 토레이유 신칸센의 주요 정차역인 야마가타역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이 열차에는 족욕탕이 있다. 좌석을 대신해서 무언가 꾸민 것도 파격적인데 그것이 족욕탕이라고 하니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느껴졌다.
이 열차가 탄생하기까지 약 2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물론 여기에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결집되었음이 분명했다. 인터뷰 가운데 인상적인 문구가 있어서 소개해본다.
"目的地へ向かうスピードではなく、乗っている時間そのものを楽しんでいただける新幹線"
- 목적지에 향하는 (빠른) 속도가 아닌, 타는 시간 그 자체로 즐거운 신칸센
특히 한국인은 힘든 세월을 이겨내기 위해 목적지만 바라보고 정신없이 뛰어만 왔다. 그래서 속도는 그 어떤 나라에 비해서도 목숨같이 중요하게 여겼다. 그렇게 빠른 성장을 한 지금, 이제는 그 속도를 줄일 필요가 있지만 여전히 사회 전반에 걸쳐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선형 개량화 직선화를 비롯, 고속철도만 추구하는 우리나라 철도정책도 그런 영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토레이유 신칸센은 미니 신칸센 구간인 야마가타 신칸센 구간을 운행한다. 그중 재래선 구간을 개량한 후쿠시마역에서 신조역까지의 구간에서 이 열차를 볼 수 있다. 즉, 신칸센이지만 속도는 내지 못하는 이름만 신칸센인 샘이다. 기획 의도에서 말한 대로 속도보다 즐길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결과물이 아닌가 싶다.
기존 신칸센과 다른 신칸센. 그래서 열차가 정차하는 주요 역에서는 환영문구가 빠지지 않을 정도로 트레이드 마크가 될 수 있었다. 토레이유 신칸센은 야마가타 지역의 자랑이자 상징인 열차로 자리 잡은 샘이다. 특히 토레이유 신칸센이 도입되기 전에는 그 어떤 신칸센도 관광을 목적으로 한, 소위 리조트 열차라 불린 열차가 없었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느끼는 자부심은 환영 플래카드 속에 잘 녹아 있었다.
토레이유 신칸센은 다른 열차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꾸며져 있어서 어디서 보더라도 시선을 끌었다. 이 구간을 운행하는 신칸센인 E3계 열차와 같은 열차를 사용하고 있는 토레이유 신칸센이지만 외관의 디자인 차이로 인해 다른 열차처럼 보인다. 과일들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진 엠블럼도 독특함을 부각하는 요소가 되었다.
같은 츠바사호로 운행 중이지만 토레이유 신칸센의 경우 토레이유 츠바사라고 열차 종류부터 다르게 표기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열차에도 츠바사가 아니라 토레이유라고 적어놓은 데서 수송을 위한 츠바사호와 확실히 구분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도쿄까지 운행하는 츠바사호와 달리 도호쿠 신칸센에 합류하는 후쿠시마역까지만 운행하는 것도 토레이유 신칸센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다.
겐비 신칸센과 마찬가지로 열차 간격이 짧아진 것은 토레이유 츠바사호가 관광 목적의 부정기적인 운행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닌가 싶다. 특히 토레이유 신칸센이 운행하는 구간은 단선 구간이기에 30분 간격을 두고 출발하는 두 열차 간격이 더욱 짧게 느껴진다.
토레이유 신칸센은 총 6량 편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열차도 겐비 신칸센과 마찬가지로 11호 차에 한해서만 일반적인 신칸센에서 볼 수 있는 열차와 같은 보통차 지정석으로 운행되고 있었고, 나머지 객차는 기존과 완전히 다른 모습의 열차로 탈바꿈해 있다.
특히 이 열차의 하이라이트인 족욕탕은 16호 차 객차를 통째로 사용한 것을 알 수 있다. 족욕탕의 입욕을 위해 준비하는 라운지도 15호 차에 마련해 놓아서, 실질적으로 이 열차의 좌석은 4량에 불과하다. 그러나 11호 차를 제외하면 1x2 배열로 좌석마저 줄여놓았다. 좌석이 많을수록 수익이 많이 발생하지만, 수익을 포기하더라도 관광열차라는 이미지를 심어준 것이다.
또 다른 특징이 있다면 여행 상품 전용 좌석이라고 표기된 14호 차를 비롯해서 족욕탕과 연관 있는 15~16호 차다. 일반적인 열차표로도 이 열차를 탈 수 있지만, 상품 패키지를 통해서도 이 열차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신칸센과는 느낌이 달랐다. 단순히 이동을 위한 운송 수단이 아니기 때문에 하나의 상품으로써 좌석을 판매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족욕탕은 별도의 이용권이 필요하다.)
기존 열차에 비해 좌석이 확연히 줄어든 토레이유 신칸센의 내부. 특징적인 것은 고정식 좌석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과, 좌석마다 고정식 테이블이 설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마주 보면서 갈 수 있는 좌석은 가족 단위의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이 아니었나 싶다. 거기에 개개인이 차지할 수 있는 공간도 넓어서 마주 보고 간다고 하더라도 전혀 불편함이 없는 공간이었다.
원래 미니 신칸센의 11호 차는 그린샤 좌석이다. 하지만 토레이유 신칸센의 11호 차의 좌석은 그린샤 용 좌석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지만 요금 산정은 보통차 요금을 받고 있었다. 아무래도 신칸센 전용 노선을 달리는 열차가 아니기 때문에 승객의 편의를 생각한 처사가 아닌가 조심 스래 추측해본다.
족욕탕은 기회가 닿지 않아서 직접 들어가 보지 못했기 때문에 JR동일본의 홈페이지에서 관련 이미지를 가져와보았다. 창문만 없다면 이 공간이 달리고 있는 열차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내부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홈페이지에는 족욕탕에 사용하는 물이 온천수가 아님을 밝혔는데, 지역마다 온천이 발달한 일본에서는 이 물이 온천수인지 아닌지도 관심거리가 된 모양이다.
달리는 열차에서 느끼는 족욕탕. 비록 온천수는 아니지만 마음만은 온천욕을 하는 기분일 것 같다. 나아가 미니 신칸센 구간이어서 운행하는 구간에 터널이나 방음시설이 거의 없다 보니, 차창 밖으로 펼쳐진 풍경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몸의 피로도 풀고 눈 구경도 할 수 있으니, 이것이 관광이 아닐까? 신칸센은 운송 수단이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한 토레이유 신칸센. 이 열차로 인해 신칸센을 타더라도 관광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