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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칼라 Oct 17. 2020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려면, 눈높이를 맞춰라

행복한 홈스쿨링

부모의 세계관과 아이의 세계관을 만나게 하는 방법은 '좋은 질문을 주고받는 것'이라고 소개해 드렸습니다. '그게 말처럼 쉽습니까!?'라고 어려움을 토로하실 부모님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네요^^; 사실 정말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저 또한 본능적으로 자신을 중심으로 한 맥락과 감정을 바탕으로 대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말이나 글로써 생각을 내보내기 직전까지 부여잡은 이성과 경험들은 '잠깐!' 하며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주곤 합니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가랑이가 찢어진다고 하죠? 아이들은 이러한 데이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부모의 의도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부모들이 먼저 눈높이를 아이에게 맞춰야 하는 이유인 것이죠.


그렇다면, 아이와의 눈높이는 어떻게 맞출 수 있을까요? 아이들과 함께 좋아하는 만화를 보고 책을 읽고 그들의 관심사에 맞게 대화하거나 놀이를 함께 하는 것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때 부모들의 머릿속에서 지워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아이가 원하는 것을 '제공'해줬다는 생각입니다. 또한 그것으로 아이와 교감하고 있다고 '착각' 한다는 것입니다. 저희 부부도 그랬습니다. '열에 아홉은 아들 녀석이 원하는 것을 해줬는데, 왜 한 가지 우리가 원하는 걸 충족하지 못해서 이 난리가 날까?' 때로는 내가 뭘 잘못했을까 하며 억울한 심정까지 들곤 했죠. 가끔은 아이의 생각을 공격하기까지 했습니다. 이해조차 못하는 아이를 붙잡고, 부모가 제공해 준 수많은 조건들을 들이대면서 말이죠.


부모와 자녀는 가족이라는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가족 구성원으로서 함께 살아가며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부모와 아이는 각자의 세계관을 가진 독립적인 존재입니다. 단, 부모는 아이가 자아를 찾을 때까지 수고스러운 역할을 '더' 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잘 알려진 유대인 속담 중에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줘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이가 자아를 찾고 독립적인 존재로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라는 뜻과 연결할 수 있을 겁니다.


공감하시겠지만 아이가 어려움을 겪는 것을 바라보는 일은 가슴 아픕니다. 아이는 왜 어려움을 겪을까요? 혹시 우리 어른들이 그들 모두에게 우주의 원리를 알도록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들은 여전히 세상이 둥글거나 평평한 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아이들은 어려움을 극복할 때까지 부모의 열린 마음과 인내심을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들의 눈빛을 반짝거리게 만드는 질문을 기다리면서요. 부모는 질문을 통해서 아이가 겪는 어려움과 그들의 어설픈 투쟁의 근원에 더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그것은 부모와 아이가 눈높이를 맞춰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유대인 부모에게 이런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당신들은 왜 자녀교육에 이토록 정성을 기울이나요?"
"행복은 부모가 만들어줄 수 없지만 불행은 부모가 만들 수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명하고 겸손함을 넘어서 너무 현실적인 대답처럼 느껴지지 않으신가요? 유대인들은 신이 자녀를 잠시 나에게 맡겼다는 생각으로 자녀를 양육한다고 합니다. 세상에 기여할 귀한 인재를 잠시 맡아서 기른다는 유대인들의 생각에 존경의 마음이 들기까지 합니다. 물론 나라마다 형성된 의식 수준과 환경이 같지 않음에 동일한 잣대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관점에서라도 부모는 더욱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에게 질문하고, 그들의 세계관(개성, 흥밋거리)이 드러날 수 있는 질문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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