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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썬샤인로그 Sep 23. 2020

크는 건 어려워

나 자라고 있어요.






발이 아야해


태어나 처음 느낀 발 저림




못생겼어?


엄마를 위해 처음 스스로 네 안에서 단어를 꺼낸 날





 열 달간 양수에서 헤엄치다 세상에 나와 첫 숨을 쉰 순간부터 끊임없이 세상을 마주하고 네 세상을 만들어가던 너. 누워 뽀짝대던 어느 날 본인 주먹을 발견하고 한참을 관찰하던 그때, 너에게 ‘몸’이 있다는 걸 안 느낌은 어땠을까? 엄마에게 처음 웃어주기까지는, 감정을 느끼고 그걸 몸으로 표현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을까. 네가 너의 까만 우주에 돌과 흙을 다지고 꼬물꼬물 햇살을 쏟고 어린 바람을 흩어내며 너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경이로웠어. 모든 순간 자라내는 네 모습은 정말 대단했지.

 걸음마를 시작하던 때는 또 어떻고.

 저 멀리 벽을 잡고 삐뚤빼뚤 서서는 한 발 떼고 콩, 넘어지자 끙차 일어나 다시 영차영차 벽을 짚고 서서는 또 한발 떼고 탈푸닥, 포기를 모르던 뒷모습을 기억해. 특히 그 표정. 두 다리를 요렇게 놀리면 내 의지대로 나를 움직일 수 있다는 걸 알고부터, 진짜 세상 이렇게 짜릿한 일이 없다는 듯 걷는 순간을 즐기더라. 앞으로 꽈당 뒤로 꽈당 이리 쿵 저리 쿵 데굴거리면서도 한 발을 뗀 만큼 시야가 이동하는 그 순간을 이보다 더 신나는 일이 없다는 듯 작은 몸 가득 웃으며 엄마에게 한 걸음씩 가까워지던 그 얼굴이란. 그때부터 이틀간 눈만 뜨면 잠시도 쉬지 않고 걸음마 연습을 하더니, 곧 세 걸음, 일곱 걸음을 걸어내더라.


  그렇네. 걷고 웃고 숨 쉬는 일들은 우리에겐 당연한데, 이 모든 일에 우리가 어릴 적 본능적으로 내어 온 강한 마음이 깃들어 있었네. 이게 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면서, 넘어지는 것 따위 개의치 않고 덤벼들던. 맨날 놀라고 부딪히고 울면서도, 웃고 자라는 일을 멈추지 않았던 시간들이 있었어. 엄마도 그랬겠지? 때때로 용기가 필요할 때 우리 떠올려 보자. 잘 기억이 안 나면 엄마한테 물어봐. 엄마에게 '예뻐'라는 단어를 꺼내 주려 그렇게나 열심이던 표정, 걷다 나동그라지던 엉덩이와 함박 웃으며 다가오던 동그란 얼굴. 모두 엄마가 잘 기억해 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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