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때는 누군가의 면접관이었다 (번외 편)

사람을 뽑는 일 또한 쉽지는 않다

by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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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글을 쓰면서 면접을 보러 다니는 구직자의 고충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했지만, 사실 나도 누군가의 면접관이었던 적이 있었다. 이번 회차에서는 그때의 이야기를 꺼내보려 한다.


50명도 안 되던 작은 회사에 다니던 시절, 30대 초반의 대리였던 나는 팀장님과 함께 신입 직원을 뽑기 위해 면접에 들어갔었다. 당시 채용 절차는 간단했다. 서류 전형을 거쳐 한 번의 면접으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겪어보니 사람 뽑는 일이 생각보다 정말 어려웠다. 서류에서 이미 한 번 필터링을 거친 뒤에 남아있는 지원자들은 다 비슷해 보였다. 학력도, 자격증도, 사회 경험도 큰 차이가 없었다. 짧은 면접 시간 안에 이 사람이 우리 팀에 잘 맞을지 업무를 잘 해낼지 판단하는 건 생각보다 훨씬 막막한 일이었다. 그래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들었다. 팀장님과 이런저런 의논 끝에 한 명을 뽑았다.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사회 초년생이었는데 전공이 업무와 어느 정도 연관이 있었고 면접에서 보이던 태도가 예의 바르고 괜찮았다.

그런데 의 판단은 완전히 실패였다. 합격 연락을 받고 출근하기 시작한 그 신입 사원은 핸드폰을 굉장히 자주 했다. 복사를 시키면 용지가 나오는 동안에도 핸드폰을 보면서 어딘가로 계속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무 루틴이 손에 익지 않은 상태에서 정신이 다른 곳에 가있으니 당연히 제대로 복사를 해올 리가 없었다. 신입 사원은 잘못된 설정으로 복사한 용지를 잔뜩 들고 왔고 결국 용지들은 모두 이면지함에 버려졌다. '이렇게 복사하면 안된다'는 말에 신입 사원은 딱 한 마디를 내뱉었다.


"헐..."


나와 팀장님은 사람을 잘못봐도 단단히 잘못보았다. 2주일쯤 지났을 때 그 신입이 한 달 정도 휴직을 하고 싶다고 했다. 갑자기 손목이 너무 아파서 치료를 받고 싶다는 이유였다. 나와 팀장님은 어이가 없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속으로 생각했다.


'아, 다른 곳에 더 면접을 보러 다니고 싶은가 보다.'


당연히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였고 우리는 입사원에게 자발적 퇴사를 유도해서 잘 마무리했다. 알아서 제 발로 나갈 빌미를 제공해 주었으니 다행이었지만 그 과정이 유쾌하지는 않았다. 실 화도 나고 짜증이 났다. 대표님의 눈치를 보며 컨펌받고 진행한 채용이 이렇게 말도 안 되게 끝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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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얼마 뒤에 다시 면접을 진행했다. 이번에도 역시나 최종 합격자를 가려내기는 어려웠다. 그때 한 지원자가 눈에 띄었다. 3년 정도 공무원 준비를 하다가 뒤늦게 취업 전선에 뛰어든 사람이었다. 그 당시 내가 다니던 회사는 연봉이나 복지를 따졌을 때 솔직히 말하면 썩 대단치 않은 곳이었다. 래서였을까 회사를 너무 만만하게 보았던 전 신입 사원의 히스토리가 계속 신경쓰였고 결론적으로 이 자리를 너무 우습게 보지 않고 일할만한 사람을 뽑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기준이라면 이 지원자가 괜찮을지도 모르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면접 때 보였던 태도도 나쁘지 않아서 팀장님도 동의했다.


다행히 이번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그 직원은 이후에 업무에 잘 적응해서 승진도 하고 정적으로 근무했다. 일 배우는 속도는 느린 편이었지만 성격 무던해서 소통하기가 수월하다는 장점을 가지고있었다. 누군가에게 혼나도 마음에 담아두지않고 금방 잊는 성격 덕분에 팀 분위기를 흐리지 않았다. 지금은 소식이 끊겨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지만 내 기억에는 음 만났을 때보다 업무적으로 많이 성장한 원으로 아있다.


두 번의 채용을 겪으면서 깨달은 건 면접관도 신이 아니어서 잠깐의 면접으로는 그 사람을 다 알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서류에 적힌 경력과 스펙, 30분~1시간 남짓한 대화만으로 그 사람의 소프트 스킬이나 직무 적합성을 온전히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모든 채용에는 운과 오해가 섞여 있을 수밖에 없다. 면접관도, 지원자도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선택하고 선택받는 것이다.


그 당시 팀장님 역시 이런 생각을 가진 이셨는지 회사에 면접을 보러 온 지원자를 나름대로 배려하려 신경 쓰는 이었. 업무가 몰아치는 와중에도 면접 시간에 늦는 일이 없었고 질문도 고압적인 태도없이 회사 입장에서 참고해야 할 인적 사항이나 직무 위주로 깔끔하게 물어보았다. 그리고 그걸 옆에서 지켜본 나 또한 비슷하게 행동하려 노력했다. 지금 내가 구직자가 되어 면접장을 돌아다니다 보니 생각보다 이런 상식적인 존중을 지키지않는 회사도 많다는 사실을 알게되어서 씁쓸하지만 다들 아가기 바쁘고 친절할 여유가 없어서 그럴 거라고 스스로 위로하고 있다.


그래도 양쪽의 입장을 모두 경험해 본 사람으로서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채용이란 과정에는 늘 운과 오해가 섞여 있고 그래서 서로를 함부로 단정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완벽한 면접관도 없고, 완벽한 구직자도 없다. 그러니 최소한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기본적인 존중은 지켜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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