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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칼라 Oct 16. 2020

아이의 질문이 부모를 깨운다!

행복한 홈스쿨링

아이들이 '흥밋거리'를 발견하게 되면 자동 반사적으로 보이는 반응은 무엇일까요? 바로 '질문(생각)하기'입니다. 그들은 자신을 중심으로 즉각적인 맥락과 감각 데이터를 바탕으로 질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떤 지식이나 생각에 지배되기보다는 본능적으로 깨닫거나 직접적인 경험에서 튀어나오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벗어나고, 넘어선 세상을 보는 것은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거리를 걸을 때 달이 자신을 따라온다고 하거나 지구가 평평하고, 태양이 우리 주위를 움직인다는 아이들의 세계관이 틀렸다고 할 수 있을까요? 아이들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즉각적인 맥락으로 해석합니다. 그것은 곧 '경험한 모든 것'입니다. 아이의 성장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또 다른 맥락에서의 경험(배움, 학습)으로 변화해나가는 과정입니다. 그것을 위한 본능적인 행위가 '질문하기'인 것이죠.


에펠탑 건축 이야기를 읽는 순간, 초3 아들은 재작년 겨울 방학 때 다녀온 파리의 '에펠탑'을 떠올렸습니다. 즐거웠던 기억이 다시 살아났고, 높은 탑에 다시 올라가고 싶은 욕망이 생겼을지도 모릅니다. 여기까지는 저도 충분히 연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재밌게도 아들의 입에서 튀어나온 질문(생각)은 '우리 집에서 에펠탑까지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였습니다. 여기서부터가 중요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질문에 또 다른 질문을 던져서 계속 질문(생각)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흥밋거리를 더 탐구할 수 있는 수준의 올바른 맥락에서의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이죠. 이런 이유로 부모들은 아이들의 '황당한 질문'에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는 종종 성인보다 인과성에 대한 인식이 더 선형적인 경우가 있습니다. 즉각적인 맥락으로 파악한 원인과 결과를 재빠르게 연관 지을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아이의 인과성과 부모의 인과성이 반드시 일치하느냐?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여기서 부모들의 역할을 다시 한번 강조드리면, 아이가 내는 생각을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발달 수준, 이전 경험 및 그들만의 맥락에 따라 반응한 것뿐이거든요! 수많은 인지 연구를 통해 보편화된 내용에 따르면, 인간은 인식된 문제를 '관찰-조사-데이터 수집-질문(생각)-추론-결론 도출'의 과정을 반복하며 해결합니다. 아이들이 성인보다 인과성이 더 선형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러한 문제 해결의 과정을 다양하게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가정에서 아이의 엉뚱한 행동이나 질문 때문에 속이 까뒤집히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하지만 문제의 인식 단계부터 부모의 세계관과 아이의 세계관은 교감이 가능합니다. 서로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면 말이죠. 만약 홈스쿨링을 할 때 반복되는 문제로 고통스러운 부모님들이 있으시다면? 부모님이 먼저 서로의 세계관이 다를 수 있음을 아이에게 알려야 합니다. 그리고 맞고 틀림이 아닌 다름의 문제로 인식할 수 있도록 자주 대화를 나눠 주세요. 아이는 부모의 절대적인 세계관 앞에 두려움을 느끼는 존재입니다. 아이만의 방식으로 자아를 찾기도 전에 부모의 세계관 속에 갇혀버리는 일은 없어야 하겠죠? 그들은 부모가 정해준 시간을 사는 꼭두각시가 아닙니다.


아이가 던지는 질문의 힘을 과소평가하지 말아 주세요. 그것이 그들의 방식이거든요! '오늘은 이 녀석이 어떤 재밌는 생각을 할까?' 아빠의 생각이 딱딱하게 굳을까 걱정되어 말랑말랑한 질문을 던져주는 아들 녀석에게 감사함을 느낍니다. 아이가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뭐다? 뭔가 흥밋거리를 찾았다는 신호입니다! 여러분의 아이가 하기 싫은 일은 단 10분도 버티지 못하지만, 흥밋거리를 찾았을 때 어떤 반응을 보였죠? 예를 들어, 경찰관이 되고 싶은 아이가 <레고 경찰관 시리즈> 선물 받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몇 시간이 지나도 지치지 않고 레고 블록을 열심히 쌓습니다! 아이들은 그렇게 흥밋거리를 찾으면 찾을수록 불가능한 일(두려움, 걱정)을 가능한 일(배움, 습관)로 만드는 놀라운 경험을 합니다! 옆에서 거들던 아빠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방바닥에 등을 누이기 일쑤가 되지만요^^; 설령 방바닥에 드러눕는 한이 있더라도, 항상 아이의 곁을 지켜주실 수 있겠죠?



질문으로 아이의 꿈을 드러내라


유대인의 어머니는 학교를 다녀온 자녀에게 ‘무엇을 배웠니?’라고 묻지 않는다.
‘무엇을 질문했니?’라고 묻는다.


