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유 Nov 24. 2023

우울은 수용성

우울할 땐 샤워를 해요

 우울은 수용성이라는 말 들어본 적 있나요?

 


 우울증을 진단할 때 기준이 되는 여러 양상들이 있지만

 '씻지 않는다'는 없다.


 우울하면 무기력이나 의욕이 상실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내 경험을 말하자면 우울이라는 녀석이 찾아오면 더러운 얘기지만 나는 씻지 않는다.


 씻을 힘도 없다랄까..

 굳이 씻으면 뭐 하나 싶다랄까..

 이유를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우울은 진득하게 내 몸에 달라붙어 하염없이 가라앉게 만든다. 몸에 덕지덕지 붙은 우울은 약간은 따뜻한 물로 씻을 때 씻겨져 나간다.


 샤워를 하러 가는 데까지는 구만리인데 샤워를 하고 나오는 순간 다른 사람이 되어서 나오는 것이다. 머리도 단정하게 말리고 얼굴에 로션도 바르고 나니 외출할 마음이 생긴다. 집 밖에 나간 김에 커피도 한 잔 마시고 서점에 들러 책도 뒤적여보고 어느새 여느 날과 다름없는 날이 된다.


 우울할 땐 샤워를 해요.

 물과 함께 우울이 씻겨나가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이전 04화 먼저 건네는 안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