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하고도 달랐던 두 회사 이야기

흔들리는 면접관들과 달랐던 대응 방식

by 지원


면접을 보러 다니다 보면 회사도 가끔 누굴 뽑아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런 채용 기준이 제대로 수립되지 않은 면접을 마주하게 되면 나 역시 어떤 대답을 하고 행동을 해야 할지 당혹스럽기도 하다. 이번에는 면접을 보고 난 뒤에 느낀 점이 달랐던 두 회사의 경험담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첫 번째 회사는 채용 공고만 봤을 때는 무난했다. 업무 범위도 일반적인 서비스 기획자 채용 공고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홈페이지를 보면 어떤 회사인지 알 수 있게끔 체계적으로 기업 소개가 되어있었다. 중소기업이지만 외부에 보이는 요소들을 많이 신경 쓴 느낌이라 구직자 입장에서 다가오는 이미지가 나쁘지 않았다.

면접관은 팀장과 이사, 두 명이었고 면접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시작되었다. 회사의 업무 환경에 대한 설명이 솔직한 편이었다. 여러 클라이언트를 동시에 담당하며 넓고 얕게 다양한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 구조였다. 일정이 자주 바뀌고, 한 사람이 도맡아야 할 업무 범위가 넓을 수도 있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환경이 괜찮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지원하기 전부터 기업 명을 검색하면서 어느 정도 예상한 부분이었고 예전에 다녔던 직장과 환경적으로 비슷한 면도 있어서 힘들긴 하겠지만 못할 것도 없어 보였다. 솔직하게 나의 경험을 예로 들어가면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거짓말로 꾸며낸 답이 아니었는데 이사 직급의 남성이 크게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어휴! 다들 말은 그렇게 해요.”


지긋지긋하다는 듯이 푸념에 가까운 말투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멈칫했다. ‘내가 너무 교과서적으로 말했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동시에 어떤 대답을 했어야 했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면접관이 기대하는 답변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진저리 치는 듯한 깊은 한숨이 나에게 잘못 튄 불똥처럼 따갑게 꽂혔다. 그 한마디로 면접장의 공기가 미묘하게 바뀌었다. 당황스러웠지만 나는 동시에 이 회사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대충 짐작하게 되었다. 아마도 구인 과정에서 비슷한 답변을 많이 들었을 것이고 실제로는 실망스러운 결말을 여러 차례 맞이했던 모양이었다. 누구를 뽑아야 할지, 어떤 사람이 이 업무 환경에 안정적으로 적응할지 확신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 여실히 보였다. 면접관 입장에서는 당연히 할 수 있는 고민이지만 일개 구직자의 눈으로 그 피로감을 보고 있자니 이 회사에 대해 좋았던 이미지가 갑자기 발밑으로 추락했다. '이 회사 어쩌면 괜찮을지도?'라는 긍정의 시각에서 '이 회사 괜찮은 걸까?'라는 의심으로 바뀐 것이다. '잘 보이고 싶다'라는 마음이 사라진 나는 긴장을 풀고 주어진 면접 시간을 묵묵히 형식적으로 채우고 나왔다.

이런 면접은 끝나고 나서도 고민이 많다. 이미 기존 직원들 사이에서 쌓인 불만 사례가 많다면 나라고 예외일까 싶어서. 탈락하고도 아무 감정이 들지 않았던 이유는 면접 자리에서 느껴진 이 회사의 정돈되지 않은 인상 때문일 것이다. 최종 합격을 했어도 나는 면접 자리에서 한숨 쉬던 이사의 얼굴을 떠올리며 '아, 이 회사 가야되나?'하고 마음 한구석에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채 큰 고민에 빠졌을 것 같다.




반면에 내부적으로 혼란스럽다는 인상은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비교적 나쁘지 않은 기억으로 남은 회사도 있다. 채용 사이트에 공개해 둔 이력서를 보고 한 회사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면접 제안을 수락했더니 전화 인터뷰를 먼저 하자는 답이 돌아왔다. 통화 시간은 10분~15분 남짓이었다. 이 회사도 마찬가지로 나의 경력에 대한 추가적인 질문 외에 현재 회사의 내부 상황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모종의 이유로 일정 기간 동안 본사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근무를 해야 하는 조건이 있던 것이다. 심지어 그 '일정 기간'은 프로젝트의 진행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었다. 통근 거리가 길어지는 상황이라 고민스럽긴 했는데 그래도 면접 자리까지는 가보고 판단하자는 마음에 그 정도는 수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아, 괜찮으세요?'라고 반문하는 담당자의 전화 목소리는 데자뷔처럼 어디선가 경험했던 걱정과 불신의 감정을 옅게 드러내고 있었다. 다음 날 대면 면접은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톤은 정중했고 죄송하다는 사과로 마무리되었다. 아마도 내부적으로 직무 적합성이라든가 조직에 잘 정착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나눈 뒤에 내린 결정일 것이다. 이런 전화 인터뷰는 처음이었는데 아쉬움과는 별개로 신선한 경험이긴 했다. 애매한 지원자 취급을 받으면서 일단 면접장에 불려 가 기운을 빼는 상황에 익숙하다 보니 면접관의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이 회사가 인간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인사 체계가 분명한 대기업이 아니고서야 채용이라는 과정이 늘 명확하게 정리된 상태에서 시작되지는 않는다. 회사도 사람을 뽑는 과정에서 고민하고, 흔들리고, 때로는 확신이 없는 상태로 면접을 진행할 것이다. 사실 두 회사 모두 채용 때문에 고민스럽고 곤란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다만 한 회사는 그 혼란의 책임을 면접자에게 돌리려 했고 다른 회사는 전화 인터뷰라는 방식으로 혼란을 줄이려고 했다. 이 차이는 나에게 꽤 크게 와닿았다. 면접이 회사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어떤 구직자에게는 회사 전체를 판단하게 만드는 단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만일 최종 합격자가 동시에 다른 회사를 합격한 상태라면 입사 여부를 판단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 비슷한 상황에서 다른 모습을 보였던 두 회사의 대응을 통해 좋은 채용이란 완벽한 확신을 기대하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한 의문들을 정중하게 깔끔하게 확인해 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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