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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Jeannie Apr 11. 2020

멈춰있는 시간을 보내는 법

시나몬롤

"요즘 별일 없어?"

한동안 얼굴을 못 본 친구들과 연락을 하면 자주 듣는 질문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이 질문에 대답할 말이 없어졌다. 올해 들어 이상할 정도로 새로운 소식이나 사건이 없는 시간이 멈춘듯한 때를 보내고 있다. 안 좋은 소식도 없는 것이 감사하기는 하지만, 친구가 들었을 때 흥미로울 것 같은 이야기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친구의 소식을 듣는 것으로 주로 대화가 끝난다.

멈춰있는 시간은 어떻게 보내야 하는 걸까. 영화 '카모메 식당'을 보면 주인공 사치에는 손님이 없는 식당을 지키고, 수영을 하고, 집에서 운동을 한다. 이 반복되는 생활을 담담하게 해오던 사치에가 사람들을 한 명씩 만나기 시작한다. 가게에 밥 먹으러 온 손님은 아니지만, 사치에는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커피를 주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도와준다. 사치에처럼 매일의 단조로운 날들을 묵묵히 보내며 오늘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충실하게 대하는 것, 멈춰있는 시간은 이렇게 보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카모메 식당에 음식을 먹기 위해 손님이 오기 시작한 것은 사치에가 시나몬롤을 만들었을 때다. 저녁 운동을 하다가 문득 시나몬롤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 사치에는 다음날 식당에서 시나몬롤을 굽는다. 지나가다가 시나몬롤 향을 맡은 사람들 몇 명이 가게에 들어와서 커피와 시나몬롤을 시키고 즐겁게 대화를 하며 먹는다. 이때를 기점으로 카모메 식당은 점점 손님이 몰려들고 북적거리는 식당이 된다.

영화 <카모메 식당>

여느 때처럼 조용히 지나가던 어느 날, 영화에서 본 시나몬롤이 생각나서 만들었다. 직접 만든 빵은 발효시간이 길어 수고롭지만 재료를 내 입맛대로 넣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빵 반죽의 가루와 액체의 비율만 지켜주면 그 안에서는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 달걀의 고소함보다 우유의 부드러움을 더 맛보고 싶었던 나는 빵 반죽을 할 때 달걀을 빼고 그만큼 우유를 더 넣었다. 향신료를 좋아하기 때문에 시나몬가루는 많이 넣었다.

친구에게도 시나몬롤을 줄 생각이어서 모양이 일정했으면 했다. 그래서 김밥처럼 돌돌 만 반죽의 양 끝을 김밥 꼬다리 자르듯 잘라낸 후에 남은 부분을 일정하게 4 등분했다. 꼬다리는 구워서 내 입으로 들어갔다. 꼬다리를 먹는 것은 요리를 한 사람의 특권이다. 시나몬롤은 갓 구웠을 때가 제일 맛있고, 식어도 먹을만 하지만 약간 단단하다. 식은 시나몬롤을 갓 구운 상태로 되돌려놓을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시나몬롤 체인점인 '시나본' 포장지에 먹기 전에 전자레인지에 데우라는 문구가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 식은 시나몬롤을 전자레인지에 20초 정도 돌렸더니 다시 따뜻하고 말랑말랑하게 먹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