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의 자유로움
며칠 전 '밀라논나'라는 유튜브 채널을 접했다. 오랫동안 패션회사의 바잉 및 고문을 담당했던 그녀지만, 나는 패알못이라서 그녀의 라이프 스타일과 삶의 철학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녀의 '모닝 루틴' 영상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나이가 드니까 24시간 내 리듬대로 살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내 리듬'이라니. 나는 인생을 '내 리듬'으로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며 사회적 요구에 맞춰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에 나를 오랫동안 봐온 지인이 내가 요즘 '나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며, 내 모습에 귀감이 된다고 말했다. 사회의 흐름이나 유행이 아닌, 나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삶. 이제야 겨우 '나의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구나.
누군가는 '경제적 능력'이 뒷받침되어야만 '내 리듬'대로 살 수 있는 거 아니냐며 반문할 수도 있겠다. 퇴직하고 노후를 준비한 시니어를 제외한다면, 경제적인 부분을 완전히 포기하고 시골에 들어올 수는 없다. 그 부분은 나도 백 퍼센트 공감하는 바다. 하지만, 도시에서처럼 일에 온전히 매진하면서 시골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진정한 시골생활의 자유를 누리고 싶다면, 삶에서 일의 비중을 낮춰야만 한다. 물론 수입을 줄이고 소비를 줄이는 것을 포함한다. 그것을 포기할 수 없다면 굳이 시골로 올 필요는 없다.
사람의 시선에 지나치게 집착하던 나였다. 그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어서 괴로웠다. 시골에서의 삶은 그 시선으로부터 나를 둔감하게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시골에 와서 신기한 부분 중 하나는 사람들의 자유로움을 들 수 있다. 비슷한 시기에 양평으로 와서 친해진 엄마 중 한 사람은 이곳 엄마들의 자유로움에 가끔씩 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여행 좀 다니려고'라고 말한 다음날 캠핑카를 구매해서 몰고 온다거나, '애들 놀 데가 없어'라고 말한 다음 날 대형 트램펄린을 사다 설치하는 식이다.
스타일도 그렇다. 시골에서는 누구나 패션이 참 자유롭다. 서울에서는 아파트의 엄마들끼리 비슷한 옷을 입는 경우가 많았다. 오죽하면 쇼핑몰에 '등원룩', '하원룩'이라는 말이 있을까. 하지만, 여기는 모두가 다른 옷을 입는다. 재밌는 것은 도리어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토박이들이 서울 스타일의 패션을 즐긴다는 것이다.
도시에서 시골로 간 엄마들은 대부분 민낯에 편안한 복장일 때가 많다. 자차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기에 가벼운 외투에 굽 없는 신발을 즐기는 것이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남자들은 더더욱 특이하다. 머리를 덥수룩하게 기른 사람들은 수도 없이 많고, 여자처럼 꽁지머리를 늘어뜨린 중년의 남성들도 자주 볼 수 있다. 그렇게 입어도 여기에서는 누구도 시선을 두지 않는다. 옷을 쫙 빼입고 1톤 트럭을 몰고 가거나, 비싼 외제차를 타고 농사용 부츠를 신은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그 안에서 나도 내 나름의 자유를 누린다.
양평에는 물론 부유한 경제상황에서 전원생활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대부분은 큰 욕심이 없기에 시골로 오는 것을 결심한다. 몇 년 전만해도 땅값이 무척 저렴했기에 넓은 대지를 구입해서 텃밭 농사를 지으며, 농사지은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자랑을 해도 자랑이 되지 않는 동네이기에 서로가 가진 것들을 부끄러움 없이 나누며 서로의 집을 허물없이 오고 간다.
그렇게 시골살이를 사랑한다. 나를 자유롭게 해 준 이 곳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