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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생활자 Jun 17. 2020

부동산에게 퇴짜를 맞았다

진짜 우리집이 팔릴까?

남편과 몇 번 이야기를 나누고 주변에 믿을만한 부동산을 알아보았다. 역 앞에 있는 OO부동산이 이 지역에서는 가장 매물도 많고, 꼼꼼하게 알아봐 준다는 얘기가 나왔다. 성급하지 않게 며칠을 더 고민해보고 부동산에 연락을 취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집을 좀 내놓으려고 하는데요."

"그래요, 집이 어떤데?"

"건평 29평이고요, 대지는 83평이에요."

"지역은?"

"OO리에 있는 타운하우스 아시죠? 그 타운하우스 중에 하나예요."

"그래서 얼마를 받고 싶은데요?"

"저희는 3억O천만원이 들었어요."

"안돼. 그럼 우린 못 내놔요."

"그럼, 얼마 정도에 내놓으면 될까요?"

"그것도 몰라. 괜히 얼마라고 얘기했다가는 분양사한테 항의 들어와. 그래서 이 주변 부동산들은 타운하우스 매물은 취급 안 해요."


어쩌란 얘긴가. 부동산 사장님은 말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면서 판매가 어려움을 계속해서 얘기했다. 또한 같은 동네, 또는 조금 더 시내에 가까운 마을의 신축이 우리집보다 4천만원 이상 저렴하다면서 가격을 한참 더 깎아야 한다는 식으로 대화를 이끌었다. 나는 진공유리, 시스템에어컨 얘기는 물론이고, 창고도 따로 있고 주차 박스도 다 되어있다고 어필했지만 노련한 부동산 사장님을 설득시키기는 어려운 듯했다. 그래도 우리가 몇천만 원 손해보고 판다고 하면 내놓을 수는 있겠냐고 물어보자, 그렇다면 생각해보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렇게 좋은 우리집인데 손해를 봐야 한다니


시골 지역의 대지 가는 사실 동네마다 정확하게 책정되어 있지 않다. 말 그대로 땅 주인 마음이다. 바로 옆에 근접해 있는 땅이라도 어떤 전망을 가졌는지, 토목이 되어 있는지 아닌지, 상수도와 지하수, 도시가스 등의 여부에 따라 평당 백만 원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내놓을 가격이 가능하리라 여겼다. 하지만, 집이 없는 대지와 달리, 주택은 주변 시세라는 것이 있었다. 우리가 집값을 올려놓으면, 전체적으로 집값이 조금씩 올라가고, 그것은 부동산의 판매를 어렵게 만든다. 부동산이 나의 전화에 퇴짜를 놓은 이유는 그런 연유인 듯했다.


마음이 흙탕물처럼 흐려졌다. 애쓰고 공들여 지은 우리집이 헌신짝 취급을 당한 것 같았다. 남편과 내가 눈먼 장님처럼 계약했던 금액 중 일부가 한순간 사라진 기분이 들었다. 대부분의 타운하우스는 주변 대지가보다 평당 30~50만 원이 더 높다. 사무실 운영비와 홍보비, 집을 짓기 위해 사용된 대출금의 이자 등을 충당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물론, 모든 타운하우스가 주변시세보다 높은 대지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분양사에 속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타운하우스를 되팔아야 할 때는 결국 주변시세와 같은 금액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3~5천만 원 정도의 금액을 포기하고 1년 반 밖에 살지 않은 이 집을 파는 것이 맞을까? 서울에 있는 아파트에 살았다면 이런 고민은 하지 않았을 텐데. 그냥 창고를 집처럼 개조해서 이 집에서 더 오래 사는 게 낫지 않을까?


고민에 고민이 계속 이어졌다. 부동산 사장님과 통화한 그 날,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우리 가족이 1년 반 동안 행복하게 산 금액이 3천만 원짜리라는 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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