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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플린 Dec 14. 2021

주택 공급 부족,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되었는가?

2021.09.15.

이 글은 2021.09.15.에 작성하였습니다.


주택 공급이 문제라고 합니다. 공급이 없어서 집값이 오른다고 합니다. 그래서 정치권 어디에서건 주택 공급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요, 이거 이상하지 않습니까?


잘 생각해 봅시다. 집값이 오르기 시작한 시점이 언제였나요? 현 정부가 시작되기 1년 쯤 전인 2016년 1~2분기에 살짝 반등했습니다. 서울 및 수도권 기준이고요. 그러다가 2016년도 말에 잠잠했고, 현 정부 시작 직후인 2017년 3분기 부터 급격하게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부동산에 관심 있는 분은 이 시기의 분위기 다 아실겁니다. 정말 눈 앞에서 몇천, 1억이 그냥 올랐습니다. 당시 저에게 주택 매도하신 분은 '수직상승'이라는 표현도 쓰셨습니다. 분위기가 살벌했습니다. 그런 분위기에 찬물을 그냥 있는 바가지대로 쏟아 부은 게 2017년의 8.2. 규제였습니다. 대통령께서 피자 돌리셨다고 한 그 정책입니다.


이 시기의 부동산 상승은 서울이 주도권을 갖고 있었습니다. 정확히는 대구로부터 주도권이 서울로 옮겨 온 시기였죠. 왜 그랬을까요? 답은 "공급"에 있습니다.  너무 뻔한 말 하는거 아니냐고요? 맞습니다. 너무 뻔한 답이죠.


그런데요, 여러분은 이 공급부족이 언제부터 시작되어 왔다고 생각하시나요? 문재인 정부에서 온 거라 생각하시나요? 저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공급부족이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되었다면, 2017년과 2018년의 부동산 폭등장은 도저히 설명할 수 없습니다. 투기꾼때문이라고요? (아직 이런 말 믿는 분 없으시리라 생각합니다. 등기 한번 쳐 보면 이 시장이 투기꾼으로는 움직일 수 없는 시장이란 걸 바로 아실거예요.) 심리때문이라고요? 아니면, 나쁜 집주인 때문이라고요? 에이. 그런 시장이 아닙니다.


사이클을 그냥 짓밟아버리고 상승하기만 하는 부동산 시장은, 분명 과거로부터 쌓여온 모멘텀이 있었다고 보는게 맞지 않겠습니까? 현재의 상승장은 단지 2~3년간 쌓인 공급 부족이 아닌, 그보다 더 오래된 공급 부족에서 기인한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공급부족은 문재인 정부 이전부터 있어 왔다고 보입니다. 특히 서울은요.

서울은 2012년부터 공급 부족이 꾸준히 이어져 왔습니다. 10년 가까이 공급 부족이 이어져 온 것이 이제 터져나가는 것입니다.


주택 공급의 선행 지표인 "인허가 수" 부터 살펴 봅시다. 주택은 허가를 받아야 지을 수 있기 때문에, 주택 규모와 설계 도면을 기준으로 인허가를 받습니다. 그리고 인허가 시점으로 부터 1년(2016년 이전) 또는 2년(2017년 이후) 내에 착공을 해야하고, 착공 후 준공까지 아파트는 2.5년, 빌라는 1년 가량 소요됩니다. 


대충 퉁 쳐서 계산하면, 인허가 물건의 80%는 향후 1.5~2년 내의 공급이 됩니다.


자, 그러면 서울의 인허가 통계를 볼까요?


서울의 인허가는 2002년 15만9천호를 정점으로 계속해서 감소하다가 2009년 3만6천호로 바닥을 찍습니다(유형 구분 없는 전체 인허가 수치).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은 '충분히 지어서'입니다. 당시 서초 아파트부터 미분양이 나기 시작했는데, 지금으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분위기죠. 그만큼 많이 때려 박아서 시장 수요 이상으로 공급하니 벌어진 사건입니다. 그러다 서브프라임 이슈가 쐐기를 박은 것이었고요. 


감소한 인허가량은 이듬해인 2010년부터 가파르게 회복하여 2011년에 정점을 찍습니다. 더 올라가나 싶더니.. 어라, 2012년 부터 꺾이기 시작합니다. 


