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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칼라 Oct 11. 2020

아이들은 국어시간에 e-학습터를 한다.

행복한 홈스쿨링


<Mind in the Making : The Seven Essential Life Skills Every Child Needs>의 저자이자 Bezos Family Foundation의 최고 과학 책임자인 Ellen Galinsky는 '배움은 자연스러운 생존 기술'이라고 말했습니다.

"가족이 이것을 자녀의 진정한 학습에 참여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사용할 수 있다면 이는 자녀의 발달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라고 그녀는 말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학습은 사회가 규정해놓은 핵심 교육 주제를 넘어설 수 있습니다. 홈스쿨링은 그저 학업 결손의 두려움을 가리기 위한 임시방편이 아니어야 합니다. 오히려 이번 위기는 관념적인 학업적 기대를 완화하고, 학습 개념을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벌써부터 코로나 세대의 '학업적 후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죠? 그러나 그들은 아이들에게 더 심각할지도 모를 정서적 후퇴를 심도 있게 다루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학습의 개념이 우리 사회가 정해놓은 교육 시스템 내에서 존재한다는 관념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고객'인 부모들 또한 상황은 비슷합니다. 유발 하라리는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을 비롯한 여러 그의 저서에서 교육에 관한 관점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학생들이 현재 학교에서 배우는 학문과 지식은 그들이 성장했을 때 쓸모없는 것이 될 확률이 굉장히 높다는 것입니다. 교육자뿐 아니라 철학자, 과학자, 여러 지식인들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과거의 교육 모델을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다시 입히는 관행은 그들이 말하는 진정한 '학업적 후퇴'입니다.


사실상 가정(바텀)에서 교육 시스템(업)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부모가 아이의 학습에 대한 '교사' 역할을 자처하고자 한다면, 현상을 비판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합니다. 초3인 아들의 여름 방학이 끝나고 나서야 1학기 전 과목 교과서를 늦게나마 살필 수 있었습니다. 교과서(온라인 포함)는 아이들의 보편적인 성장 단계에 맞는 지식이 포함된 양질의 콘텐츠이자 '기준'입니다. 현재 공교육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학습은 대부분 개인이 소장한 스마트 기기로 진행이 되고, 진도가 기록되고 있습니다. 방금 진도율 100%를 찍은 수업에서 본인이 모르는 개념을 다시 찾아보려는 아이가 얼마나 있을까요? 하물며 한 학기, 1년의 시간 동안 그것이 누적이 된다면 암울할 것은 자명합니다. 이래서 학업적 후퇴 또는 학업 결손을 걱정하라고 건가 싶더군요. 


그러나 주간 계획표 또는 학기당 수학 계획을 들여다보고 나서는 더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공대 생활의 꽃을 접한 날, 마치 대학 2학년 시절 재료역학-유체역학-열역학을 한 학기에 이수해야 할 때의 암울했던 심정이 들더군요. 지식과 지혜를 익히기 위한 탐구가 아닌, 입시와 취업 경쟁을 위해 성적과 학점 취득에 목말라 있던 과거의 제가 떠올랐습니다. 아들의 주간 계획표는 제가 겪었던 과거의 '그것'을 비슷하게 베껴놓은 듯했습니다.


"현빈아 뭐해?"라고 물으면, 초3의 아들은 "e-학습터 하고 있어요"라는 대답을 하곤 합니다. '분명 국어 수업을 듣고 있는데, e-학습터를 한다고?' 뭐, 표현이 정교하지 못한 것은 감안하더라도 아들에게 '학습'이란 개념은 무엇일지, 정말 궁금해지더군요. 학원이나 학교를 가야 뭔가를 배운다는 생각을 하는 것인지. 설마..? 근데 설마가 아닙니다. 단지 e-학습터의 진도율이 100%가 찍히면, 아이의 메타인지가 높을 수 있다? 스쿨링이든 홈스쿨링이든, 아이가 학습을 하는 이유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는지는 10분만 투자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아이 옆에 앉아서 교과서를 폅니다. 그리고 이걸 왜 하고 있는지 아이와 대화해보시면 상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물론 개인별 특성은 있겠지만,) 


예를 들어, '언어를 배우는 이유는 뭘까?, 숫자의 계산은 어떤 상황에 필요한 걸까?, 도덕을 배웠을 때 내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점이 무엇일까?'와 같은 질문을 하고 이해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다음 적용 방법을 배운다면 "e-학습터 하고 있어요."와 같은 애매한 대답은 더 이상 나오지 않더군요. 제법 군더더기 없는 표현을 하는 데까지 시간이 필요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만약 홈스쿨링을 진행하고 있다면, 이 부분은 부모가 정확히 꼬집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 혼자서는 학습을 하는 이유를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 원하는 모습과 학업을 강요하는 대신 아이가 무엇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깊게 고민하고 실행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무엇에 대해 많이 알려 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기 전에, 아이의 선생님이 해줄 수 없었던 것들을 먼저 찾아볼 수는 없을까요? 이번 위기(저는 황금 같은 시간이라고 합니다만^^;)를 아이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기회로 만들 수 있다면? 이거야 말로 고생 끝에 낙이 오게 만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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