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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현 Aug 31. 2022

미국 학생비자 인터뷰

예상치 못한 황당한 인터뷰 질문

"합격을 축하합니다."

토플은 10월에 합격 레터는 이듬해 봄에 우편으로 받았다.


이거 받으려고, 그렇게 2년간 난 힘들었구나 싶었지만... 그럼에도, 기쁨이 훨씬 컸다. 난, 합격만 하면 만사 O.K인 줄 알았다. 이런...


우선, 유학생 신분으로 미국 체류를 위한 비자가 있어야 한다. 유학생 가족 신분 F2 비자가 있었지만, 공부를 하려면 반드시 F1 비자를 받아야 한다. 


무슨 신분 상승도 아니고, F2의 설움은 떨쳐버리자. 훌훌.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준비다. 아들과 잠시 한국으로 들어왔었다. 미국에서 비자 신청도 가능하지만, 그곳 관공서의 나무늘보 스피드에 불안했다. 입학 일정이 지나고서야 비자가 나오면 안 되니께.


그런데, 그때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비자 신청 자체를 할 수 없었다. 합격한 학교에서 입학생 신분을 증명하는 서류인 I-20라는 것이 나와야 한다. 학교에서 깜깜무소식이었다. 외국 학생들 업무를 관할하는 교내 센터를 고등학교 매점 드나들 듯 드나들었다. 처음에는 부탁하러, 나중엔 협박하러. 너무 지체되었다. 그러다 여름 방학이 되어버린 것. 아뿔싸, 이러다 나 비자 신청도 못하고 힘들게 준비한 입학이 안 될까 속이 타들어갔다. 무엇보다 화가 났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들을 조르는 것과 기다리는 것이었기에. 잠도 오지 않았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처리하기 위해 아들과 들어오고, 자신의 졸업 준비로 있는 신랑이 I-20를 대신 받으면 등기로 보내주기로 작전을 짜고 2인 1조로 준비했다. 이게 무슨 007도 아니고... 신랑이 매일 그곳 오피스를 가서 말하다 나중에는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학교 시스템에서 유학생에 대한 배려가 조금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신랑의 희생? 덕분에 무사히 I-20를 받았다. 이제 비자 인터뷰 신청다. 사진관에 가서, 비자용 사진을 찍었다. 친정에 있던 화순의 한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었다. 사진사분께 비자 사진 사이즈를 2번 정도 설명을 드렸지만, 듣는 둥 마는 둥 하시며 "아, 알아 알아. 1시간 뒤에 와요" 하셨다. 아이고, 근데... 여권용 사진이 있어서 황당했다. 아저씨께 "이거 아니에요~~." 하며 다시 설명을 드리니, "오메, 미안하네. 난 실은 비자 사진을 안 해봐서, 아이고, 다시 해줄게. 앉아서 20분만 기다려줘. 미안." 아들이 아기일 적에, 대형 농협 마트에 기저귀를 못 사서 난감하니도 했다. 시골만의 해프닝이랄까? 


벌써 7월이 돼버려 난 너무 다급했다. 미국 비자 인터뷰 신청을 위해서 수수료를 내고 인터넷에 아들과 나에 대한 정보들을 입력했다. 에어컨도 없는 찜통 방에서, 뭔 놈의 사이트가 맨날 에러가 난다. 아~ 그래도 어서 꼭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내가 지금 한 과정들은, 극히 일부분이다. 재정 증명서 등 준비해야 할 서류도 많이 있다. 준비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할 수 있다. 많은 한국의 유학생 분들이 돈을 주고, 이 과정들을 많이 맡긴다고 들었다. 그러나 나는 3일 정도만 고생하면 충분히 마무리할 수 있는 부분이니, 본인이 해보길 추천한다. 

걱정이 끝이 없지만, 이를 다스리는 나만의 비법을 만들자.

시간과 돈을 떠나, 유학생으로 타국에 살아가는 데 미리 예행연습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인의 유학 준비는 본인이 정성껏 어느 정도 고생하면서 부딪힘의 시작을 하는 게 맞다. 앞서 말했지만, 예행연습이라니 무슨? 타국에 살면 자질구레: 차 AS, 집수리, 택배 문제, 학교에서 서류 처리, 세금 처리, 벌금 처리, 보험금 청구 또는 병원 방문 등 하게 되는 생활사가 예상외 변수로 엄청나다. 어느 땐 공부하는 시간보다 저런 일들을 처리하는 시간이 더 많이 들기도 하다. 그러니, I-20 발급부터, 비자 신청과 입국 준비까지 본인이 직접 해보자. 


대망의 인터뷰 날이다. 대사관 앞에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미국의 인기?를 실감했다. 긴장은 3 스쿱인데, 설렘은 0.5 스쿱밖에 안 되었다. 예상 질문지들과 준비한 서류 뭉터기를 꼼꼼히 확인하고 또 했지만, 정말 떨렸다. 속으로 계속 예상 질문에 대한 답들을 읊조렸다.