2012년 부터 2020년 까지의 평균 인허가 수는 연간 7만8천호 인데요, 그 이전의 기간 평균이 2009년(서브프라임)과 1998년(IMF)을 포함하더라도 8만4천호 인 것을 감안하면 다소 적은 수치입니다. 참고로 2009년과 1998년을 제외한 서울시 인허가 평균은 9만호 입니다. 


즉 2012년 부터 인허가량이 평균 대비 7~13% 감소한 것입니다. 물론 여기엔 여러 해석이 가능할 것입니다. 흔히 생각하는 주택보급률을 얘기할 수도 있겠고요. (물론 저는 그게 원인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허가량은 안타깝게도 주택 유형별로 구분해 둔 통계가 아닙니다. 아파트, 빌라 등 모든 유형의 주택을 모두 퉁쳐서 보는 통계입니다. 그리고 인허가된 물량이 모두 착공되는 것도 아니구요.



이제는 인허가된 주택이 실제로 얼마나 건설되었는지, 건설되었다면 유형이 아파트인지 빌라인지도 살펴 보겠습니다.



위 사진은 건설량, 즉 준공 호수를 아파트와 빌라로 구분해 둔 차트입니다. 서울 아파트의 공급이 2010년 이후 꾸준히 줄어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2017년에 갑자기 한번 뻥 튀긴 하는데, 이를 제외하면 아파트 공급은 순감소입니다. 


통계적 수치를 보면, 서울에는 연간 평균 4만호의 아파트가 지어졌습니다만, 최근에는 연간 3만호 초중반대의 아파트가 공급되고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2012년 이후 서울의 아파트와 다세대 모두 준공량이 줄어듭니다. 보통은 아파트가 늘어나면 다세대가 줄고, 다세대가 늘어나면 아파트가 줄어듭니다. 아파트가 늘어나는 시점은 규제 완화 시점이고, 다세대가 늘어나는 시점은 대개 규제 강화 시점이었거든요. 다세대가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에요.


그런데 2012년에는 서울 아파트와 다세대 모두 준공량이 줄어듭니다. 선행하는 인허가량도 비실비실 합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는 여기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봐야 합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2012년 시행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의 일부로, '고즈넉한' 서울을 만들기 위해 대규모의 정비사업을 사실상 중단한 정책입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1만 제곱미터 미만의 재건축을 말하는데요, 1만 제곱미터면 많아 봐야 300세대 규모입니다. 전용 84제곱미터 많이 넣으면 100세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되겠죠.


이름이 왜 "가로주택"이냐면요, "저층 재건축"이라 가로주택입니다. 높은 아파트는 세로니까, 재건축은 하되 낮게 지어라는게 가로주택 정비사업입니다. 고즈넉한 서울을 만들겠다는 박원순 시장님의 큰 뜻이 들어 있는 정비사업이지요. 


서울은 건축위원회에서 연간 총 주택 공급량을 제한하는데요, 얼마를 공급할지 어떤 것 부터 승인할지에 대해 명문화된 규정이 없습니다. 이유 없이 대기중인 건도 다수 있고요. 저는 이 과정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에 우선순위가 많이 갔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2012년 이후부터는 가로주택정비사업에 공급 우선순위가 높아졌을 거고, 대규모 아파트가 쉽게 들어오기 어려운 환경이 되었습니다. 2012년 이후의 대규모 아파트는 가만 보면 10년 내외로 끌고온 이명박 또는 오세훈 시절의 정비사업이 대부분입니다.


가로주택정비사업과 공급이 무슨 관계냐구요? 단지 규모가 작아지면 채산성이 떨어집니다. 건설 시공사 생각보다 돈 많이 못 남겨먹습니다. 그런데 단지 규모까지 300세대 미만으로 작아지면, 남는 게 없습니다. 메이저 시공사면 어지간해선 안 들어갈 채산성입니다.


그러니 2012년 부터 2016년 까지 아파트 공급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던 거로 보입니다. 현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10여년 가까이 묵어 온 공급 부족이라 보고요.



