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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방랑객 Jan 16. 2020

전철 구간과 비전철 구간의 경계를 허문 열차

가시이선 - 덴챠(DENCHA)

  불과 1~2년 전만 해도 엔진 소리를 요란하게 울리며 다니는 열차를 볼 수 있었던 가시이선. 그러나 이제 가시이선에서 더 이상 디젤 엔진을 장착한 열차를 보기 어려워졌다. 그 자리는 디젤 열차가 아닌 전동 열차로 보이는 아주 조용한 열차가 대체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동안 가시이선에 전기 설비가 갖춰진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변화가 가능했던 것일까?


가시이선의 위치.


  우선 가시이선이 어디에 있는지 위치부터 살펴보겠다. 규슈의 중심도시 후쿠오카에서 동쪽으로 약간 떨어져 있는 가시이역을 중심으로 남북축으로 이어져있는 가시이선은 후쿠오카 외곽 도시들을 이어주는 짧은 노선이다. 가시이역은 후쿠오카의 중심축인 가고시마본선과 이어지고, 그 아래에 죠자바루역에서는 후쿠오카 내륙을 가로지르는 후쿠호쿠유타카선과 만난다. 그 외에는 다른 노선과의 접점이 없을 만큼 숨겨진 노선이라고 할 수 있다.


덴챠 측면에 붙어있는 엠블럼.


  가시이선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열차는 덴챠라는 애칭이 있는 열차다. 덴챠(DENCHA)라는 이름은 듀얼 에너지 차지 트레인(Dual ENergy CHarge trAin)이라는 영어 이름에서 나왔다. 열차 엠블럼을 보면 열차의 운행 방식을 파악해볼 수 있다.

  즉, 전철 구간에서는 전기 동력을 열차 내 전지에 저장했다가 비전철 구간에서는 이 전지에 저장된 에너지를 사용해서 운행을 하는 형태다. 그래서 듀얼 에너지라는 이름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때까지 볼 수 없었던 획기적인 열차의 등장은 가시이선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는데 일조했다. 열차 디자인은 기존에 나왔던 버전의 열차(817계 열차, 현재 덴챠는 819계 열차라고 불리고 있다)에서 도색만 조금 바뀌었을 뿐 디자인 자체는 바뀌지 않았기에 특별히 달라진 느낌이 없다. 


전철 구간(좌)과 비전철 구간(우)을 모두 다닐 수 있는 덴챠.


  하지만 덴챠는 역에 대기하고 있을 때 존재감을 드러냈던 디젤 열차와 달리 열차가 있는지 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하다. 일례로 역 밖에서도 디젤 엔진 소리로 열차가 왔는지 안 왔는지 파악할 수 있었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승강장에 들어와야만 열차가 왔는지 여부를 알 수 있다. 그만큼 전동 열차와 디젤 열차의 차이는 존재감부터 확연히 다르다.


덴챠의 운행을 알리는 안내문과 기존 열차 사진전.


 새롭게 바뀐 가시이선 덴챠는 기존 열차와 달리 반자동식 출입문으로, 승객이 출입문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출입문이 열리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출입문 역시 기존 열차는 1량에 2개씩 있었지만, 덴챠는 3개로 늘어났다. 그만큼 좌석수는 줄어들었지만, 승하차는 용이해졌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모든 열차가 원맨열차로 운행하는 것은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나라와 달리 가시이선을 운행했던 기존 열차의 사진을 보여줌으로써 과거와 현재의 단절을 막아주었다. 그리고 기존 열차에 대한 예의도 최대한 갖췄다. 또 가시이선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새로 도입한 열차에 대한 홍보와 기존 열차와의 달라진 점 등을 세세하게 알려줌으로써 자연스럽게 열차의 세대교체를 이루어 내었다.

  기존 열차의 사진은 우측 하단에 표기된 것처럼 일반인의 기증을 받아서 했다. 그만큼 일본은 누구나 철도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기존 열차나 신형 열차나 전혀 이질적이지 않게 흰색 바탕에 파란색 무늬가 조합된 바탕도 자연스러운 세대교체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우리나라는 새마을호가 ITX-새마을로 바뀌면서 전혀 다른 열차가 되어서 상당히 이질적인 것을 감안하면 일본 철도가 기존 열차와 신형 열차와의 조화도 분명 생각하고 디자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기 설비가 있으면 팬터그라프를 올려 충전을 한다.


  덴챠는 가시이선에서 전기 설비가 있는 유일한 역인 가시이역에서 팬터그라프를 올려 앞으로 운행을 위해 충전을 한다. 그 원리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차내 화면으로 도식화해놓았다. 그림뿐만 아니라 아래에는 한 줄로 열차의 현재 상태를 말해주고 있었다.

  가시이역을 제외하면 가시이선에서 덴챠가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는 역이 없다. 그래서 덴챠는 가시이역을 출발하려고 할 때, 팬터그라프를 내려서 디젤 열차처럼 열차 내 에너지를 통해 운행한다.


비전철화 구간으로 진입하기 전 팬터그라프를 내린 덴챠.


  이것이 바로 열차가 곧 출발을 알리는 신호다. 역시 열차 내에 화면에서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다. 이전 그림에서는 전선이 있어서 그곳을 통해 전력을 공급받았지만, 비전철화 구간에서는 열차 내 전지를 통해 에너지를 공급받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조절하는 곳은 중간의 제어장치로, 원활한 전력 공급을 위해 사람의 두뇌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비전철 구간도 문제없이 다니는 덴챠.


  덴챠의 이런 역할 때문에 비전철 구간에서도 마치 전철 구간을 달리듯 조용하게 달리는 열차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때까지 비전철 구간과 전철 구간을 동시에 달리는 열차는 디젤 열차뿐이었다. 그러나 발상의 전환으로 이제 전동 열차도 비전철 구간을 자연스럽게 달리기 시작했다.

  물론 덴챠를 운영하려면 노선 중간중간에 전기 설비를 갖춘 구간이 있어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하지만 운행 노선의 일부 구간에 한해 비전철 구간임에도 불구하고 디젤 열차를 사용했어야만 했던 기존 운영 방식은 그다지 효율적인 운영이 되지 못했다. 그런 측면에서 설치해놓은 전기 설비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덴챠의 탄생은 가시이선 뿐만 아니라 일본 지방 철도에서도 획기적인 변화를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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