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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유 Jan 19. 2024

진짜 내가 되는 시간, 퀘렌시아

얼마 전 파도가 밀려오듯 좌절감에 막막함에 눈물을 흘리다가 안도와 감사함의 눈물을 흘렸다. 

아무리 노력해도 탈출구를 찾아도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은 두꺼운 벽 앞에서 귓속에 물이 차듯 먹먹함을 안고 눈물이 났다. 순식간의 감정적 동요로 벌어진 일이었다. 


미처 말릴 새도 없이. 끔찍하게도 깊은 땅굴에 빠져 그저 울 수밖에 없던 나를 또 한 순간의 희망으로 위로를 받았다. 감정의 널뛰기를 경험하면 곧 심적 공허가 찾아오는데, 어떠한 생각도 말도 하지 못한 채 눈물 자국만 지울 뿐이었다. 


감정에 솔직해져서 표현해 본 게 언제였더라. 눈물이 날 만큼 슬퍼도 꾹 참는 게 익숙할 정도니 왜 슬픔은 나에게 부정적으로 자리 잡았나 곰곰이 생각해 본다.


 '울면 안 돼'의 동요 가사처럼 선물을 받기 위해서 눈물을 참는 법을 연습한 걸까.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 매력 있으며, 다른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타의적인 이유라면 용납하고 싶지가 않다. 이기적인 내가 이타적인 위선으로 감내하는 슬픔이 지독하게 느껴진다. 




류시화의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를 읽다가 '퀘렌시아'라는 단어를 만났다.

가장 진실한 자기 자신이 될 수 있고, 나를 돌보는 안식처이자 휴식처를 뜻하는데

나에게는 퀘렌시아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다 깊은 위로를 받았다. 


성경을 묵상하며 조용히 기도하는 시간. 

따뜻한 차 한잔에 책을 읽는 시간.

찬찬히 나의 생각과 감정을 쓰거나 글을 쓰는 시간.

서점에서 보내는 시간.

서로 동기부여를 해주는 따뜻한 모임에서의 시간.

나를 지지해 주는 가족과의 대화.


꽤 많은 퀘렌시아에 내가 살아가는 힘을 얻고 있었구나 싶었다.

스스로를 괜히 더 애처롭게 생각하는 자기 연민에 빠지지 말자는 생각과 함께. 



혼자이기 때문에, 힘든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등등 슬픔에 빠져 있을 이유는 정말 많다. 인생은 결코 꽃길이 아니며 매번 좋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불행한 일에 내가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나에게 거센 물살이 들이닥쳤을 때 나를 안전하게 피신시킬 '퀘렌시아'를 찾아서 충전의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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