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홈스쿨링
자녀의 홈스쿨링에 대한 부모들의 기대가 높을수록 '교사가 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현실이 가혹할 겁니다. 왜냐하면, 많은 부모들 스스로가 기대에 부합하는 역할을 하기 위한 준비와 집중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여러분이 집에서 아이들에게 원하는 모습이 어땠는지 떠올려 보실까요? 예를 들어, '반찬 투정하지 않기', '밥 먹고 나면 바로 양치하기', '아침에 잘 일어나기!!' 그 밖에도 다양하게 있을 겁니다. 그럼 무엇이 걱정되시는가요? 아이의 생활 태도인가요? 아니면 학업 결손 없이 아이의 학업 수준이 발전하기를 바라시는 것인가요? 아니면 스티브 잡스 같이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 되기를 원하시나요?
“훈련을 받지 않았고 자료가 없을 때 집에서 학교를 복제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불가능한 임무와 같습니다.” 버지니아 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다니엘 윌링 햄은 홈스쿨링에 대한 갑작스러운(코로나 발병 이후) 광범위한 시도가 그 개념을 대부분 오해하게 했다고 말합니다. 그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끊임없는 감독 없이는 지속적으로 무엇을 진행할 능력이 부족한 상태임을 강조했습니다. 자기 조율과 관련된 능력조차 학습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죠. 결론적으로, 일과 육아의 균형을 맞추려는 것 자체가 준비되지 않은 부모에게는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저희 부부가 시도했던 홈스쿨링의 어려움을 극복했던 세 가지 중, 첫 번째 방법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바로, 가정에서 홈스쿨링으로 겪게 되는 진짜 문제 찾기입니다. 맘 카페에서 캡처한 고민뿐 아니라, 대다수의 엄마(부모)는 아이의 학업 결손을 걱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 아이가 남들보다 뒤처질까 봐 걱정이 되시는가요? 교육열이라면 전 세계 1등이라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성적이 떨어지는 아이는 인생에서 낙오자가 되기 때문에? 아니면, 아이들의 성격이나 태도와 연관된 문제들에 과중한 스트레스는 받으시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나의 자유 시간(혹은 일하는 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이 괴로운 것인가요? 홈스쿨링으로 발생한 걱정의 근본 원인이 아이에게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에게 있는 것인지, 환경적인 것인지를 정확히 밝혀내는 것이 홈스쿨링의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당신이 보고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라. 자신이 가장 생각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하라." < 마르셀 뒤샹 >
화가 마르셀 뒤샹이 말한 것처럼, 그동안 우리 집에서 문제로 인식된 현상과 책임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저 일상에서 당연하듯 넘겼던 '수동적인 보기'에서 벗어나 우리의 행동을 분석하기 위한 '적극적인 관찰'을 시작했습니다. 우선 아이의 일상에서 반복되는 행동이나 말버릇 그리고 특징들을 찾고 기록했습니다. 장기간 학교를 가지 않으니, 지금은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되었죠! 더불어 온라인 학습을 진행하면서 보인 반응과 행동은 학교에서 오프라인 생활의 그것을 떠올리게 하기도 충분했습니다. 상황 별로 아이의 장단점을 나열했고, 그리고 그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부부는 서로에 대한 관찰도 진행했습니다. 사실 10년 넘게 결혼생활을 이어오면서 지지고 복고, 참 많이도 싸웠습니다.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했나요?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 듯,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사는 게 우리의 미덕이라고 했던가요? 사실 지난 6개월은 아마 와이프와 제가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집에서 얼굴 맞대고 살아본 시절일 겁니다. 집에서 삼시 세끼 해결하는 것부터 화상 미팅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었고, 참고 견뎌야 하는 일이 많았었죠. 그 중심에는 해결 불가였던 난제, 아들 녀석이 있었고요!
석 달간, 그렇게 관찰된 기록들을 정리했습니다. 물론 아들의 속마음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서 저와 와이프는 쉽고 이해하기 쉬운 표현으로 녀석과 소통하는 것에 집중했고요. 마인드맵을 활용해서 생활패턴(언어)/잘하는 점(장점)/부족한 점(단점)/하고 싶은 일/개선점 등의 카테고리를 정하고, 자신에 관한 것 하나 그리고 다른 두 사람을 관찰한 기록들을 정리했습니다. 주간 일정표와 월간 일정표를 만들어보니, 신기하게도 문제가 발생하는 빈도가 높은 시간대가 보이는 게 아니겠습니까? '옳거니! 부딪힘이 많았던 시간대에 우리가 보였던 패턴이 뭐였더라? 그걸 손보면 되겠네!'
적극적인 관찰 이후 작성된 가족의 새로운 일정표에는 아들의 감정 요소가 많이 녹아 있습니다. 초3인 아이의 이야기는 우리 부부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 있었습니다. 아이의 시각으로 해석된 엄마 아빠의 모습이었죠. 평소 아이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데 서투르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리고 학습이 부족한 이유라고, 언어적인 발달을 위해 책과 친해지면 자연스레 좋아질 것이라는 착각을 했습니다. 예를 들면, 아이가 책을 읽는 것이 싫었던 이유는 항상 부모와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기 위함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독서기록장에 지렁이 같은 글씨를 지적하고, 틀린 단어를 수정하고 나면 아빠 노릇을 했다고 티를 냈던 저를 바라봤던 아이의 심정이 느껴지더군요. 아이는 부모가 정해놓은 일과를 혼자 묵묵히 수행하기에도 바빴던 것이었습니다. 저희 부부의 홈스쿨링은 e-학습터의 주간 계획표를 조금 더 연장시켜놓은 것에 불과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