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에도 시어머니 면회를 다녀왔다.
시동생은 감기가 지독하다고 하고, 남편은 회사일로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결국 나랑 시누랑 가게 되었다. 매주 3시나 3시 30분에 예약을 하곤 하는데 그때마다 시누는 자기 편한 시간으로 가도 되냐고 묻는다. 이번 주는 2시 30분 괜찮냐고 해서 남편이 괜찮다고 했다. 나는 그들이 정한 그 시간에 맞춰 병원에 갔다.
늦지 않으려고 조바심을 내며 갔지만 조금 늦기는 했다. 하지만 급한 내 맘과 달리 병원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니까 시누가 없었다. 진단키트로 코로나 검사를 하고, 기다렸다. 시누는 거의 이렇게 늦는다. 왜 굳이 약속시간 30분을 당기고 번번이 몇십 분 늦게 오는 건지 모르겠다. 3시가 조금 못 되어서 병실로 들어갔다.
어머니는 식사 중이라고 했다. 뱃줄로 연결된 관이 뉴케어 액으로 색이 누렇다. 하지만 몸이 그걸 다 받아들이지는 못한다고 했다. 일부는 들어가지 못하고 빠져나와 흐르기도 한단다. 작은 물통에 억지로 물을 채우다 넘치는 꼴이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넣는 게 낫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기운이 떨어져서 병원에서 자꾸 영양제를 맞자고 한다는데, 간병사님 말로는 그게 어머니에게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뉘앙스였다. 누구도 말로 내뱉지 못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어머니가 연명하기를 바라지 않는 것이다. 이제야.
시누는 감기 걸린 딸 데리고 병원 갈 일이 있어 어서 가야 한다고 했다. 나도 시누를 따라서 병실을 나섰다. 남편이 얼마나 있었냐고 해서 한 시간 정도라고 했는데 다시 생각하니 30분 정도 있다가 나온 거 같다. 그 시간 동안 연신 나는 시어머니의 발을 주무르고, 손을 만지고, 머리를 쓸어 주었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 생각하니 시누가 간달 때 보내고 혼자 남아 30분이라도 더 있다 올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어머니와 단둘이 보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을지 모르는데 말이다.
미라처럼 누워 이제 우리를 알아보지도 못하는 거 같은 어머니와 무슨 말을 할지 모르겠지만 그냥 내 하고픈 말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했다. 뭐 그리 할 말이 많을까마는 다른 이들이 들으면 불편하거나 쑥스러운 내 이야기가 있다. 나는 좋은 며느리였는지,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고맙게 여기는지 등 하고픈 말이 있었다. 그리고 내가 힘들 때 내게도 위로가 필요했다는 말도 하고 싶었다.
날이 찌는 듯이 덥다.
이 더위 속에 마음은 겨울처럼 문득문득 떠난 아빠가 그립다.
그리운 맘은 차갑다. 차가워 서글프고, 차가워 외롭다.
그 맘을 어디에도 내놓지 못하고,
자려고 누웠다가 입 벌리고 얼굴 찡그려 울고 만다.
그러고 나면 다시 더위에 눈물보다 더한 땀이 흐르고,
선풍기를 찾아 돌아누워 맘을 진정시킨다.
미적지근한 선풍기 바람이 겨우 나를 위로한다.
천천히 땀이 식고, 더위가 가시며
그리운 맘도 스리슬쩍 가신다.
아빠 생각을 덜어내고 창밖에 켜진 이웃집 불빛을 보고,
멍한 눈이 되어 밤을 맞는다.
그렇게, 이제 자야 하지 않을까 해본다.
매일이 저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