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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칼라 Oct 13. 2020

조개 속 진주는 시련 속에서 자란다!

행복한 홈스쿨링


집 안에 갇혀 있는 시간은 곧 인생의 낭비라는 생각이 들 만큼 가을 날씨와 하늘과 구름이 장관인 요즘이죠? '오늘은 어떤 그림이 그려질까?' 하고 기대하며 하늘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도 갇혀있는 시간이다 보니! 그 시간이 아까워서 우리 집 세 식구는 그림 같은 구름마다 이름 붙여주기 놀이를 하고는 합니다. 지난 주말도 기가 막힌 날씨에 홀려서 텐트 하나 달랑 차에 싣고 임랑 바다(부산 기장에 있는 조용한 바다)를 찾아가고 있는데, 뒷좌석에 있던 아들이 재밌는 질문 하나를 던지더군요.


"아빠, 조개는 반짝거리고 이상한 돌멩이를 키운데요. 우리도 조개 잡으러 갈래요?"


문득 떠오르는 생각은,

1. 조개가 돌멩이를 키우는데 반짝거린다?

2. 바다에 간다고 하니 갑자기 조개 생각이 났으려나?

3. 나는 날씨 구경하고 편하게 쉬고 싶은데 조개를 잡자고? 하..


제법 쌀쌀한 날씨에 무턱대고 바다에 입수를 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거니와 조개를 잡는 활동(?) 전에 아들이 조개가 잡고 싶은 이유를 알고 싶었습니다.


"조개는 갑자기 왜 잡으려고? 근데 조개가 키운다는 그 돌멩이가 뭐지? 그것 때문에 잡으려고 하는 거야?"

"뭐였더라. 책에서 봤는데, 단어가 기억은 안 나는데 조개가 키운다고 했어요."

"혹시, 진주 아니야?"


아들이 말한 조개가 키우는 이상한 돌멩이는 진주를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바다에 가서 텐트를 치고 모래 놀이도 하고 부루마블도 하고 독서도 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고 길을 나섰는데? 아들의 머릿속에는 진주가 불현듯 떠올랐나 봅니다. 아마도 '바다에 가면 조개를 볼 수 있다 -> 조개는 진주를 키운다' 이런 식으로 본인이 알고 있던 단어에 내재된 기억을 조합해서 떠올렸지 않았을까 합니다.


저희 부부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2 가지였습니다.


1. 바다에 머무르는 시간 동안 계획된 액티비티(활동)만 한다. -> 바다에 입수하지 않는다!!

2. 조개를 잡는 액티비티까지 집어넣는다 -> 바다에 입수한다!!! (하..)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님들이 자주 겪게 되는 상황과 비슷하죠? 그럴 때마다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역할은 대부분은 부모님들이 담당하셨을 겁니다. '합리적'이라는 단어의 뜻은 무엇일까요? 사전을 찾아보니 '이론이나 이치에 합당한 것', '당연하고, 도리에 맞는 것'이라고 합니다. 저는 경험하는 상황에 맞는 행동이나 태도 취할 때, 혹은 어떤 방법을 선택할 때, 이 단어를 자주 써왔습니다. 혹은 누군가를 설득하는 자리이거나! 좌충우돌 홈스쿨링기를 겪고 있지만, 제가 원하는 것을 모두 강요할 수 없는 것처럼 아이가 원하는 것 또한 모두 들어줄 수는 없다는데 한 표를 던집니다.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 질문하고 그것을 위한 배움을 통해 자신을 믿게 하는 것, 현재 제가 아이와 함께하는 홈스쿨링의 목적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조개 속 진주 사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우선, 아들에게 조개를 잡는 목적을 밝히고, 엄마 아빠를 설득해달라는 주문을 하였습니다. 아이의 발달 단계에 따라 설득이라는 개념을 모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개를 왜 잡고 싶은 거야?"와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힌트를 주면 본인이 의도한 목적을 밝히는데 쉬워지거든요. 스스로 하고 싶은 목적을 타인에게 먼저 밝힐 수 있도록 추가적인 '연결'을 유도하는 것이죠. 아이의 관점을 파악하신 부모님도 자동 반사적으로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습관이 필요하겠죠?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아이는 책에서 봤던 조개 속의 진주가 보고 싶었습니다. 비너스가 조개 위에 서있는 그림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절세의 미녀가 조개를 타고 바다를 건너오는 모습이 상상조차 되지 않네요^^; 아들 녀석이 조개 속의 진주를 떠올렸던 것은 사람들이 비너스의 탄생을 보며 느꼈던 신비로움과 호기심에 대한 그것과 비슷했던 것이었을까요? 비유가 좀 멀리 나갔나요?