질문은 없어서는 안 될 도구입니다. 때로는 꼭꼭 숨어있는 진실을 파헤치는 열쇠가 되기도 하고, 알려지지 않은 것을 배우고 탐구하며 변화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죠. 질문은 우리 주변의 어둠을 비추는 '손전등'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질문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가정과 직장, 학교에서는 우리에게 효율적인 '정답'을 원할 뿐, 질문이 거의 용납되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들 역시, 답변 기반 교육 시스템 내에 머물러 있는 것이 속상할 뿐입니다. 


질문이 약점의 신호로 보일 수 있기까지 한 문화에서 성장한 부모는, 그들 자녀에게 질문하는 것에도 낯설기 마련입니다. 늦지 않게, 틀리지 않게 답을 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은 질문으로 이어질 기다림도, 호기심도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홈스쿨링에서 부모들이 의식적으로, 습관적으로 자녀에게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질문하기'입니다. 그리고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아이의 질문을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들의 정서 발달과 자아 탐구를 확장시키는 것은 학교의 역할이 아닙니다. 바로 가정과 부모입니다. 부모의 질문은 아이들이 깊은 생각을 하고 배움을 위한 질문을 유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질문하는 것은 두려운 일일까요? 그것은 답이 없는 세상에서 스스로 백기를 들고 항복 선언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의 관념 속에 질문의 개념이 잘못 뿌리내려 있다면, 아이들 또한 부모와 비슷한 길을 가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자명합니다.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니까요. 부모는 질문이 아이의 강점이 되는 가정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가정은 아이의 질문을 언제나 환영하고 원하는 곳, 때로는 올바른 질문을 연구하는 곳, 질문 기술을 가르치는 요람이니까요! 


물론 아이의 모든 질문을 존중해 주기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겁니다! 아이는 어른과 달리 항상 질문을 품고 살기 때문에. 그럴 때는 또 다른 질문으로 존중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한 대화를 나누어야 합니다. 질문으로 질문을 유도하는 것이죠. 질문하는 것이 두렵지 않은 아이는 언제나 자신의 의견과 생각을 당당히 밝힐 수 있습니다. 남들이 원하는 답을 내는 것을 두려워하고, 본인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는 질문을 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이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실까요? 친구들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을 내가 모르고 있었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괜히 불안하고 나만 모르고 있다는 것에 신경이 쓰였던 기억이 있으시죠? 하물며 여러분의 직장에서는? 그렇기 때문에, 아이에게 질문하는 것은 부족함을 드러내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려줘야 합니다. 오히려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지구 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들이라는 것을 아이가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죠! 수많은 훌륭한 질문자들을 소개하며 그들은 음악, 영화, 예술 등 세상의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지평을 여는 사람들이란 걸 아이에게 알려줘야 합니다. 세상을 더 흥미로운 곳으로 만들 수 있는 출발점이 '질문하기'라는 것을 아이가 깨닫게 된다면, 얼마나 신이 나겠습니까? 


가정에서 아이의 질문에 어떠한 반응을 보이셨나요? 부모는 아이가 묻는 질문에 칭찬하고, 그런 생각을 했다는 사실을 축하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목표에 맞고 정확한 질문뿐만 아니라, 아주 모호하고 때로는 황당에 가까운 질문이 나오게 된다면? 오히려 더 축하할 일이 되는 거겠죠! 부모의 긍정적인 피드백은 아이가 질문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경로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줍니다. 흥밋거리를 발견한 아이가 남몰래 진행 중인 자기만의 프로젝트, 또는 독창적인 창작물의 시작은 질문에서 출발하게 되는 법이니까요!


홈스쿨링에서 아이의 학업 증진보다도 중요한 것은 부모와 아이 모두 질문을 습관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질문은 곧 사람이 생각하는 방식의 일부입니다. 질문하는 습관은 나의 생각 정리, 즉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을 구분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입니다. 모르는 것들을 탐구하다 보면 흥밋거리를 찾고 자아를 발견하게 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겠죠? 아이에게 알려줄 수 있는 좋은 질문과 관련된 행동 습관은 무엇일까요? 아시다시피, 아이에게는 우리 주변의 익숙한 것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는 '눈'이 있죠? 그것을 살려주면 됩니다! 부모가 아이의 질문(생각)과 이야기를 무시하거나 부족한 것으로 눌러버린다면, 그것은 아이가 질문을 불편하게 인식하게 하고 두렵도록 만들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됩니다. 그냥 일상을 아이 스스로 관찰하도록 내버려 두셔도 됩니다. 아이가 그것에 항상 의문을 제기할 수 있도록 질문하고, 인내하고 기다려 주면서 말이죠.


이제는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 스스로 아름다운 질문들을 적극적으로 해보세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질문을 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아이가 질문하는 습관을 가질 수 있게 될까요? '정답'을 아는 것은 학교와 직장에서 '아주 잠시'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질문하는 방법'을 아는 것은 '평생 동안' 인생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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