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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생활자 Jul 19. 2020

원주민 vs 이주민 1편

외로운 시골생활

주변 사람들은 가끔 나의 시골생활 이주기를 브런치로 읽으며 본인도 종종 전원생활을 꿈꾸고 있다고 얘기해온다. 특히 요 며칠 행복한 시골생활 이야기를 올렸을 때 본인도 5년, 10년 뒤에 전원생활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바라는 게 큰 만큼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부각되어 보이는 게 아닌가 싶다. 


집에 대한 문제, 주변 환경에 대한 문제를 다 받아들이고 나니 마지막에 남는 문제는 역시 '이웃'이다. 시골에서 사람을 사귀는 것은 도시보다 훨씬 더 어렵다. 지금도 그렇지만, 많은 이주민에게 시골살이는 '외로움'이다.


내가 사는 지역은 생각 외로 이주민보다는 토박이가 많은 곳이다. 좋은 풍경과 한적한 주택을 찾는 이주민과 달리 토박이들은 대부분 편의시설이 있는 읍내 쪽에 거주한다. 거기에 더해 어린아이들을 둔 젊은 부부는 읍내의 아파트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아파트가 몇 채 없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의 친구들은 21명 중 18명이 읍내에 거주했고, 그중에서도 10명 이상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살고 있었다. 결국 아이가 친구들과 놀려면, 연고도 없는 그 아파트 단지의 놀이터로 향해야 했다.  


모든 아이들과 다 알고 지내는 것은 아니었지만, 몇몇 엄마들과 인사를 나누고 종종 서로의 집을 오고 가며 놀 때쯤, 집으로 온 나의 아이는 본인을 제외한 다른 친구들 모두가 한 친구의 생일파티에 초대됐다고 이야기했다. 함께 놀기도 하고 아이의 엄마와 대화도 나눴던 사이였다. 한두 번 본 사이에 생일파티를 초대할 건 아니지만, 사람인지라 서운한 맘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외지인이 이 지역에 와서 몇 년 살지 않고 떠나는 경우도 많은지라 쉽게 곁을 내줄 수 없는 건 아닐까 싶었다. 또한 초, 중, 고를 다 같이 나오는 토박이들이 함께 쌓아온 30년, 40년의 세월을 내가 1년 만에 따라잡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도 받아들여야 했다. 



속 없이 좋기만 한 아름다운 풍경



헛헛했던 나의 마음을 가장 보듬어준 사람은 같은 교회를 다니는 언니였는데, 모든 걸 낯설어만 했던 나에게 이 곳에서 선뜻 손을 내밀어 준 유일한 사람이다. 언니는 서울에서 이 곳으로 4년 전 이주했다고 한다. 딸만 둘이라, 아무래도 아들인 우리 아이와 어울리기 쉽지 않았을 텐데 그 부분에 전혀 개의치 않고 지역 도서관 수업도 데려다주고 집에 초대도 해주곤 했다. 텃밭을 가꾸는 일이나, 좋은 땅을 소개해주는 등 다방면에 큰 도움을 주고 있어 지금은 나도 많이 의지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내가 이사 전에 간절히 기도했던 '하나님을 믿는 좋은 이웃'이 이 언니가 아닌가 싶다. 외롭다는 마음이 들 때마다 대뜸 연락했다. 그런 대뜸을 받아준 언니가 참 고맙다.  


이사하고 몇 달 뒤 알았지만, 우리 동네에서 10~20분 거리의 옆 마을은 우리 마을보다 원주민의 수가 적고 이주민이 많아 새로운 이웃이 섞이기 훨씬 더 좋은 분위기였다. 양평이 서울만큼 넓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양평 내에서도 면 단위로 마을이 나뉘어 있고 면마다 갖고 있는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너무나 외롭던 이주 초기, 나는 옆 마을에서 영어회화 모임을 나가서 사람을 사귀었다. 옆 마을에는 아이의 자유로운 교육을 이유로 이주해 온 내 또래의 주부들이 많았다. 영어 모임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처럼 1년 이내에 마을로 들어온 엄마들이었다. 영어모임에서 만난 엄마들 중 한 명과는 아직도 친분을 유지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만난다. 하지만, 아이의 성별도 다르고 들어가는 초등학교도 다르기에 서로의 교집합을 유지하는 게 쉽지는 않다. 그래서 집을 정리하고 옆 마을로 이사하는 건 어떨까 하는 고민도 가끔 한다. 


글을 읽는 누군가는 '뭐야, 이 정도가 어렵다는 거야?' 싶을 수도 있겠다. 사실 그렇다. 몇 년 진득하게 섞이려고 노력하면 천천히 그들에게 나도 물들어갈 수 있으리라. 하지만 진짜 갈등은 읍내에 거주하는 젊은 토박이들이 아니라, 나의 전원주택 바로 옆에 살고 계신 어르신들과의 사이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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