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합격은 행복의 종착지가 아니었다

안정적인 직장, 평생직장 90년대생 공무원은 행복할까

by 민이음

이전에 발행했던 글을 조금 수정하여 재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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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합격은 행복의 종착지가 아니었다



우리는 속았다



나는 공무원만 합격하면 행복할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나는 속았고, 내가 나를 속였다. “좋은 대학에만 가면 너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살아.” 우리는 이 말을 믿고 고등학교 때 공부만 했다. 하지만 대학에 가면 또다시 취업 준비하느라 바쁘다. 물론 10대 때보다는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지만 내가 생각했던 ‘하고 싶은 대로’라는 것의 의미는 달랐다.



“좋은 회사에만 취직하면, 공무원 시험에만 합격하면 대우가 달라진다” “결혼 상대가 달라진다.” 특히 공무원 시험에만 합격하면 엄청나게 대우가 달라질 것처럼 이야기한다. 하지만 역시나 큰 변화는 없었다. 단지 국가에서 월급을 받는 직장이 된 것 이외에는 대우가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는 없었다. 내가 선택한 길에 속았다고 표현을 하니 남 탓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해야 한다. 공무원이 되어 만족스럽긴 하지만 삶에 큰 변화는 없음을.




왜 ‘~만 하면’일까?



그렇게 속고 나니, 왜 나는 속았고, 나를 속였을까? 의문이 들었다. 답은 우리의 가치를 현재에 놓지 않고 미래에 놓는다는 것에 있었다. 좋은 대학, 좋은 회사, 공무원 시험이 아니더라도 ‘~만 하면’이라는 말은 많다. 현재를 부정하고 미래를 긍정하는 말이다.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룬다면 미래에는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말인 것은 알겠다. 바꿔서 생각해보면 현재의 삶은 보잘것없다는 것으로 표현된다.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했다. 수년의 수험생활을 거치면서 공무원 시험에만 합격하면 걱정 하나 없이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것 같았고 하루하루 보내는 수험생활은 그야말로 별거 아닌 삶으로 여겨왔었다. 지금 이 순간 공부를 하는 하루는 내 삶이 아니라며 부정해왔었다. 그 당시 나를 돌볼 줄 몰랐던 것이다.



‘~만하면’은 먼 미래 이야기이다. 과거의 나를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만 하면’보다는 오늘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가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항상 미래만을 생각하다 보니 행복이 저 멀리, 마음이 저 멀리 가있는 것이다. 물론 합격 후 00 해야지!라는 동기부여로는 좋다. 버킷리스트라고 하지 않던가. 합격하면 하고 싶은 리스트를 만들어 동기부여를 한다면 지금 공부하는 시간들에 조금 더 에너지를 보탤 수 있다. 나 역시도 합격만 하면 ‘~해야지!’라는 리스트들이 수없이도 많았다.



공무원 시험은 결과로 승부가 나는 시험이 맞다. 하지만 수험기간 동안에는 후회 없는 과정에 충실해야 한다. 오늘 하루의 목표 달성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합격의 이야기는 몇 개월 혹은 1년, 2년 뒤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먼 미래만 보고 달려가다 보면 쉽게 지칠 수 있다. 오늘 하루 어떻게 계획을 세웠으며 이것들을 다 해내고 나면 스스로에게 보상을 준다던지 휴식을 취한다던지의 방법으로 오늘 하루를 잘 살아냄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그래야 결과를 향한 과정도 빛나는 것이 아닐까.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낸 ‘나’를 ‘대우’해주세요



공무원 합격 후 ‘대우’가 달라진다. 나는 어떤 대우를 바란 것일까? 경제적 능력을 갖춘다는 것, 다시 이직을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이외에는 내가 생각했던 대우라는 것은 없었다. 더 이상 공무원 합격에 대한 환상을 가지지 않는 것이 좋겠다. 물론 장점도 많다. 하지만 과한 환상은 합격 후 본인을 힘들게 할 것이다. 분명 좋은 것은 맞지만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다는 것!



수험생들은 대화 상대가 학원강사, 부모님, 친구가 전부다. 다른 분야에서 다른 일을 하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것이다. 부모님은 당연히 공부하는 그대를 응원할 것이고, 친구 역시 좋은 말, 위로를 해주고 그저 그대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할 것이다. 학원 강사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모두 스스로를 대우해 줄줄 알아야 한다. 공무원이 되었을 때 누군가가 자신에게 해 줄 대우를 바라지 말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포기하고 다른 길을 가던 스스로를 대우해주는 삶을 살았으면.




결국 행복의 기준은 내가 정해야 한다.



이제, 공무원 합격이 행복의 종착지가 아님을 알았으니 우리는 우리 자신의 행복의 기준을 정해야 한다. 내가 어떨 때 행복한지 잘 알아야 내 신분이 어떠하든 우리는 행복한 마음으로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 혼자 있을 때 행복한 사람이 있고,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행복한 사람이 있고, 여행을 갈 때, 혹은 책을 읽을 때, 영화를 볼 때 등등 행복의 순간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성향에 따라 다르게 다가온다. 꼭 무엇을 해야 행복한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행복은 많다. 나의 경우는 가을바람을 맞으며 산책을 할 때, 무더운 여름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할 때, 내가 좋아하는 야경을 감상할 때, 오늘도 아픈 곳 없이 해야 할 일들을 모두 끝마쳤을 때 행복하다.



수험생이라는 이유로 행복을 뒤로 미루지 말고, 승진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일상의 행복을 놓치지 말고, 지금 바쁘다는 이유로 소중한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미래의 무언가를 위해서 현재의 행복을 놓치면 안 된다. 그렇게 해서 미래에 이룬 것들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것들은 타이틀 아니면 돈으로 다가올 뿐이다. 공무원 합격은 행복의 종착지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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