드디어 내 차례. 처음엔, 역시 예상했던 질문들이다."너, 미국에서 머 해?" -응, 나 수학교육 "공부하고, 뭐할 건데?" -나, 졸업하고, 한국에 와서, 학원 차릴 거야. "그럼, 너 졸업 후 귀국은 확실하니?" -그럼, 왜냐면 남편이 한국에서 회사에서(남편의 졸업 후 스케줄) 1달 후부터 바로 일해. 난 졸업 후 빨리 와서 같이 살아야 해."  그때 나의 계획은 실제로 그랬고, 귀국 후 나의 계획을 일부러 명시했다. 미국 대사관은 눌러 살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다음 질문은 예상치 못했던 거라 당황스러웠다. "너 혹시 둘째 있어?  - 아니, 난 얘 하나야 (옆의 아들을 보여주며) 그때 황당한 건, 내 배를 쓱 보는 것이었다(야, 어딜 봐). 임신에 관한 질문은 물어봤는지 확실히 기억이 안 난다.(그때 난 쫌 머릿속이 하얘졌다). 아마, 임신의 가능성은 직접적으로 아니었지만, 간접적으로 확인으로 한 것 같다. 막상, 준비하는 데 힘들었던 재정 서류(졸업까지 학비와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는지 체크용)는 거들 떠 보지도 않았다. 몇 년 전 F2 이후, 두 번째 비자 인터뷰여서 그런 듯하다. 나의 인터뷰에서 중요한 것은 이거였다. 둘째를 낳고, 이 가족이 미국에서 어영부영 눌러살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에 대한 확인이 관건이었다. 


(워킹 비자는 경험이 없어 어떤 것이 기준인 줄을 모른다. 나의 경험과 많이 다를 것이다.) 비자 인터뷰에서 각자의 입장은 다르지만, 미국에다가 자신의 돈을 쓰고 나중에 자신의 나라로 귀국하는 외국인은 웰컴이오나, 미국에서 이런저런(ex:출산 등)의 이유로 장기간 눌러살 수 있는 사람들은 싫어하는 게 확실하다. 요점만 간파하고 있으면 학생 비자 인터뷰는 쉽게 패스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전에 신랑의 비자는 찬란했다. 전공이 원자력인데, 전공을 이유로 위험하네 어쩌네 하면서 비자 승인을 질질 끌어서 정말 크레이지 한 달을 보냈었다. 다들 입장이 다르니, 자신의 상황을 대사관에서 비자를 턱 하니 줄 수 있게, 유도질문이나 예상 밖의 질문에 당황하지 말자.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재빨리 머리를 굴려, 그들이 웰컴 할 답을 하는 거다.


조금은 황당? 했던 나의 학생비자 인터뷰가 끝나고 비자가 빨리 나오기만을 간절히 빌었다. 혹시나 늦게 나오면 어쩌나, 학기 중에 나오면 어떡하지 등 걱정이 꼬리꼬리였다. 보통 7일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난 3일 만에 나왔다. 인편으로 집으로 배송을 해준다. 아, 땡큐다.


이제, 비행기표 어서 예약하고, 가자! 근데 난 또, 걱정이다. 나 4살짜리 아들이나 단둘이 미국에서 어떻게 지내지? 제대로 내가 수업은 들을 수 있을까? 머~ 이런 

유학 준비는 토플, 지원서, 면접 그리고 비자까지 걱정을 이기는 고된 작업인 것 같다. 만약의 뜻하지 않는 상황들과 늘 상주하는 걱정을 없앰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감을 노력했다. 그런 나 답지 않는 나를 보면서 나는 깨달았다. 아~ 내가 이렇게 간절했구나. 간절한 꿈이 있다는 건 참 좋은 거네.



저의 미국 대학 지원 과정을 영어 시험부터 비자까지 담아 보았습니다. 한 없이 게으르고 찬란할 정도로 소심하고 영어 모지리였던 저도 해낸 도전이었습니다. 에세이 형식으로 주절주절 부끄럽지만 솔직히 썼네요. 유학을 꿈꾸시는 많은 분들에게 큰 도움과 용기를 드렸으면 하는 마음이 글의 시초였습니다. 여러분의 꿈을 사랑하세요. 도전하는 오늘과 여러분의 지금의 두려움과 걱정은 결코 쓸데없는 것이 아닌, 참 의미 있는 것이기에, 스스로 당당해지십시오. 하하하 저도 노력 중입니다. 다음 브런치 북은 제 유학 생활 우당탕 글들로 유학 라이프 2를 이어보려고요.  제 글을 읽어 주시고 문을 두드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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