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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보경 May 24. 2023

너 그런 거 왜 해?

사회복지 실습 후기

4월에 정말 바빴었다. 4월 1일에 음악회 끝내자마자 사회복지 현장실습을 나갔기 때문이다. 주 4회, 하루 9시간씩 노인 데이케어 센터에서 일했다. 주중에 이틀 학교 나가는 날까지 있으니 한 달 좀 넘게 엄청 빡센 주 6일 근무를 했던 셈이다. 그러고는 긴장이 풀어졌는지 실습 끝나고 지금 3주째 독감을 앓는 중.

2021년에 학점은행으로 사회복지사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을 때 주변에선 모두 "응? 니가 그런 걸 왜?"라는 반응이었지만 실은 미국에서 한국 들어올 결심할 때부터 생각했던 일이다.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많다. 한국 사람들은 유독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꺼려하고, 무조건 오래오래 100살까지 사세요~를 덕담으로 알지만 사실 오래 사는 것이 꼭 축복만은 아니다. 사는 동안 어떻게 살고, 갈 때 품위 있게 가느냐가 훨씬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와 굉장히 가깝게 지냈고, 원래 다른 노인분들에 대해서도 호감이 크다. 성향이 좀 늙은이라 그런지 또래들이 유행 따라다니며 현실적인 고민하는 것보다 어르신들 이야기 듣는 것이 훨씬 흥미롭다. 아빠 돌아가신 후 엄마의 노후를 내가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소망 + 나도 독거노인이 될 가능성이 큰데 좋은 노인 프로그램을 내가 미리 만들어두자는 생존 의식(?)도 있었다.

그리고 음악적으로는, 내가 뉴욕에 있을 때 concerts in motion이라는 비영리 단체를 몇 번 도와준 적이 있는데 그들은 콘서트장에 가지 못하는 노인이나 환자들을 위해 집으로 직접 찾아가 연주를 해주는 봉사활동을 했었다. 그때, 콧대 높은 줄리어드 아이들이 그런 경험을 통해 너무 겸손해지고 진심을 다해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활동이 교육적인 효과가 있구나' 깨달았다. 한국에도 이런 기회를 마련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무튼 무슨 일을 하더라도 사회복지사 자격증은 필요하다고 해서 코로나로 100% 비대면 수업인 틈을 타서 얼른 공부를 시작한거다.

수업은 1년여 만에 다 들었는데 그 사이에 나도 일이 이것저것 생겨 바빠지는 바람에 마지막 관문인 현장실습을 못하고 있다가 이번에 너무 감사하게도 내 편의를 봐주시는 센터장님을 만난 덕에 실습까지 마쳤다.

5주간 실습하면서 몸은 피곤했지만 정말 재미있었고 느낀 것이 많았다. 사람 사는 것, 늙어가는 것, 마지막 모습 등 막연히 궁금했던 것들을 직접 볼 수 있었다. 그야말로 인문학의 live version이다. 내가 실제로 이 자격증을 써먹지 않더라도 현장실습을 통해 경험한 것들은 내 인생과 음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 기록을 앞으로 써 보려고 한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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