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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즈 Jul 29. 2024

그깟 점심이 뭐라고

-그렇게 생각하니 문제지.

날씨가 덥다.      

매해 기록적인 폭염이라지만 올해는 정말 습기 때문에 더 힘들게 느껴진다.     

끼니를 챙기는 노동은 더욱 번거롭고 귀찮다.     

배달음식 앱을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한다.     

간단하면서, 건강하고, 저렴한 식사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에어컨도 없던 나 어린 시절 엄마들은 얼마나 고생하셨을까?     

"출출한데 오늘 점심은 가볍게 국수나 먹을까? 김밥도 좋고."     

한때 눈치 없는 아빠를 놀리는 밈으로 돌던 말이다.     

한때인 줄 알았는데 아직도 끝나지 않았나 보다     

심지어 직장에서도 사라지지 않았다니  

             

충북 청주시 문의문화재단지 내의 일부 공무원들이 70대 여성 기간제 근로자에게 수년간 점심 식사 준비를 요구한 갑질 의혹이 제기되었다는 뉴스가 생각났다. [70대 기간제에 "점심 차려달라"… 청주 공무원들 10년간 '갑질' 최은서 2024. 6. 18. 15:47 타임톡126https://v.daum.net/v/20240618154711334]     

70대 기간제 근로자에게 본인들의 점심을 위한 장까지 봐서 준비해서 식사를 만들게 했다. 당사자들은 본인이 거부 의사가 없고, 합의하였기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생각인지 하나하나 설명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벽을 느낀다.     

중간에 제일 기함한 부분     

"....공무원 4명은 각각 10만 원씩을 걷어 A씨에게 주고 점심을 준비하게 했다. A씨는 출근 전 식재료를 구매한 뒤 버스를 타고 근무지까지 이동했다. 출근 이후에는 점심시간인 오전 11시 30분 전까지 식사 준비를 마치고 설거지 등 뒤처리도 도맡았다…."     

본인들에게는 너무나도 간단하고, 건강하고, 저렴하게 식사를 해결하는 방법이었겠지.     

가사노동의 가치를 얼마나 바닥으로 보고 있으며, 걷었다는 돈은 고작 10만 원.     

그걸로 점심을 만들어내라니, 아마도 세상에 눈 감고, 귀 닫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그 노동을 단순하게 생각했을까?     

기존의 모든 사람이 거부하지 않았다는 것은 결국 그 자리를 거쳐 간 많은 여성 노인이 일자리를 잃기 싫어서 어떠한 의사 표현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사자가 거부하지 않았고, 합의했으니까 괜찮지 않냐는 답변은     

너무나도 가해자의 전형적인 답변이었다.   

            

우리는 결국 노인이 된다.     

나는 거기다 여자 노인이 된다.     

무서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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