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골생활자 Jun 16. 2020

우리집을 팔 수 있을까

초보주택러의 큰 실수

양평에 있는 고급 타운하우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몇 개의 하자 외에 이 집에 대한 우리 가족의 만족도는 무척 높았다.  적극적으로 우리 가족의 필요한 부분을 건축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방마다 설치된 시스템 에어컨, 단열에 강한 진공유리 창호, 적당한 크기의 마당, 작은 공간이지만 살뜰하게 챙긴 다용도실, 집에서 틈틈이 일을 할 수 있는 2층의 작은 거실까지. 우드와 화이트, 블랙이 적당히 어우러진 인테리어는 물론, 멀바우로 제작된 싱크대 상판과 창호 사이즈에 맞춰 제작한 커튼과 블라인드까지 구석구석에 우리의 애정이 깃들었다. 그런데, 딱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집이 너무 작았다.


우리집은 건축면적 29평 대의 집인데, 나중에 건축물대장에서 보니 전용면적 상으로는 25.6평에 불과했다. 건축면적은 대부분 건축물 외벽으로 둘러싸인 바닥면적을 뜻하며, 전용면적은 건축물 외벽의 중간선을 기준으로 측정한 바닥면적을 뜻한다. (앞에 적은 방식 외에 건축면적과 전용면적은 측정 방식이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단열을 위해 단열재를 두장씩 덧댔기 때문에 전용면적이 더 좁아진 것도 이유였다. 25평에 방 세 개를 넣으려다 보니, 세 개의 방 모두 크기가 작아졌고, 결국은 주방과 거실, 세 개의 방이 모두 작은 사이즈로 만들어졌다.


가끔은 답답하게 느껴지는 작은 거실


서울에서 살던 집은 베란다가 확장된 33평의 집이었다. 조금 오래된 아파트라서 거실과 안방이 엄청 넓게 빠진 형태였다. 집은 낡았지만, 공간이 넓으니 조금 어질러도 티가 나지 않아 좋았다. 전에 지내던 집이 더 넓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집을  작게 지은 이유는 '건폐율' 때문이다.


우리집의 대지는 83평이다. 더 큰 집을 짓지 그랬냐고 속없이 얘기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그들은 대부분 이 지역의 '건폐율'에 대해 알지 못했다. 건폐율은 '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면적의 비율'인데, 1층의 면적만 포함된다. 내가 사는 지역은 상수도 보호지역이라서 다른 지역보다 건폐율이 많이 작은 편이다. 경기도 권의 타 도시들은 대부분 40%의 건폐율을 갖고 있지만, 양평 지역 대부분은 20%의 건폐율을 갖고 있다. 이 건폐율 이상으로 집을 지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집의 경우, 83평*20% = 16.6평의 면적으로 1층을 건축을 할 수 있다. 만약 1,2층을 직선으로 그대로 올린다면 33.2평이 된다. 중요한 것은 이 것이 전용면적이 아닌 건축면적 기준이라는 것이다. 실제 부동산에서 얘기하는 집의 크기는 전용면적이기 때문에 내가 33평의 집을 짓더라도, 결국은 30평 정도의 집을 갖게 되는 셈이다. 우리집은 1층은 20%를 거의 꽉 채워 건축하고, 2층의 공간은 일부 테라스 공간으로 남겨두었기 때문에 29평의 건축면적을 갖게 되었다. 서비스 공간이라 불리는 다락을 추가로 지을 수도 있었지만, 계단을 두 번이나 오르는 것은 우리 가족의 생활과는 맞지 않아 진행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2층에 테라스를 두지 않고 33평을 꽉 채워지을 걸, 많이 후회된다. 하지만, 이미 다 지은 집을 어쩌랴.


타운하우스를 계약하던 시점에 우리 부부는 운영하는 회사에 경제적인 어려움을 갖고 있었다. 14세대 중, 13세대가 분양되고 남아 있는 대지는 하나였는데 160평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크기가 너무 컸다. 160평을 다 구매한다면 갖고 있는 예산보다 1억 이상 초과되는 셈이었다. 대출이라는 손쉬운 방법이 있었지만 모험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 대지를 절반으로 분할하여 계약했다. 집은 25평이지만, 주차장 옆에 6평짜리 창고도 있고 창고를 방처럼 사용한다면 크기는 충분할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창고는 창고일 뿐 진짜 집은 아니었다.


또 하나 놓친 것이 있었다. 전원주택의 가치는 대부분 '대지'의 크기에 따라 결정된다. 주택 건물은 아파트와 달리 짧은 시간에 그 가치가 급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래된 주택들은 대부분 대지가에 따라 주택의 금액이 결정된다. 시골 지역이라도 대지 가는 꾸준하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대지를 넓게 확보해야만 주택의 가치를 보존할 수 있다. 하지만, 83평으로는 주택가치를 보존할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 쓰지 않는 고급 자재로 기본 분양가에 추가 비용을 잔뜩 들인 우리집도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치는 확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역시 우리는 초보주택러였다. 이제 어쩐다. 그러면 집을 한번 팔아볼까. 그런데 이 집이 팔리긴 할까?

 

이전 14화 상추씨를 뿌렸습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