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내가 화장실을 찾은 이유

안정적인 직장, 평생직장 90년대생 공무원은 행복할까

by 민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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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내가 화장실을 찾은 이유



나는 왜 새벽에 화장실을 찾았을까

#새벽 3시 #고요함 #혼자



그렇게 바라던 중앙경찰학교에 입교했다. 행복했다. 3년이라는 긴 수험생활을 끝내고 또래가 모인 곳에서 좋은 기운을 받으며 하루 24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음속 공허함이 존재했다. 정말 합격만 하면 끝인 것일까? 평생직업으로 살아갈 경찰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살아가면 되는 것일까? 머릿속에 수많은 물음표가 존재했다.



이 답답함을 해결할 시간이 필요했다. 중앙경찰학교에서는 하루 종일 단체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혼자 있을 때 에너지를 충전받는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절실히 필요했다. 18시 이후 모든 일과가 끝나면 개인정비 시간이 주어진다. 하지만 고요하지는 못하다.



그래서 나는 새벽시간을 택했다. 입교 전에도 새벽에 일어나 책 읽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입교 후에는 단체생활이기에 새벽에 개인 활동을 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동기들 곤히 자고 있는데 일어나 책상 스탠드를 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고민 끝에 찾아낸 장소가 화장실이었다. 화장실이라면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을뿐더러 동기들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전날 챙겨놓은 짐을 가지고 3시에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4개월간 화장실에서 무얼 얻었나



머릿속 물음표를 해결해줄 책과 내 생각을 정리할 블루투스 키보드는 필수였다. 새벽 3시에 화장실을 찾아 딱 한 가지만 했다. 대부분을 책을 읽고 그 문장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작업이 반복되었다.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었지만 하루하루 나를 알아가고 있음에 나는 그 시간을 소중히 여겼다. 내가 새벽 3시의 화장실에서 쓴 글들 중 일부이다.



경찰 합격 후, 중앙경찰학교에 들어와서 나는 이 조직 내에서 빨리 나에게 맞는 분야를 찾아 그 분야에 나를 맞추려고 했다. 성급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해보기 전까지는 내가 잘하는지, 못하는지, 즐거워하는지 모르는 일이다. 해당 부서에 나를 맞출 것이 아니라 우선 나를 성장시켜야 한다. 특별한 재능이 없다. 잘하는 게 없다는 소리겠지. 하지만 바꿔 생각해보면 잘하는 게 없으니까 미련 없이 깔끔하게 좋아하고, 잘하는 것들을 지금부터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일단 읽고, 쓰자._2020.03.02. 오전 05:19



우리는 항상 대학교 입학 성적에 맞추기 위해, 기업 입맛에 맞추기 위해 공부하고, 자격증 따고, 스펙을 쌓았다. 나를 드러내는 스펙을 쌓기보다는 상대방이 원하는 기준에 맞춰서 살아왔다. 우리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로.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 읽고 쓰고를 반복하고 있다. 서서히 터널 속을 빠져나오는 느낌이 든다.




우리는 항상 바쁘다

#직장인 #하루의 절반을 직장에서 #정신없음



우리나라의 모든 직장인들은 일하느라 하루의 절반 이상을 써버 린다. 출근하고나서부터 퇴근할 때까지 직장인으로서 생활하고 퇴근 후에는 각자의 약속이 있기에 나 자신을 돌아볼 시간은 거의 없다. 물론 퇴근 후에 각자의 재미를 위해 취미생활을 할 수 있다. 또 자기 계발을 위해 학원을 다닐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이 자신에게 단기적인 즐거움을 줄 수도 있고 장기적으로 무언가 목표가 있을 때 그것을 향해 달려 나가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바쁜 일상 속에서 나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없다. 생각할 시간 조차 없는 것이다. 온전히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 그 시간이 없다. 가끔은 시간을 내어 내가 지금 이 일을 왜 하고 있는지? 어떠한 목표를 향해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되묻고 내가 원하는 삶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런 질문들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한국식 교육에 물들어 자신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쓰며 내가 정말 누구인지 알아가는 과정이 전혀 없다. 그저 순서대로 나열된 등급 안에 들어가기 위해, 의미 없는 공부들을 해왔다. 우리는 이렇게 공부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취업을 향해 달려가고 취업을 했을 때에는 모든 것이 끝나고 행복할 것 같았지만 그 이후에 찾아오는 또 다른 결혼문제, 경제적 문제 등등을 마주하게 된다. 정신없이 살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왜 이렇게 살아가고 있지? 라는 질문에 직면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질문에 답할 수 없다. 자신에 대해 아는 게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질문을 마주했더라도 또 일상이 반복되다 보면 그저 그 일상에 익숙해지고 또다시 흘러가게 된다. 아무렇지도 않게. 이 질문이 여기서 끝날까? 이런 질문들은 주기적으로 우리들을 찾아온다.




‘공시생’ ‘공무원’ => ‘나’의 시간을

#여유 #나 #이름 석자 #시간



공시생, 공무원의 타이틀을 벗어나 우리는 우리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공부하는 공시생이 아닌, 일하는 경찰공무원이 아닌 오로지 나를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공시생으로 살아갈 때에는 부모님의 기대를 안고 살아가고 경찰공무원으로 살아갈 때에는 직장 내의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간다. 누군가의 기대감이나 책임감을 내려놓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반대로, 어떤 자리에 오르며

자신도 모르던 면모가 드러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가장 나다워지는 자리는 쉼이다.

나의 모든 모습을 무람없이 풀어내는 자리.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알아가고

좋아하는 것만 챙겨주는 시간.

쉬고 또 쉬며

나 자신이 되어간다.

다시 세상에 나아가도

덜 흔들릴 수 있도록 나를 다진다. _애쓰다 지친 너를 위해 中



우리는 우리를 위해 쉬어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 꼭 나처럼 새벽시간이 아니더라도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마음속에 있는 질문을 나로서 마주할 시간을 만들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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