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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즈 May 25. 2023

방학에도 출근

방학이 무서워요.

 교육행정직 공무원이 합격하고 근무를 하게 되면 젤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

 "방학에도 쉬고 좋겠어요!“

 "아니에요, 저희 방학에 출근해요."

  아무리 교사가 아니라고, 그냥 공무원이라고 말해도 학교에서 일한다고 하면 방학에 출근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간혹 방학에 학교는 비어 있다고 생각하시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사실 방학이 젤 두려운데 말이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아 사람들은 수도권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90~'00년 대규모로 진행되었던 신도시 개발에 따라 경기도에는 수많은 학교가 지어졌다. 신도시와 함께 나이가 들기 시작한 학교들은 20살이 훌쩍 넘었다.

  노후화가 진행되는 학교 건물들은 여기저기 수리할 곳이 쏟아지고 있다. 이미 불혹을 넘은 학교들은 그린 스마트 학교로 아예 새로 탈바꿈하고 있다. 새로운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간간이 새로운 학교가 세워지고 있지만 새 학교도 별반 사정은 다르지 않다. 새로 지었다하면 고칠 곳이 없어야 할 테지만 어찌 된 일인지 새로 지은 건물도 하자보수가 만만찮아서 방학 기간 내내 학교는 공사 중이다.


  이렇게 바쁜 방학을 굳이 나눈다면 젤 싫은 겨울방학과 조금 덜 싫은 여름방학이 있다.


  요즘 여름방학 기간은 많이 짧아져서 보통 3주 하고 하루, 이틀 정도를 더 보내게 된다. 채 한 달이 아닌 수준의 짧은 기간이지만 공사를 피할 수 없다. 학기 중에 수업 시간 소음 발생을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시급하지 않지만 여유있는 날짜확보가 필요한 공사들은 학기가 끝나길 기다렸다 방학에 해야하기 때문이다. 교사동 내부가 아닌 외부 공사의 경우 겨울동절기 공사 중지 기간을 피하고, 배관공사처럼 날씨의 영향을 받아 겨울에는 불가능 공사일 경우도 있어 여름방학에 진행해야 한다.

  학교마다 학기 중 재량휴업일 증가로 방학일수가 줄어드는 요즘 특히나 여름방학은 체감상 공사 하나를 끝내고 나면 바로 개학이 들이닥친다.

     

  그래도 여름방학은 나은 편이다.

  교육행정직을 시작하며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던 겨울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경기도나 여타 몇몇 지역처럼 봄방학이 사라진 학교들은 겨울방학이 보통 1월 초에 시작해서 2월 말까지 거의 2달 가까이 된다. 학생이 없는 이 긴 기간 동안 공사 기간이 넉넉하게 필요한 공사가 진행된다.

  겨울방학에는 2~3개의 공사가 함께 추진되는데 거기에 한 학년도의 마무리를 위한 결산, 각종 목적성 경비 정산, 새 학기 예산 및 새 학기 준비까지 겹치면 정말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바쁘게 돌아간다.

  가을이 저물어가고 해는 짧아질 때. 찬 바람이 불어오면 저절로 마음이 무거워진다. 좋아하는 캐럴을 쉼 없이 틀어놓고 출근해도 쏟아질 일 걱정에 마음이 무겁다.     


 최근에는 예상치도 못한 복병이 등장했다. 사실 공사는 내가 하겠다고 계획을 짜서 예산도 확보하고 일정도 미리 조율을 할 수 있지만, 예상치 못한 일로 방학을 두렵게 하는 것이 있으니 그건 바로 기후변화다.

  웬 기후변화???

  방학에 근무하는 공무원과 기후변화라 접점이 쉽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마치 우리가 티브이 속 북극의 얼음이 녹아서 북극곰이 고립되었다는 이야기를 보며 안타깝기는 해도 피부로 와닿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방학만 되면 정말 뼈저리게 느껴진다.

  '그래 지구를 지켜야 해….'

  대부분 학교의 교육행정직들은 피부로 느끼고 있지 않을까?


  여름의 국지성 폭우로 인한 누수, 삼한사온이 사라진 겨울 혹한의 동파.

  비단 5년 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저 긴 장마로 체육과 바닥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막으려 하루 종일 에어컨을 틀고, 오래된 학교의 방수공사, 수로 청소. 겨울에 안 쓰는 특별실과 대형 정수기를 물을 빼고, 눈이 오면 눈삽으로 눈을 치우고, 기계실에 라디에이터를 틀어놓는 수준의 일상적 대비였다면 지금의 날씨는 정말 대책이 없이 몰아친다.

  배수로와 집수정이 감당하지 못할 수준의 폭우로 출근해서 물 퍼 나르고(이 정도는 양호하다.) 갑자기 전기가 끊어지고, 동파 방지를 위해 난방도 틀고 퇴수를 해도 갑자기 몰아친 한파에 외부 필로티를 지나가는 배관들이 동파되기도 한다. 각종 모터가 한파가 지속되는 기간을 견딜 수 있을지 장담할 수가 없다. 2020년도에 접어들면서 그 정도가 심해지는 느낌이다.

  혹시나 닫히지 않은 창문으로 태풍이 들이쳐 체육관에 피해가 발생한다면, 동파로 누수가 발생한다면. 혹시나 불이라도 나면 어쩌지. 혹시나, 혹시나. 이렇게 걱정과 불안만 늘어간다.     


  늘 평화로워 보이는 방학.

  학교도 바삐 돌아가는 일상이 있다. 그 일상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다. 

  

  방학에도 출근하는 학교 사람들

  우리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우리는 교육행정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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