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끝을 언제라고 정하는 것이 좋을까.
학생 때는 학교나 학원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때가 하루의 끝처럼 느껴졌었고,
직장을 다닐 때는 퇴근 후 집에 돌아오는 때,
엄마가 된 이후에는 아이가 밤에 잠에 든 때
비로소 하루가 끝이 난 느낌이 들었다.
이 글의 제목을 처음에는 '달이 뜰 때 속삭이는 말들'로 정했었다가 수정했다. 왜냐하면
누군가는 교대근무로 해가 다 뜬 시각이 되어야만 하루가 끝이 난 느낌을 받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렇게 사람마다 하루의 마지막이 다 다를 테지.
하루의 마지막에 나에게 마음이 속삭이는 말들은 어떠할까.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돌아와 녹초가 된 몸이 되었을 때 나만의 위로를 갖고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하루의 마무리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남을 탓하고 나를 탓하다 잠이 드는 날이면 다음 날 해가 환히 떠올라도 새로운 날에 대한 기대감이 부족하진 않을까.
하루의 끝에서 나에게 속삭여본다.
고생했다. 애썼다. 사랑한다.
스스로에게 사랑한다는 말 하기 쉽지 않지만 나의 하루 끝에서 나를 위로해 본다.
나를 사랑한다. 나의 생활을 사랑한다. 나의 삶을 사랑한다.
무탈한 하루를 보내고 하루의 끝을 맞이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감사의 마음. 그게 곧 사랑인가.
괜히 헛헛한 마음에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연인에게, 친구에게, 엄마에게
"오늘 무슨 일 있었어?"라는 질문을 듣고야 마는.
"아니~" 하고 쌉쌀한 웃음을 흘리며 안부를 묻고 전화를 끊는 날도,
하염없이 하소연을 하는 날도 있겠지만
이런들 저런들 뭐 어떤가.
하루의 끝에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는 걸.
전화도 걸 수 없는 날에는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도 보지 않은 채로 눈을 감아 본다.
잔뜩 힘주고 있던 몸에 힘을 빼려고 노력한다.
아무렇게나 떠오르는 생각들이 엷어져갈 때쯤 하루의 끝을 맞이해 보는 것.
하루의 끝에 나에게 속삭이는 위로. 우리는 위로를, 따뜻함을 받아야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