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소식지인 포커스라는 잡지를 보고 처음 마라톤을 시작한다. 계속되는 야근으로 달리기 연습은 시작도 못한다. 잡지에 나온 독일 마라톤을 접수 했는데 날짜가 다가와서 초조하다. 20년 전이라 까마득해서 글쓰기가 부족할 수 있으니 이해 바란다.
그렇게 독일 마라톤 패키지를 신청으로 무작정 비행기에 오른다. 한번 결심하면 그냥 한다.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해서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특히 속내를 드러내는 것을 싫어하니 조용히 다녀온다. 누군가와 부대끼면 싸우고 할키고 마음이 속상하고 괴로우니 외로이 출발이다. 비행기 안에서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을 만난다. 치과의사, 동두천시 의장, 철도청 차장, LG그룹[사내 마라톤 대회에서 여자부 1등, 공짜 비행기 티켓으로 탑승] 대리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과 어울려 지낸다. 그들은 비행기 안에서도 스트레칭으로 몸을 수시로 놀린다. 몸을 아끼고 끈임없이 움직이며 초짜인 나에게 마라톤 정보를 준다.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그들의 정보를 빨대로 꽂고 쪽쪽 빨며 쉼없이 작은 수첩에 메모한다. 먼 나라에서 42.195km를 달린다. 연습을 안 했으니 딱 죽을 맛이다. 소변이 마려운데 화장실이 보이지 않는다. 달리는 중에 하늘에서 물샤워가 나오기에 실례를 한다. 조금 미안하고 창피하지만 어디 들어가기에는 내 정신과 육체가 말이 아니다. 20km쯤에 저승사자가 나에게 다가온다. 그렇게 구급차에 실려 종점에 도착했는데 다들 선수인양 늦게 온 나만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그들 모두 몸을 잘 다졌으니 무사히 완주한 모양이다. 멋 모르고 무모한 도전을 하는 나는 멍텅구리 이다. 그 이후로도 나는 마라톤을 좋아한다. 혼자 뛰며 여러가지 잡 생각들을 한대 모아 다시 생각하고 다지고 역기를 반복한다. 길고 긴 인생 심심하지 않으려고 오늘도 달리고 내일도 달린다.
나는 그냥 한다.
마음이 동하면 무엇이든지 한다.
그런식으로 100일 글쓰기에 참여한다. 무모한 도전이라 다른이에게 말도 꺼내지 않는다. 그러나 시작했다면 핑계대지 않는다. 내가 왜 이걸 해서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지? 이러다 진짜 아프면? 그럼, 내 여름 휴가는? 밤 12시 안에 글을 제출하지 못하면? 남들이 내 글보고 뭐라고 하는거 아냐? 쓸데없이 고민하고 걱정하며 하세월을 보내지 않는다. 느낌가는대로 주욱 써내려간다. 아니면 말고 정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다보면 종착점에 도달 하겠지?
누구는 하고 누구는 못하고 비교하고 도태되고 다시 맘 잡고 소란피우고 눈물을 흘리고 머리를 쥐어짜고 다 필요없다. 그냥 하면 누구든 된다. 요 글쓰기란 놈은 노인이 되어서도 직업을 가진다. 못 쓴다고 누가 혼내지 않는다. 잘났다고 대꾸하는 이 없다. 내 글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으니 심장 뛰고 어쩌고도 없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쓰고 내일도 쓴다.
나는 무형 자산을 가졌다. [고명환 작가의 강의를 들었다.]
오호, 또 한번 써 먹네. 고명환 작가님. 고마워요.
아이 키우는 것도 마찬가지 이다. 아이가 어떻게 생기는지? 아이가 왜 나에게 왔지? 무엇하려고 낳았지? 아무 생각이 없다. 이것 또한 대한민국에서는 최고의 무한도전 이다. 남자에 순간 눈이 멀어 결혼이 지옥행인지도 모르고 들어간다. 계산할 줄 모르고 남들이 낳으니 나도 당연히 있어야지 하는 마음에서 덜컥 아이를 낳는다. 남자는 돈 버는데 애는 누가 보나? 당연히 여자가 봐야지 하는 시대에 살았으니 직장에서 일하고 밥하고 빨래하고 거기에 애도 보니 참 할 말이 없다. 입이 바싹바싹 마른다. 시간이 잘도 지나 갔다. 아이만 없었으면 하는 바램을 수도 없이 해본다. 그런데 그러면 무엇하나 낳았으니 잘 키워야지. 그 방법을 알고 싶으면 버튼을 누르고 나의 긴 주옥같은 문장들 속으로 스며들면 된다. 당신은 나에게 깊이 파고들지어다. 알짜배기 정보들을 가졌으니 똑똑한 녀석이 뱃속에서 뿅하고 나오는 상상만 하면 된다. 나는 저 길 끝에서 방긋 손을 흔들며 기다린다. 앞으로 남은 98가지의 이야기 속에서 그 힘을 곱디곱게 펼쳐보려 한다. 육아는 달리기, 글쓰기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내일도 해야한다. 육아는 글쓰기와 다른점이 분명히 있다. 끝이 없다. 특히 대한민국 부모가 되면 자식이 5세 이건, 60세 이건 애틋해하며 한없이 걱정이다. 그 부모 마음이 무덤에 가면 멈추려나?
새봄아, 잘 있니? 잘 지내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