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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생활자 Nov 09. 2020

프로 민원러의 삶 1편

시골에 살면서 가장 불편한 것 중 하나는 쓰레기 처리의 문제다. 쓰레기 수거 차량이 오는 날은 주 1회 목요일 아침. 가장 곤란한 것은 음식물 쓰레기로 한 여름에는 쓰레기 차량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 뒷산에 묻는 사람, 마당에 묻는 사람, 쓰레기 분쇄기를 설치하는 사람 등이 있지만, 어느 방법도 썩 내키지 않아 여름 내 썩은 냄새와 함께 생활을 해야 했다. 음식물 쓰레기봉투는 밀폐된 통 안에 잘 넣지 않으면 길고양이에게 산산이 뜯기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이사 후에 알게 되었지만, 우리 집 대문 앞 전신주는 기존에 먼저 살고 있는 몇 가구의 쓰레기 집하장이었다. 먼저 생성된 아랫동네는 각자 대문 앞에 쓰레기를 버리는 형태였지만, 주민 수가 적은 윗동네는 골목도 더 좁아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렇게 1년을 넘게 지내면서 가구수는 20여 개로 늘어났다. 그만큼 모아지는 쓰레기의 양은 어마어마했다. 하룻밤만 잘 견디고 다음날 아침 모두 수거해간다면 문제 될 게 없었다. 하지만, 쓰레기 분리수거를 정확하게 지키지 않으면 미화원은 그 봉투를 수거하지 않았다. 그렇게 수거되지 않은 쓰레기가 몇 주를 쌓여 있으면, 동네 단톡 방에 어김없이 사진이 올라왔다. 그 후에 겨우 쓰레기가 치워지는 일이 반복됐다. 


코로나로 인해 일을 며칠 쉬고 집에 있던 날이다. 매주 목요일 아침 쓰레기 차가 오는 날이었다. 미화원을 기다렸다는 듯 윗집 할아버지와 미화원의 실랑이가 시작됐다. 제대로 분리되지 않은 쓰레기를 누가 다시 치우겠냐며, 할아버지는 이 정도는 그냥 가져가라고 미화원을 설득했다. 하지만, 미화원 입장에서도 반복되는 쓰레기 문제를 손대고 싶지 않은 건 당연했다. 둘의 실랑이 후에 쓰레기는 우리 집 앞에 그대로 남았다. 이 마을 스트레스의 고리를 끊어내야겠다는 다짐이 내 마음속에서 스물스물 올라왔다. 


먼저 면사무소로 전화를 걸었다.  


"OO리에 살고 있습니다. 저희 집 앞에 20여 개의 가구가 쓰레기를 버리고 있는데, 

수거되지 않은 쓰레기가 매주 발생합니다. 아랫동네처럼 저희 동네도 대문 앞 수거로 변경해주실 수 없을까요?" 


"늘어나는 군민 수에 비해 군 내의 환경미화원 수가 적습니다. 인력부족의 문제로 대문 앞 수거는 불가능합니다."

"저도 OO군에 세금을 내는 군민입니다. 군민 수가 늘어나면 당연히 환경미화원 수도 충원하는 것이 맞다고 여겨집니다."


"네, 저도 공감하는 바입니다만, 현실적인 예산 문제로 인해 현재 바로 충원은 어려운 상황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1년 반 전에 같은 문제로 여러 사람이 면사무소에 동일한 요청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년 반 동안 어떻게 아무런 변화가 없을 수 있나요?" 


"맞습니다. 저도 지속적으로 군청에 요청하고 있으나, 군청에서 진행해주고 있지 않습니다."




기가 막힐 일이었다. 결국 남 탓이며, 본인 책임이 아니었다. 공무원들의 한결같음에 기겁하며 군청의 인력 부서로 전화를 걸으나, 그들 또한 미화원의 인력 충원은 본인들 소관이 아니며, 그 문제는 면사무소와 대화할 일이라고 말했다. 예상했던 도돌이표에 동네의 단체 카톡방에 도움을 요청했다. 몇몇 분들이 나의 어려움을 공감하며 면사무소와 군청으로 전화를 걸어주었다. 여러 통의 전화가 이어지자 다음 날 면사무소 직원이 집 앞으로 방문해서 현장의 사진을 찍고 나의 고충을 듣고 돌아갔다. 몇 주째 방치된 쓰레기는 며칠 후 미화원이 수거하였다. 


다행히 나의 민원은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수거차량의 진입이 어려운 한 골목 위의 7개 집을 제외한 모든 집이 대문 앞 수거가 가능하도록 조정된 것이다. 7개 집의 쓰레기는 여전히 수요일 저녁부터 목요일 아침까지 우리 집 앞에 있지만, 치워지지 않고 남겨지는 쓰레기는 이제 얼마 되지 않는다. 


시골에서 가장 무서운 건 민원이라는 얘길 종종 듣는다. 관리실도 없고 관리자도 없는 곳에서 서로 얼굴 붉히며 해결할 수 없는 일은 부지기 수다. 결국 민원을 통한 제3자의 조정을 통해 최선의 방향을 찾아간다. 민원은 나같이 무식하게 면사무소에 연락하는 것보다는 군청 민원실로 찾아가 정확한 서식을 통해 요청하는 것이 더 빠르다. 또는 '국민신문고'를 이용해 사진과 함께 정정요청을 하는 것도 빠른 결론을 도모할 수 있다. 앞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위해 더 지혜로운 프로민원러가 되어보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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