문제는.. 현 정부에서 공급을 더 줄였다는 겁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시행하는 기간에도 가재울 뉴타운, 길음 뉴타운, 신길 뉴타운, 영등포 뉴타운 등등 해서 공급이 꾸준히 이루어 졌습니다. 그런데, 이거 누구 작품인지 아시죠? 이명박이 씨를 뿌리고 오세훈이 키운 뉴타운 사업입니다. 박원순 시대에서 '고즈넉한 서울'을 지키고자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시행했음에도 집값이 그나마 버틸 수는 있었던 이유가 바로 전임 시장들의 대규모 정비사업 때문이었습니다.


이제는 쟁여 둔 공급도 없습니다. 처음부터 쌩으로 공급해야 합니다.

3기 신도시요? 으아, 통근 어떻게 하시려구요. 서울에는 공급 더 못한다는 걸 너무나도 뼈저리게 '증명'해 준 게 현 정부입니다. 대한민국 역사 상 현 정부만큼 신임도가 높은 정부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서울은 공급을 못합니다. 더군다나 서울은 10년간 공급 적체 상황.


저는 부동산의 공급 이슈가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로주택정비사업, 그리고 정체 불명의 '고즈넉한 서울'을 지키기 위한 결과가 대한민국 수도 서울 주택의 폭등을 야기했다고 생각합니다.


걱정되는 지점은 너무 오랜 기간 적체된 공급 부족이라,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는 점 입니다. 과거에는 '선분양' 카드가 먹혔지만, 지금은 선분양 카드 쥐뿔도 안먹힙니다. 업무지구 접근성도 떨어지고, 일반분양이 12.5~25% 남짓, 임대가 75%인 신도시를 누가 선호합니까. 심지어 부천 대장지구는 소음재난지역인데 여기에 3기 신도시 짓는 건 무슨 짓인가 싶습니다.


3기 신도시 선분양에 왜 시장이 반응 안하냐고 묻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건 노땅들이 대한민국을 움켜 쥐고 있으니 젊은 사람들의 정보 교환 속도를 모르고 정책을 내기 때문이 아닐까요? 국민들 그리 멍청하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굵직한 스피커 몇명이서 시장을 움직일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정책 나오면 실시간으로 분석 자료가 올라오는 게 대한민국 2030 세대입니다. 미국이 56Kbps 모뎀 쓸 때 100Mbps 메가패스 쓰던 세대예요.



이러저러한 이유로, 저는 어지간해선 서울에 주택을 마련하실 수 있다면 마련하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3기 신도시 로또 당첨되면 좋긴 한데, 거기서 실거주하는 건 또 다른 얘기거든요. 다만 경기도는 지역별로 좀 보시면 좋겠습니다. 판교 이런데야 당연 좋고요. 특히 동판교는 매우 훌륭한 지역입니다.


첨부한 사진을 보시면 경기도는 빌라 건축이 계속해서 줄어드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아파트만 굵직하게 잘 찍어내는게 경기도예요. 경기도는 인근에 공급이 수월한 지역이라면 다소 보수적으로 접근하시는 게 좋습니다. 동판교 보면 사실상 인근에 직접적 공급이 불가능한 '섬' 구조입니다. 거기에 업무지구 접근성도 아주 좋죠. 서울은 그 자체가 '섬' 구조입니다. 이런 구조는 오를 땐 화끈하게 오르고 내릴 땐 하방경직성이 강합니다. 대체재가 없기 때문입니다.


경기도에서 마련하실 때엔 이런 식으로 미래의 공급 수월성과 업무지구 접근성을 서울보다 더 따져 보시는 게 좋습니다. 서울은 어지간해선 죄다 공급이 어려운 지역이라 주변에 공급 터져서 문제생길 걱정은 거의 안하셔도 되고요. 그래프에서 보시듯 서울과 경기도는 특성이 다릅니다. 



해결책이 있냐고요? 저는 단기간의 가격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받아들이면서 서울 내에서 누구나 재건축 할 수 있게 풀어주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희소하지 않은 자원에는 시간과 돈을 들이지 않습니다.


재건축된 신축 아파트가 시장에 나올 때에는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여기저기서 재건축이 되어 신축 아파트가 어디서든 튀어나오면 사람들은 더 이상 집을 사려고 패닉바잉하지 않을 것입니다. 원래 갖기 어려울 수록 더 갖고 싶기 마련이니까요. 주택 보유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양도소득세 인상도 보유세 인상도 아닌, 도심지 대규모 재생 공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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