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만신창이 화요일
아침부터 두통이 시작됐다. 속도 울렁거리고 소화도 잘 안 되는 것 같다. 연신 콧물이 쏟아졌다. 언제부턴가 조금 피곤하거나 컨디션이 안 좋으면 콧물부터 줄줄 흐른다. 머리도 띵한 게 열이 나는 것 같은데 체온은 정상이다. 기대감을 갖고 다시 재어봐도 어김없이 정상이다. 어휴씨, 그냥 계속 코를 풀며 버틸 뿐이다. 목요일도 금요일 같았고, 수요일도 금요일 같았고, 화요일도 금요일 같았다. 많이 온 것 같은데 금요일은 아직도 오지 않았다며 매일 아쉬워했는데,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금요일이 왔는데, 머리가 아프고 콧물이 흐를 뿐이었다.
"드디어 금요일이다!"
나를 위한 이 한 마디에 고맙게도 아이들이 더 즐거운 반응을 보여준다. 이럴 땐 우리 모두 한마음이다. 교무실에 앉아서는 콧물이 줄줄 흐르는데 교실에 들어가서 애들 앞에 서면 신기하게도 딱 멈춘다. 진도를 나가느라 머리가 아픈 것도 잊어버린다. 엄살이었던 걸까. 수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아이들에게 월요병이 있냐고 물었다. 너네도 일요일 밤이 되면 스트레스받고, 지는 해를 붙잡고 싶고, 그런 감정이 드느냐고. 몇 명이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월요병을 이겨내는 방법이 뭔지 알아?"
"물을 많이 마시면 된대요."
"그래? 근데 나는 물을 많이 마셔도 그렇던데."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어리둥절해졌다. 주위 아이들도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대답을 한 아이는 가정 시간에 분명히 선생님이 그러셨다며 물을 많이 마시면 월요병에도 좋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월요병을 극복하려면 일요일에도 학교에 오면 돼."
"그럼 일요병이 생길 텐데요!"
"그러면 토요일에도 학교에 오면 돼."
월요병을 이겨내기 위해 주말에도 학교에 나오라면 비명을 지르며 제일 먼저 도망칠 거면서 마음에도 없는 말을 늘어놓는다. 이럴 땐 마치, 나란 사람은 월요병과 조금도 관련이 없는 것처럼 말한다. 아이들과 나누는 이런 대화가 재미있다. 수업이 끝나고 교무실에 앉으니 다시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콧물이 나온다. 집에 가자마자 누워서 쉬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여전히 학교는 춥다. 창고형 건물이라 그렇다나. 아직도 내 옷차림은 겨울 코트인데 학교 앞에는 벚꽃이 만개했다. 학교 건물을 나오자마자 푹한 봄바람이 느껴졌다. 벚꽃은 언제부터 이렇게 예뻤나? 매년 이맘때 잠깐 마주치는 벚꽃은 만날 때마다 처음 보는 느낌이다. 매년 반갑고 감탄하며 그리워한다. 벚꽃이 너무 예쁘고 살랑살랑 따뜻한 봄바람이 기분 좋다.
소파에 드러누워 인공지능 스피커가 선곡한 봄노래를 연속으로 들었다. 멜로디도 목소리도 달달하고 말랑말랑하다. 언제 머리가 아프고 콧물이 나왔냐는 둥 말짱하기만 하다. 그렇지. 금요일인데, 봄바람이 불어오는데, 내가 아플 이유가 없다. 이런 날에 시간 아깝게 아프고 있을 수만은 없다. 툭툭 털고 일어나야지.
* 금요일에 올리지 못한 글을 이제야 올리면서 보니 오늘은 만신창이 화요일이네요. 세 밤 자고 나면 돌아올 금요일을 떠올리며 봄노래를 듣고 있습니다. 모두들 파이팅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