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골생활자 Dec 20. 2020

겨울의 시골살이

겨울 따위, 무섭지 않아 

밤마다 온수를 졸졸 틀어놓고 자야 하는 추운 겨울이다. 이렇게 졸졸 틀어놓지 않으면 밤새 수도가 얼 수 있다. 고등학생 때, 우리 집은 2층짜리 단독주택의 2층을 통째로 썼는데 무척 오래된 주택이라 단열이 제대로 되지 않아 엄청 추웠다. 그 집에서 엄마는 전투적으로 보온에 신경을 쓰셨다. 밤마다 물을 쫄쫄 틀어놓는 것은 물론, 모든 창문을 비닐로 꽁꽁 덮었다. 당연히 환기는 되지 않았지만, 그렇게 살지 않으면 밤마다 코가 시려서 잘 수 없었다. 그러고도 너무 추워서 온 가족이 안방에 이불을 덮고 앉아 고구마에 김치를 얹어 먹었던 시절이었다. 


양평의 겨울은 매섭다. 주소로는 경기도지만, 날씨로는 강원도와 경기도 중간에 낀 곳이라 겨울의 매서운 강바람을 무시할 수가 없다. 약 50년 전, 팔당댐이 생기기 전에는 두물머리 주변이 온통 꽁꽁 얼어붙어 걸어서 강 위를 건널 수 있었다. 지금은 강물이 훨씬 깊어지고 예전보다 기후도 온난해져 그렇게 두껍게 강이 언 풍경은 쉽게 볼 수 없다. 


하지만, 겨울의 시골살이는 추위에만 잘 대비한다면 크게 어려울 건 없다. 사실, 아파트에서도 추위는 무서웠다. 주택으로 이사 오기 전에 지냈던 15년 된 아파트는 다용도실의 하수관이 얼거나, 세탁기 호스가 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매일 같이 관리실에서 '한파로 인해 세탁기 사용을 자재해달라'는 방송이 나왔다. 그에 비하면 단열이 잘된 요즘 주택은 훨씬 관리가 쉽다.


가장 중요한 건 수도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기 시작하면, 수도계량기 주변을 헌 옷과 이불 등을 이용하여 잘 감싼다. 그리고 외부에 노출된 수도의 물을 전부 뺀다. 수도의 물을 빼놓지 않으면 얼어붙은 물에 외부 수도관 일부가 파열되는 경우가 흔하다. 결국 다음 해 봄, 외부 수도 바닥을 깨고 땅 속의 수도관을 수리해야 하는 큰 공사를 진행하게 된다. 작년에 함께 이사한 집 중 하나도 그렇게 수도관을 교체해야 했다. 물을 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스티로폼 단열재나 이불 등을 이용해서 외부 수도관 주변을 꼼꼼히 감싸 놓길 바란다. 작년 우리 집도 수도관 물이 빠지지 않아 그렇게 해 놓았는데, 다행히 수도관 파열 없이 겨울을 잘 넘겼다. 


그리고 조심해야 할 것은 보일러. 요즘 보일러는 보일러가 얼지 않도록 자동으로 보일러를 가동하는 기능이 추가되어 보일러가 얼어서 고생했다는 얘기는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었다. 십수 년 전 학교 앞에서 동생과 자취하던 무렵 살던 집의 보일러는 집 옆의 외부 창고에 있었다. 그때도 보일러를 좀처럼 틀지 않던 동생과 나 때문인지 결국 보일러 일부가 얼어 사람을 불러 해결해야 했던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웃픈 얘기지만, 그래서 보일러 실은 꼭 집 내부에 있는 것이 좋다는 게 내 생각이다.


간혹 전원주택을 주말주택으로 사용하는 분들의 경우, 보일러 문제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요즘처럼 강한 한파에 온기가 없는 집에서는 어김없이 어딘가가 얼고, 보일러 관 일부가 터지는 경우도 많다. 결국 집 전체에 물난리가 나는 경우도 생긴다. 그래서 한 달에 며칠 사용하지도 않는 집에, 보일러를 18~19도 정도로 켜놓고 다닌다는데 그 비용이 생각보다 적지 않다. 단열이 잘 되어 있지 않은 집은 이 정도 사용만으로도 한 달에 30~40만 원씩 가스비를 낸다는 얘기도 전해 들었다. 


이런 경우가 적지 않다 보니, 내 주변의 지인 중 한 분은 주말주택에 아예 보일러를 설치하지 않았다. 봄, 여름, 가을에만 그곳을 이용하고 겨울에는 집의 모든 물을 다 빼둔 채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봄, 가을 추울 때는 난로와 전기장판 등으로 난방을 한다고 했다. 무엇이 더 효과적인지는 알 수 없지만, 주말주택의 난방은 집주인의 과감한 결정을 요하는 부분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얘기하고 싶은 것은 자동차 배터리다. 시골살이 첫 해였던 작년 나는 배터리 방전으로 겨울 한철에만 세 번의 출동 서비스를 받아야 했다. 물론 배터리가 아주 쌩쌩하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에서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일이었다. 결국 배터리를 교체했고 그 이후로 출동 서비스는 한동안 만나지 않았다. 하지만, 매년 배터리를 교체할 수는 없는 일. 그래서 주차 중에는 블랙박스의 전원을 꼭 꺼둔다. 동절기 배터리 소모의 가장 큰 부분이 블랙박스이기 때문이다. 사소한 행동이지만 생각보다 효과가 크다는 걸 꼭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자동차를 사용하지 않는 날이 이틀 이상 길어지면, 잠깐 나가서 시동을 걸어주기도 한다. 주차장에 셔터가 내려진 경우라면, 조금 덜할 것 같지만 아무래도 영하의 날씨를 그대로 감당하는 건 자동차에는 무리가 되는 것 같다. 출발 전 5분 이상 시동을 걸어두고 자동차의 온도를 높인 후에 출발하는 것도 추천한다. 출동 서비스 기사님이 말씀하셨던 부분으로 추운 날씨에 바로 출발하는 경우, 자동차의 엔진에 손상이 생길 수 있다고 하셨다. 


겨울에 조금 더 신경 써야 하는 것들은 이게 전부다. 잔디를 깎을 일도, 텃밭을 챙길 일도 없는 시골의 겨울은 여유롭다. 창 밖으로 눈 쌓인 풍경을 보며, 다시금 고구마에 김치를 얹어 먹는 시간이다. 수십 년 전의 그때보다는 훨씬 따뜻한 내 집에서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