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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칼라 Oct 29. 2020

스트레스 없는 홈스쿨링은 없어!

행복한 홈스쿨링

2020년,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여러분은 안녕하신가요? 저는 힘겹네요. 지금 이 시기를 무 자르듯이 위아래로 딱! 잘라놓고 본다고 가정해볼까요? 단적인 시간을 공유하는 모든 세대에 걸쳐 형성된 세계관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을 겁니다. 세상의 많은 '부모'의 관점에서만 다시 살펴볼까요? 이들은 다 자란 사람이란 뜻의 '성인'으로 분류되어 온갖 개인적, 관계적 기대와 역할에 휩싸여 삽니다. 때로는 그것이 감당하지 못할 만큼 버겁기까지 한 사람들입니다. 전염병의 위협으로 동적인 변화를 통해 자유롭게 자신을 바꾸어가기도 어려운 상황이고 말이죠. 정말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정에서 일어나는 부모-자녀 간의 일련의 사건들은 인륜적이고 필연적인 것이라 피할 수도, 부정할 수도 없습니다. 내 삶을 살아갈 수밖에요.


재밌는 글을 봤습니다. 코로나 시대를 경험하면서, 부모들이 학교에 고마움을 토로하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어떤 의미일까요? 학교는 학생들을 시의 적절하게 '교육'하는 기관으로만 통념적으로 알아왔는데, 어째 '보육'의 역할이 더 살갑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학교(유치원)는 아이를 그저 맡기는 곳이 아닙니다. 아이의 성장에 맞는 사회적 관계와 역할을 배우는 곳이죠. 뭐, 가정이라는 사회를 효율적 관점에서만 바라보면 부모의 소임을 위해서 아이 또한 그에 맞는 개인 활동을 하길 바랄 수도 있겠지만.


저희 부부는 현재 홈스쿨링을 모니터링하는 동시에 커다란 경제 위기 속에서 생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올 한 해를 돌아보면, 일상이 깨지고 불확실한 환경에서 불안한 감정과 행동들, 그것의 극복이 반복되는 중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아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것들은 결국 스트레스가 되더군요. 서로를 할퀴게 되는 악순환을 반복하곤 했습니다. 미안했습니다. 부모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답답했습니다. 도대체 내가 모르는 것이 무엇일까? 정답이 없는 문제는 역시 아무도 답을 알려주지 않더군요. 결국은 스스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저희 부부가 알게 된 결론은 <아이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내 삶을 포기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할 수 있을 때만이라도 오롯이 아이의 관점을 가지면 되는 거거든요. 차이는 있을지라도 부모의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녀들이 홈스쿨의 다양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아이들은 새로운 기대와 역할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행동 또는 정서적 문제를 겪기 때문이죠. 이런 현실과 어려움이 당연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 시작입니다. 그렇게 되면 홈스쿨링에서 발생되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습니다. 불행이 점점 사라지는 것이죠. 불행이 사라진다는 것은 행복이 찾아올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 되는 거겠죠? 홈스쿨링을 할 때 아이의 관점을 지지하고, 부모 자신의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 단순화 >


갑자기 재택근무 혹은 가정생활과 홈스쿨링의 균형을 맞추려고 하는 부모라면 여러분의 가정이 저와 비슷해 보일 수 있습니다. 3월 이후, 생산적인 일을 하면서 아이의 홈스쿨링에 전적인 관심을 기울여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원하는 결과를 본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부모, 교사, 심지어 심리학자가 동시에 되어야 하는 것, 그것은 현재 어느 것 하나도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더군요. 하지만 그것이 완벽한 일이기를 바라며 시간만 보내는 것은 좌절감의 연속이 아니겠습니까? 그게 아니라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좌절하지 말고 불완전함(완벽할 수 없음)을 '수용' 해보는 것입니다. 수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몇 가지 나만의 주문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 나는 홈스쿨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위기 상황에서 아이가 집에서 배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 나는 재택근무를 하는 것이 아니다. 위기 상황에서 집에서 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 지금은 평범한 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평상시만큼 생산적일 수 없다. 앞으로 24 시간 안에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지금 당장 할 수 없는 일은 버린다.


만약 자녀가 원격 학습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일단은 담임 선생님과 연락을 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스트레스로 할당된 모든 일을 하기 위해 하루 종일 싸우는 것보다 차분하게 한 가지 수준 높은 수업을 완료하겠다는 상담을 받아야 하겠죠. 이것은 원격 학습의 떨어진 진도율에서 받는 불안감보다도, 훨씬 중요한 결정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부모와 자녀 모두 그것만으로도 감사할 수 있지 않을까요? 감사를 표할 수 있다면 위기 속에서도 성취할 수 있는 것이 발견되기도 하고, 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 역시 생길 수 있습니다. 매일 우리가 감내해야 할 일이 한 가지 이상이긴 하겠지만, 하나의 중요한 작업에 집중하고 불가능한 표준을 버리면 매일 부족함을 느끼지 않게 됩니다.


