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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꽃 Aug 05. 2023

사랑의 빛깔

너에게 쓰는 편지 1

사랑의 빛깔



 사랑에 빛깔이 있다면 과연 어떤 색일까요.

 녹음을 닮은 초록? 하늘을 머금은 푸른색? 순백의 화이트? 아니면 속을 알 수 없는 회색일까요. 난 가끔 사랑은 아무 냄새도, 색도 없는 물빛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무 색도 없는 듯하지만 세상의 어떤 색도 될 수 있고, 아무 냄새도 없는 것 같지만 그 어떤 맛과도 어울리고, 모든 빛의 줄기를 이루는 물과 같은 그런 사랑... 어느 모양의 잔에 담기더라도 자신의 형태를 고집하지 않고 상대에게 맞춰줄 수 있는 참된 유연함을 가진 물 같은 사랑을 하고 싶어요.

 사람들은 가끔 물 같은 사람을 빗대어 자신의 생각이나 주관이 뚜렷하지 않은 사람으로 비하해서 말하기도 하지만, 세상을 조금씩 더 살아보니 그런 가치가 너무 소중하게 느껴지네요.


 햇살이 고운 날엔 그 빛살들이 너무 예뻐서 당신이 그립고, 비 오는 날엔 차창에 몸을 부대며 떨어지는 빗물이 애잔해서 누군가가 보고프고, 바람 부는 날에는 나뭇잎들이 스치는 소리가 한 사람의 노랫소리처럼 들려서 또 내 마음이 두근거려요.

 사랑은 단단한 듯 보이지만 상처받거나 깨지기 쉽고, 인간은 빨리 늙어 반짝거렸던 많은 것들은 시간 앞에서 그 빛을 잃어버리지요. 영원할 줄 알았던 사랑의 맹세가 봄눈 녹듯 사라져 버리거나, 심하면 서로 미워하기까지 하는 것이 우리가 믿는 사랑이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다시 그것을 원하네요. 상처받고 깨지고 봄눈처럼 사라진다 할지라도 후회 없이... 그것이 인간으로 태어나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살아갈수록 사랑은 믿음과 짝이라는 걸 배워갑니다. 사랑한다는 당신의 고백은 믿음을 지키겠다는 맹세로 내 귀에는 들립니다. 나의 사랑도 마찬가지. 그런 신뢰를 주는 당신이기에 곁에 오래도록 머물렀으면. 함께 가고 싶은 곳이 많아지고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질수록 사랑 또한 깊어질 것이며, 그렇게 되길 바라고 염원합니다.

 유한한 육체를 입은 인간이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것이 어쩜 어리석고 무모해 보일지라도 그 길을 걸어가 보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끝내 생의 마지막을 맞는 그 순간에 그런 사랑이 분명 존재했으며 가능했다고 말하고 싶어요.


 당신으로 인해 새로운 삶을 얻었으며 사랑을 배워가고 앞으로 나아갈 나의 인생이 홀로일 것이라는 두려움이 사라졌습니다. 고맙고 감사해요. 더도 덜도 말고 오늘처럼... 이 순간처럼...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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