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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생활자 Jun 27. 2020

집에서 쥐 소리가 났다

이틀 전 새벽, '갈그락 갈그락'하는 소리에 잠을 깼다. 비가 많이 오던 날 밤이었다. 어딘가 물이 잘 안 빠져서 나는 소리인가 싶었는데, 화장실에서 물을 내리고 나오자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상했다. 그렇게 새벽 4시부터 잠을 이루지 못했다.


평소와 같이 7시에 일어났는데, 새벽에 들었던 '갈그락 갈그락' 소리가 다시 들렸다.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계단 쪽에서 나는 소리였다. 급히 남편을 불러 이 소리를 들어보라고 했다. '쥐 같은데.'라고 말하며 남편이 벽을 쾅쾅 치자 소리는 다시 잦아들었다. 남편이 말했다.


'쥐 맞네.'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내가 가장 원하지 않았던 그것이 맞았다. 주택살이 중 심심치 않게 겪게 된다는 쥐가 들어왔다. 우리 집에는 안 들어올 거라고 생각한 건 나의 오만이었다.


온몸의 털이 쭈뼛 선 나와 달리, 남편은 담담했다. '주택인데 어떡해. 이런 일도 있는 거지. 쥐약 사서 주변에 놔둬야겠네.' 옆 집 일인 듯 얘기하는 남편이 야속했다. 남편이 출근한 뒤, 쥐와 단 둘이 집에 있을 수 없어서 집 근처 카페로 도망쳤다. 거기서 작년에 쥐를 겪었던 아이의 어린이집 친구 엄마에게 연락을 했다. 그 엄마도 이 일이 쉬운 문제가 아니란 걸 알았는지, 자기 집에 와서 보면 좋을 것 같다며 나를 초대했다.


친구네 집은 황토와 목조가 혼합된 형태의 집이었다. 그 집 또한 1층과 2층 사이의 계단 주변에서 가장 문제가 많았다고 한다. 처음엔 쥐가 알아서 나가길 며칠 기다리다가 문제가 없어지지 않자, 쥐가 들어올만한 틈 사이에 마른 고추씨를 불에 태워서 쥐를 쫓아보기도 했단다. 하지만, 쥐가 집을 나갈 틈을 찾지 못했는지, 이 방법은 소용이 없었다고.


결국은 전문 방역 업체를 불렀는데, 업체가 시원찮은 곳이었는지 쥐 소리가 많이 나는 천정 위에 드릴로 구멍을 4개 뚫어 쥐약을 구멍 사이로 밀어 넣는 방역만 해주었다고 한다. 업자는 쥐가 그 쥐약을 먹으면 눈이 서서히 멀어가면서 빛이 있는 구멍으로 나가서 죽게 된다고 말했지만, 불행히도 나갈 구멍을 찾지 못한 쥐가 집 내부에서 죽는 바람에 지독한 냄새가 나서 결국 다락방 안의 벽을 톱으로 뜯어내고 쥐 사체와 쥐똥, 오줌을 직접 치웠다는 어마어마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면서 업자를 소개해달라는 나에게, 그 업체는 소개해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게 쥐약을 놓고 가주는 방역비용으로 10만 원을 받았단다. 그러면서 좀 더 비싸더라도 제대로 해주는 곳을 알아보라고 조언해주었다. 여러 이야기를 들은 나는 포털 사이트로 '쥐 퇴치'를 검색했다. 사는 곳이 시골이라 여기까지 와준다는 업체가 한 군데도 없었다. 코로나 때문에 방역업체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어 더 그런 듯했다. 어쩔 수 없이 '숨고'라는 소개 업체에 신청서를 접수했는데, 다행히 두 군데의 업체에서 연락이 들어왔다. 쥐가 없어질 때까지, 끝까지 쥐 퇴치를 도와준다는 업체와 20만 원에 얘기를 마쳤다.


다음날 아침, 방역 업자가 도착했다. 우연히 쥐가 알아서 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 희망을 걸기도 했지만 다음날 새벽에도 계속해서 '갈그락 갈그락'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그리고 이번엔 더 큰 소리가 났다. 업자 분에게 상황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드리고, 업자는 소리가 나는 주변의 천정과 벽, 쥐가 들어올만한 구석구석을 살폈다. 그리고 쥐가 벽에서 이동한 흔적이 없어 쥐 약을 놓더라도 죽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얘기했다. 결국은 쥐가 천정을 돌아다닐 만큼 영역을 확보한 뒤에 약을 놓아야만 효과가 발휘된다는 얘기였다.


업자가 얘기해준 더 큰 문제는 '땃쥐'인 경우인데, 들쥐와 달리 땃쥐는 쥐 약을 먹고도 잘 죽지 않아서 벽 속으로 쥐 끈끈이를 집어넣어야만 한다고 했다. 또한 손바닥만 한 들쥐와 달리, 크기가 실험 쥐처럼 작아서 집안 곳곳을 더 많이 누빌 수도 있다. 땃쥐가 아닐 거란 보장이 없으므로, 아니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머리 부분이 두더지를 닮은 땃쥐  < 출처 : 두산백과 >


충격적인 얘기는 산에서 자라는 들쥐는 땅 속에 살기 때문에 땅을 통해 집 속에 들어온다고 했다. 날카로운 이로 오랜 시간에 걸쳐 콘크리트에도 구멍을 낸다고. 집에 있는 모든 구멍을 다 막아도 쥐가 들어올 가능성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집의 마당과 주차장, 창고까지 주변을 모두 살폈다. 사실 쥐 소리가 나기 2-3일 전에 창고 입구에서 쥐 똥을 봤는데, 창고라서 그러려니 했던 터였다. 그것을 본 업자는 쥐가 타고 들어갔을 만한 땅의 구멍 곳곳에 쥐약이 묻은 건빵을 한 무더기 씩 놓고 갔다. 이 건빵을 쥐들이 가져다 먹길 바라는 것이었다. 안타까운 것은 주변의 길고양이들도 그 건빵을 먹는다는 것이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업자는 집 천장에서 쥐가 우다다다 뛰는 소리가 들리고 2~3일 뒤에 자신을 다시 불러달라고 했다. 그때 쥐약을 놓으면 그 쥐가 약을 먹고 7~10일에 걸쳐 서서히 죽어가고, 만약 집 안에서 죽더라도 한 달 이내에 사체가 모두 부패하기 때문에 안 좋은 냄새가 며칠 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히 해결이 된다고 했다. 아이의 친구네 집은 황토와 목조 구조이기 때문에 냄새가 더 심했던 것 같다.


이렇게 쥐의 문제는 과정 중에 있다. 주택살이 1년 반도 안되어 정말 큰 일을 겪고 있다. 생각해보면, 내가 고등학생 때 살았던 공원 옆의 주택에서도 왕왕 쥐가 나오곤 했다. 친정엄마가 새벽녘 안방 문을 열다가 쥐와 눈이 마주쳤다는 얘기도 생각났다. 그때는 그러려니 하고 살았는데, 지금은 왜 이리 견디기가 힘든지. 어차피 겪어야 할 과정이라면 이 과정이 빨리 지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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