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파리지앵 룩의 완성, 프랑스 파리에 도착하다!
녹이 슨 파이프. 그 위에 뜻을 알 수 없는 불어 그라피티.
어디서 풍겨오는지 모를 쿰쿰한 냄새. 쇠 긁히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달려 들어오는 열차.
이것은 말로만 듣던 다이내믹 파리의 지하철 풍경이었다.
아무렴 좋다. 이 모든 걸 내가 보고 듣고 느끼고 있다니!
배낭여행을 떠나 온 지 81일째, 드디어 낭만의 도시 파리에 도착했다.
늦은 저녁에 도착한 파리 중심가.
프레드 집으로 바삐 발걸음을 옮기는 중에도 길거리 음식점의 독특하고 재밌는 메뉴 조합이 눈에 들어왔다.
도넛, 폭신해 보이는 큰 시폰빵, 부드러운 빵으로 만든 카프레제 파니니, 치킨 샌드위치, 핫도그...
그리고 대추야자가 가득 든 주머니도 디저트로 팔리고 있었다.
불어 메뉴판뿐이었기에 각 메뉴의 정체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주인장의 최애 음식만 모아놓은 듯한 생경한 조합의 쇼케이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길거리 과일 가게도 마찬가지.
행인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삐죽하게 오린 오렌지색 네임텍에는 직접 써낸 이름과 가격이 적혀있다.
재밌어 정말!
파리에서의 내 첫 숙소는 파리지앵, Fred의 집이다.
프레드의 집은 무려 파리 시내 한가운데 15구에 위치해 있다.
덕분에 늦은 저녁, 집을 찾아 헤매는 길은 그저 파리의 밤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신나는 여정이었다.
식당 테라스에서 와인을 마시며 밤의 여유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지나고
횡단보도 앞에 삼삼오오 모인 멋진 행색의 사람들의 대화를 몇 번 엿듣다 보니
어느덧 프레드의 집에 다 달았다.
센강 위 파리 자유의 여신상이 보이는 낭만적인 곳이었다.
"오느라 고생 많았어 민영!"
프레드가 밝은 얼굴로 맞이해 줬다.
아침 일찍 일어나 브런치로 번과 커피를 함께하고 늦은 밤에는 미처 나누지 못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던 중 리옹에서 산 나팔바지를 보여주게 됐는데,
프레드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잘 어울릴 것 같은 모자가 있다며 옷방으로 재빠르게 들어갔다.
"이렇게 입으면 잘 어울릴 것 같아!"
"우아 저 이 모자 오늘 쓰고 나가도 돼요?"
"당연하지! 다른 것도 입어볼래?"
"오늘 컨셉은 파리지앵이네요!"
그렇게 프레드 픽, 겉옷과 청모자로 오늘의 룩이 완성됐다.
진짜 파리지앵의 옷장에 있던 옷을 입은 것이니,
이것이 바로 진정한 파리지앵 패션인 것이다!
내가 입으니 다소 신문 돌리는 학생 같은 느낌이지만, 오히려 맘에 들었다.
"오늘은 에펠탑으로 가볼까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