우리 세 사람은 진주를 찾기로 했습니다. 정확히는 조개를 먼저 찾기로 하였죠.(수산시장이 아닌 해수욕장 주변에서 살아있는 조개를 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저희 부부는 알고 있었지만) 그래서 우리가 출발 전에 정해놓은 일정들을 조정해야 했고, 우선순위를 결정함에 있어서도 아들의 의견은 적극적으로 반영되었습니다. 그 덕분에 제가 정말 좋아하는 멸치 쌈밥 대신 컵라면과 간식거리로 저녁을 해결해야 했지만. 젖은 바짓가랑이를 허벅지까지 끌어올리며 진주를 찾아 나섰지만, 결국 찾지는 못했습니다. 여기에 진주를 품은 조개가 없는 이유는 뭘까? 같이 한번 알아볼까? 하는 질문과 자연스레 연결이 되더군요.


텐트 안으로 돌아와서 우리는 젖은 몸을 수건으로 닦고 인터넷에서 <진주를 만드는 조개>를 검색했습니다. 모든 조개가 진주를 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조개가 진주를 만드는 원리를 알 수 있게 되었죠.


조개가 입을 벌리는 행동을 할 때 모래알 같은 이물질이 보드라운 살에 박히는 경우가 있다. 깔깔한 모래알이 조개의 보드라운 살에 박히게 되면 조개는 본능적으로 두 가지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해야 된다.

하나는 모래알을 무시해 버리는데, 결국은 조개가 모래알 때문에 병들어 살이 썩기 시작하면서 얼마 가지 않아 그 모래알 때문에 조개가 죽어버린다.

또 다른 하나는 조개가 모래알의 도전을 받아들이는 것인데, 조개는 "nacre(진주층)"이라는 생명의 즙을 짜내어 자기 몸속에 들어온 모래알을 계속해서 덮어 싸고 또 덮어 싼다.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일 년, 이 년 동안을 계속해서 생명의 즙으로 모래알을 감싸고 또 감싼다. 이렇게 해서 이루어진 것이 바로 진주이다.



서양에서는 어머니가 시집가는 딸에게 진주를 주는 풍습이 있다고 합니다. 그때 가지고 가는 진주를 "Frozen Tears (얼어붙은 눈물)"라고 부른다고 하죠. 왜 이런 풍습이 생겼을까요? 아마도 사랑하는 딸이 시집살이하다가 속상해할 때, 조개가 자기 안으로 들어온 모래로 인해 받는 고통을 이겨내고 아름다운 진주를 만든 것처럼 잘 참고 견뎌 내라는 뜻이지 않을까요?


아들이 찾고자 했던 진주는 세 사람 모두에게 교훈을 주더군요. 너무 감사했습니다. 코로나 세대들이 겪고 있는 시련과 위기 또한 내가 품고 있는 '진주'를 키우기 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에서 아이와 겪게 되는 문제가 시련처럼 느껴지실 때, '내가 지금 값진 진주를 품는구나!'라는 생각을 떠올릴 수는 없을까요? 오늘의 눈물이 내일의 진주가 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요!


멀리서 찾지 마세요. 아이의 관심사는 그 자체로 배움의 재료가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을 진주로 키워내는 것은 여전히 부모님과 아이의 몫으로 남겨져 있지만 말이죠. 하지만 두렵지 않습니다. 저 역시 진주 목걸이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만 얘기했지, 그 속에 감춰진 조개의 시련들을 알려고 들지 않았거든요. 많은 분들이 조개가 겪을 시련만 두려워하지 않고 함께 시도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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