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 속 진주 찾기> 에피소드에서 밝혔듯이, 아이의 수많은 관심사는 배움으로 연결되는 중요한 트리거(재료)가 될 수 있습니다. 관심사를 다른 말로 '흥밋거리'라고 표현해볼까요? 사람마다 외모와 성격이 다른 것처럼, '흥밋거리'를 발견하는 시점이나 상황 또한 굉장히 다양합니다. 아이라고 다를 게 없겠죠? 매일 아침 '나는 열 살이다, 나는 열 살이다, 나는 열 살이다!!!'를 적을 때, 정말 열 살짜리 아이라면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하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 사실 동심의 세계로 완전히 빠져드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부모의 시선에서 잠시 벗어나 아이의 시선으로 주위에서 흥밋거리를 찾을 수 있다면? 홈스쿨링의 수준을 높이면서정서적인 안정감도쌓아갈 수 있을 겁니다.
침대 옆자리에 있는 피카츄 인형이 잘 있는지 살펴봐야지. 엄마나 아빠가 일어나기 전까지 아이패드로 몰래 로블록스 게임이나 할까? 오늘도 재미없는 e-학습터 할 생각 하니깐 답답한데, 일어나기 싫어! 엄마한테 칭찬받게 책 한 권을 먼저 읽어볼까? 친구들 만나서 축구하고 싶다!!
< 초3으로 빙의된 아빠의 생각 >
제가 상상력이 참 모자란 것 같죠? 초3 짜리 남자아이가 되었다고 상상하니, 신기하게도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수많은 콘텐츠들은 떠오르지가 않더군요. 이번에는 조금 더 아이에게 빙의되어 보기로 했습니다. 어쩐지 점점 억울함이 밀려옵니다. '왜 나한테 선택권을 주지 않는 거지? 엄마가 시켜서 해야 하는 거야? 선생님은 왜 이런 숙제를 내주셨을까? 이걸 왜 해야 하는 건지 누가 제대로 설명 좀 해줘!!'. 갑자기 제가 살아온 날들이 겹쳐집니다. 입시를 위해 열공을 했는데, 취직 준비도 해야 했고, 직장에서는 참고 견뎌야 하는 답답한 감정이 떠올랐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학교에서 배우는 공부가 전부가 아니니깐, 네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찾는 게 더 중요한 일이야."
아들에게 자주 하는 얘기입니다. 아들 녀석이 저보다 훨씬 넓은 세계관 속에서 자아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은 욕심일까요? 제 의도를 제대로 알아들었는지 알 수 없는 외마디, "네."라는 대답만 돌아옵니다. 균형 잡힌 공부가 필요하다고 얘기하고 있는 저 또한 무엇이 균형 잡힌 공부인지 정답은 모릅니다. 주변이 아닌 자신이 진정 원하는 공부를 하고 배움을 이어나갈 용기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죠. 많은 사람들은 질문에 알맞은 대답을 하도록 훈련받았지,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자아를 찾는 법을 배우지는 못했습니다. '너 자신을 알라'는 얘기는 수 천년 전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맥을 이어오고 있는 진리인데, 왜 우리는 그것을 실천하지 못한 삶을 살게 되는 걸까요?
"아빠, 우리 집에서 에펠탑까지 거리는 어떻게 잴 수 있어요?"
아침식사를 하고 난 아들이 문득 황당한 질문을 합니다. 여러분은 이런 질문을 받게 되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오늘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아서 죽겠는데, 이런 황당한 소리를 하는 거야?, 밥 먹었으면 공부할 준비나 해야지, 너 어제 할 거는 했어? 그거부터 하고 질문해!'라고 아빠의 세계관으로 들어온 아들의 질문은 핍박을 받습니다. 만약 아들의 질문을 아이의 세계관으로 받아들인다면 어떤 방법으로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까요?
1. 에펠탑이 갑자기 생각난 이유가 있어? 왜 그랬을까?
* 알게 된 정보
: 에펠이 만든 에펠탑이야기를 읽었는데, 지난번 유럽여행 갔을 때 에펠탑에 올랐던 것이 기억이 났음
2. 우리 집에서 에펠탑까지 거리를 알고 싶은 이유가 있어?
* 알게 된 정보
: 에펠탑에 다시 가고 싶다.지난번에 비행기로 갔을 때 10시간이 걸렸다. 이동 거리가 궁금해졌음
3. 그랬구나? 거리의 개념을 알고 있어?
* 알게 된 정보
: 수학 시간에 거리의 개념을 배웠음. 하지만 밀리미터, 센티미터, 미터, 킬로미터의 단위는 추가 이해가 필요함
4. 그럼 어떻게 거리를 측정할 수 있을까?
* 알게 된 정보
: 세계 지도에서 자로 재어보고 싶어 함. 구글 어스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실제 지형 확인하고거리 측정필요
5. 지구의 모습은 인공위성이 촬영했을까? 구글 어스는 누가 만든 걸까? 질문은 끝은 어디인가?
구글어스 대문 사진!
대화가 끝 이날 무렵, 우리는 컴퓨터를 켜서 구글 어스를 실행시켰습니다. 실행과 동시에 위성에서 촬영된 지구의 모습이 아름답게 펼쳐졌습니다. 아들의 눈이 반짝거리는 게 보이더군요^^; 네이버 지도에서 우리 집 거리뷰를 보는데 도가 튼 아들은 구글어스를 다루는데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과 에펠탑이 위치한 파리의 멋진 풍경을눈앞에서 펼쳐내더군요. 우리 집에서 에펠탑까지의 실제 거리(실제 지구 거리)가 측정되는 신기한 화면을 볼 때, 아들의 눈이 더 반짝반짝하더라고요!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얻는 일종의 성취감을 느끼게 된 걸까요?
여러분께서는 자아를 찾는 과정에서 배우게 되는 수많은 것들을 '공부'라고 부르는데 익숙하신지요? 만약 '학교에 가면 공부를 한다'라는 관념을 가지고 있으시다면, 하루빨리 털어내셔야 합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공부 세계관'에 갇히게 될수록 흥밋거리를 찾는 것이 두려워집니다. 매일매일 아이가 눈빛을 반짝거리며 흥밋거리를 찾는 모습이 그립지 않으신가요? 그것은 부모들이 아이의 세계관을 공감하고 신뢰할 때 가능한 일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