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성 검사에 대한 의문

무엇을 검증하는 시험일까

by 지원


오래간만에 다시 구직을 하면서 놀랐던 점 중 하나는 신입 채용이 아닌데도 인적성 검사를 요구하는 회사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예전에도 취업이 쉽지는 않았지만 한동안 직장을 다니다가 다시 채용 시장에 들어온 나로서는 솔직히 그 추운 바깥세상을 잊은 지 오래였고 채용 시장 분위기에 대한 감이 없었다. 그래서 더 놀랍기도 했다.

내가 아는 인적성 검사는 원래 공기업이나 대기업의 전유물에 가까웠다. 소규모 기업의 경우 과거에는 보통 서류와 면접만으로 채용이 이루어졌고 누구나 그걸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회사 규모와 상관없이, 심지어 경력직 채용에서도 인적성 검사를 포함시키는 경우가 흔해진 듯하다. 두바이 쫀득 쿠키가 유행을 일으키면서 디저트 가게뿐 아니라 횟집이나 중국집에서도 만들어 팔 듯이 말이다. 구직자 신분으로 외람된 생각임을 잘 알고 있지만 글쓰기 플랫폼이라는 자유로운 공간의 힘을 빌어 발언하면 ‘이런 회사도 인적성을 본다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닌 것이다.


이 검사는 정확히 무엇을 보기 위한 걸까. 그리고 정말 그 목적을 달성하고 있을까. 혹시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걸까. 의문스럽다.

예전에 채용 사이트에서 대행하는 인적성 검사를 본 적이 있었다. 응시 정보를 확인하면서 눈에 걸렸던 게 이를 대비하기 위한 모의고사를 별도로 판매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나는 시험을 잘 보고 싶은 마음에 결제해서 풀어보긴 했는데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하고 첫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이라면 이런 과정도 참 부담스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계발, 이력서 사진, 면접용 의상 준비 등 각종 부대 비용만으로도 벅찰 텐데 직무와의 연관성을 알 수 없는 유료 모의고사까지 신경 써야 한다니.

막상 시험을 치러보니 문제 유형은 낯설지 않았다. 아이큐 테스트 같기도 했고 각종 기업 적성 검사에서 본 듯한 문제들과 비슷했다. 문제를 풀면서 계속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걸로 정말 회사에 어울리는 사람을 가려낼 수 있을까?’


시험 환경에 대한 의문도 있었다. 집에서 온라인으로 응시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옆에 챗 GPT 같은 AI 채팅창 하나쯤 띄워놓고 즉시 모르는 질문을 던질 수도 있었다. 실제로 그렇게 하는 사람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시스템적으로 완벽히 통제된 시험은 아니었다. 여하튼 시험을 다 치고 나니 결과와는 별개로 인적성 검사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은 더욱 짙어졌다.



대행이 아닌 기업 자체 인적성 검사를 본 적도 있다. 차이가 있다면 부정행위에 대한 대응은 제법 신경 쓰는 편이었다. 핸드폰을 응시자가 직접 적당한 위치에 거치해서 시험 내내 내 모습을 촬영해야 했다. 나라는 사람뿐만 아니라 위치 정보와, 주변 공간 등을 그대로 공유할 수밖에 없어서 촬영을 종료하기 전까지 심적인 부담이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개인정보 노출에 민감하거나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인프라 제약을 가진 구직자라면 이 역시 쉽지 않은 일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시험 문제의 변별력에 대한 의문은 동일했다. 회사는 다르지만 비슷한 문제들의 변주였고 이 시험을 통해 회사가 정말로 보고 싶은 역량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걸 제대로 걸러내고 있는지 알 길은 없었다. 내가 문제를 설계하는 전문가들만큼의 통찰이나 전문 지식이 없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로 인적성 시험의 효용성을 입증하는 유의미한 데이터가 존재한다면 구직자도 알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는 데 강한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도록.


인적성 검사를 몇 차례 경험하면서 느낀 건 합격 여부와 무관하게 이 과정이 늘 설명 없이 주어진다는 사실이었다. 왜 필요한지, 어디까지 참고 자료로 활용되는지, 면접 결과와는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안내는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검증이라기보다는 관성처럼 이어지는 절차에 가깝게 느껴진다.

지금도 인적성 검사가 무엇을 증명하는지 잘 모르겠다. 참고로 내가 문제를 못 풀어서 하는 말은 아니다. 속으로만 불만을 가졌을 뿐 인적성 검사를 봐야 할 일이 있으면 항상 성실하게 준비했고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시험이 가진 변별력에 대해서는 나만의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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