부모와 자녀가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간단한 전략 하나가 있습니다. 스몰스텝의 저자 박요철 작가의 세바시 강연에도 소개된, 세 줄 일기를 써보는 것입니다. 저희 가족은 약간 변형을 해서 1) 내가 감사하는 한 가지, 2) 반드시 할 일 한 가지, 3) 놓아주거나 받아들이는 한 가지 말(또는 글쓰기 또는 그림 그리기)을 쓰며 감사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하루의 시작으로 감사를 표하는 것은 그날 하루 전체의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게 됩니다. 의식적으로 이것을 중요하게 받아들이면, 실천할 힘이 생기고 그것으로 행복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 구조화 >


혹시 각종 검색 사이트에서 <홈스쿨링에서 내 아이를 지원하는 방법>을 찾아보셨나요? 원하는 결과를 찾으셨는지요?^^ 학교에서 보내오는 알림장과 같은 가이드에 따르면, 하루 종일 집에 있을 때에도 아이가 규칙적인 일정을 지키도록 부모의 지원을 요구합니다. 그것은 아이의 학습 결손을 막기 위한 것이 주된 이유일까요? 그게 아니면, 아이의 생활 태도를 어떤 틀에 맞추기 위함일까요? 부모의 관점에서는 어떻습니까? 왜 아이가 규칙적인 일정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저희 부부는 아이의 영역과 부모의 영역을 구분할 규칙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사회에서 경험하는 각종 효율에 의거한 활동들을 집안으로 가져와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처럼 말이죠. 결과는 어떻죠?^^ 일정을 정했는데도 아이가 따라주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거나 거부하는 경우 때문에 부모의 스트레스가 '과다'한 상황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정서적 안정감의 훼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고요.


지금은 자녀의 하루를 단속하고 통제하고 평가할 때가 아닙니다. 지금은 온 가족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일정으로 자녀와 협력할 때입니다. 설령 그 일정이 매일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홈스쿨링을 통해 여러분 가정에서 매일 제대로 작동하는 것을 미세 조정하고, 작동하지 않는 것을 제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면 어떨까요? 부모의 임무가 선생님이 제공한 원격 학습 계획을 아이가 철저히 수행하도록 만드는 것인가요? 또한 부모로서 여러분의 임무는 8 시간의 수업을 창조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학년에 맞는 교과 과목을 배우고,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홈스쿨링의 의미는 단지 학교의 커리큘럼을 원격 교육화해서 '집'에서 '수행'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정에서 아이를 위한 일정을 짜는 것은 홈스쿨링의 구조 중 일부일 뿐입니다. 혹시 가족 모두를 위한 일정을 계획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재미, 운동, 실습, 학습 활동 및 가족 연결의 기회를 포함하여, 들뜬 마음으로 방학을 기다리며 '놀' 계획을 세웠던 기억을 떠올려 볼 수는 없을까요? 아이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원격 학습의 진도율이 100%가 되면, 할 일을 끝마쳤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심지어 그마저도 수행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학습의 체크 포인트가 아닌 '감정 체크 포인트'를 구축하고 아이를 일정에 참여시키는 방법은 있습니다. 아이들의 흥밋거리가 되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일정들을 구조화시키면서 말이죠.


< 정서적 지원 >


우리 아이들은 큰 감정을 경험할 때 행동을 통해 이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아마 경험해보셨을 겁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러 가기 전이나 흥미를 느끼는 장소에 가기 전에 기대감과 흥분으로 뜀박질을 한다거나, 소리를 지르는 경우가 있겠죠? 부모들은 이럴 때 보통 '너무 흥분하지 말고, 지금 해야 할 일부터 먼저 해!'라고 아이를 진정시키려 듭니다. 그런데 아이는 왜 이런 행동을 보일까요? 즐겁고 흥분되는 기대감을 주체할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죠!


저희 부부는 아들이 어떠한 감정에 휩싸여 있을 때, 추가적인 사고 혹은 추론의 기술에 쉽게 접근할 수 없다고 단정 짓곤 했습니다. 왜냐하면 '어른의 관점'에서 아이가 여태껏 경험한 것에만 기초해서 감정을 느끼고 생각한다고 치부했기 때문이죠. 정말 그럴까요? 아이가 수업에 집중할 수 없거나 짜증을 내고 딴짓을 하는 행동을 자주 보인다면? 이 상황이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 즉 스스로의 기대치를 충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부모가 '먼저' 인지하셔야 합니다. 아이는 아마도 그 일에서 흥밋거리를 발견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을 해야 할까요? 아이의 행동이나 반응을 지적하고 '약속을 지켜야 해!' 혹은 '끈기를 가져라!'와 같은 어떤 '조치'가 필요한 걸까요? 감정 이입과 관련된 연구에 따르면 공감은 신경계를 진정시키고 뇌의 사고와 추론 측면을 다시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일단은 공감을 통해 아이를 진정시켜야 합니다. 어떤 이유가 있는지, 본인의 현재 감정이 어떠한지 부모가 먼저 질문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현실로 돌아와 볼까요? 홈스쿨링을 진행하는 부모로서 당신의 역할은 교사보다는 안전, 소속감, 수용에 관한 것이어야 합니다. 누구나 경험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에 따르면, 아이는 교사로부터 학업에 대해 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모가 가르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술은 아이가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를 알고, 감정을 관리하는 방법입니다.


교육을 비롯한 사회의 많은 분야에서 우리는 '과거'의 기준으로는 비정상적인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에 달라질 세상을 미리 테스트할 수 있다면 '현재'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요? 당장은 그것이 스트레스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면, 또 다른 연결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또한 스트레스가 많은 시기에 아이들과 부모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다면, 오히려 정서적인 안정감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요? 어려운 시기가 지나고 언젠가 우리 아이들은 학교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를 슬기롭게 보낸 아이들은 그 연결의 선물과 정서적 회복 및 문제 해결 기술을 배워갈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 집 마법의 보드^^; 아이 스스로 '생각-감정-행동-변화' 할 수 있는 존재임을 알게 하자. 아이는 저 마다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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