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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리조 Jul 12. 2021

책의 얼굴을 만들다

제목과 표지, 저자 소개를 완성하다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게 바로 제목과 표지이다. 적어도 내 경우엔, 누가 쓴 책인지 전혀 모르지만 제목이 인상적이라면, 제목도 작가도 잘 모르겠지만 표지가 예쁘면, 한 번이라도 펴보게 되었다. 처음에 내가 정한 제목이 <샤를로테의 고백>이었고 아마도 출판사와 논의를 통해 제목이 바뀌지 않을까 생각하였지만 어쩌다 보니 그 제목 그대로 나오게 되었다. 대표님께서 소설의 경우엔 출판사에서 문장 표현 등도 거의 고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제목까지 그대로 나오게 될 줄이야. 


 표지 디자인에 들어가기에 앞서 내 취향이 어떠한지 알기 위해 원하는 느낌의 표지를 두세 개 정도 보내보라는 요청을 받았다. 노트북을 열고 열심히 검색하기 시작했다. 예쁘다 싶은 것들을 몇 가지 골라보고 초록창에 '예쁜 표지'와 같은 검색을 해보기도 했다. 과정이 길어지면서 걱정이 고개를 들었다. 본래 나라는 사람은 약간 취향이 독특한지라 사람들이 예쁘다는 표지는 별로인 것 같았고 사람들이 별로라 하는 표지는 눈에 들어왔다. 어떻든지 간에 마음에 드는 표지를 세 개 정도 추려내니 역시 내 취향은 명확했다. 벚꽃이 휘날리고 아련하고 애절한 느낌! 


내 스타일의 표지들


 벚꽃이 들어가고 분홍분홍한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남편은 내 소설의 내용이 벚꽃과 그리 관련이 깊은 것이 아닌데 굳이 꼭 벚꽃을 넣어야겠냐는 의견이었다. 이런 의견까지 전달하지는 않았지만 출판사에서도 표지에 벚꽃을 굳이 넣을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었나 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책의 표지에는 벚꽃이 나오지 않는다. 분홍분홍한 벚꽃 표지의 책은 다음을 기약해야 할 것 같다. 


 그럼에도 표지 시안 세 가지가 꽤나 마음에 들었다. 대표님은 디자이너 분께서 표지에 신경을 정말 많이 써주셨다면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몇 번이나 반복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짧게나마 디자이너 분께서 써주신 후기를 같이 보내주셨는데, 감동이었다. 사실 아직까지도 이게 정녕 책으로 나와도 되는 걸까 걱정되는 마음이 앞서는데 한 명, 두 명이라도 이렇게 읽어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다. 선택한 표지에는 소설의 내용이 잘 함축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다 읽고 덮었을 때 잠깐이나마 표지에 멈춰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음 과제는 바로 '저자 소개'였다. 예나 지금이나 자기소개가 가장 어렵다. 기획서를 보낼 때는 한 줄이라도 더 쓰기 위해 이것저것 많이 적었다. 어떻게든 '글'과 '나'를 관련짓고 싶어서 일회성으로 했던 심사위원 활동까지 다 끄집어냈다. 그리고 소설을 쓰기까지의 과정을 구구절절이 풀어 설명하며 나를 소개했다.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서 '한국소설'의 작가들은 자신을 어떻게 소개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에세이 작가들의 소개는 예전과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반면, 소설가들의 소개는 여전히 비슷한 느낌이었다. 출신지역과 학력, 그 뒤엔 저서가 이어지는 게 일반적인 공식 같았다. 나도 그렇게 쓰는 편이 사실 제일 쉬웠다. 저서가 한 권도 없기 때문에 고민할 필요도 없지 않은가! 그런데 유명한 작가도 아닌 내가 출신지역과 학력, 직업을 밝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며칠을 보내다가 내가 글을 쓰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왜 소설을 썼는가에 대한 답을 간략하게 정리해 메일을 전송했다. 짤막한 두 가지 버전을 보냈는데 확인해 보니 출판사에서 둘을 합해 놓아서 꽤 길어졌다. 



 3교와 동시에 표지 디자인과 저자 소개 입력이 이어지고, 표지를 고르자 펼침면 작업이 시작됐다. 그리고 내일은 다시 교정지를 확인해야 한다. 책 한 권이 만들어지는 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필요한지, 이제야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다. 작가뿐만 아니라 편집자, 디자이너 등 몇 사람이 책 한 권을 세상에 내보이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장면을 떠올리자 문득 마음이 경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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