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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진 Feb 19. 2021

깊숙이 더 깊숙이


깊숙이 더 깊숙이


‘시에 반역하는 마음’은 사태의 인력에 끌리거나 자신의 기질에 안주했을 때 발생한다. 다시 말해서 사태와 자신이 고정된 의미망으로 연결되어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거리두기에 실패할 때, 시는 쓰일 수 없다.
                                                   김수영을 위하여 中



철저하게 동감한다. 돈 버는 일 혹은 살기 위해 해야 하는 어떤 일상적인 일에 빠지면 새로운 생각이나 혹은 예술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나의 경우는 그랬다).


인터넷 쇼핑몰을 한 적이 있다. 위탁판매를 하였는데 제품을 써보지도 않고 좋은 것처럼 잘 꾸며서 팔았다. 쇼핑몰로 돈 벌기 위해서 적절히 남을 속여야 했다. 금세 흥미를 잃었다. 잘 싸잡아 포장하는 것이 사기 치는 것과 다를 바 없었기에. 근데 웃긴 건 그거라도 해서 푼돈이라도 벌겠다고, 오늘 휴업 상태의 사업자를 재개한 이다.


내가 바라는 건 나를 팔면서 돈을 버는 것. 다시 말해 내가 만드는 어떤 결과물(지금은 ‘시’다)로 생계를 해결하는 것이다. 작년에 북콘서트도 내게는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 그러려면 더 내 안으로 빠져야 하는 것인데, 돈 벌려면 더 밖으로 빠져야 하는 것이다. 이러나저러나 지금은 어디 한 곳에 빠지지도 못하고 어중간하게 걸쳐 있다. 한 곳으로 빠지지 못하는 비겁함이 나를 어중간하게 만들고 그러니 ‘시’도 ‘일’도 어중간하다. 그러나 지금은 어중간하게 있어야 한다.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하루는 기니까 1/3 정도는 스위치를 끄고 일하고, 나머지는 더 깊숙이 빠지는 것. 일단은 그렇게 다짐했다. 어쩌겠는가 살아야지. 살고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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