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일의 취향 01화

배배 꼬인 작가여도 괜찮습니까?

두 번째 자기계발 문학서를 시작하며

by M과장

몇 년째 연락이 없던 선배에게 연락이 왔다. 5~6년 만이었다. 밥을 꼭 사겠다는 그와 당장 만날 이유는 없었지만, 몇 개월 한 팀에서 알고 지낸 사이라 그의 회사 근처에서 밥 한끼를 먹기로 했다.


안 본 사이 그는 결혼했고, 나도 새로운 일터에서 선배가 모르는 분야의 일을 하고 있었다. 회사도 얼마나 다닐지 모르고.. 나중을 생각해서.. 마흔을 넘긴 그는 훗날 커리어를 위해 자비출판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만나자고 했구나..


얼마전, 전 회사 사람들 중 몇몇은 내가 얼마 전 퇴사했다는 소식과 '곧 책을 낸다는 소식'을 동시에 듣게 되었다. 기억속에 잊혀진 다소 먼 선배가 지금 내 앞에 앉아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어딘가 그는 내가 기억하는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자신감과 유머감각이 넘치고 항상 분위기를 주도하는 사람이었는데.. 내 앞에 앉은 남자에게선 그런 류의 아우라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랜만이기도 하고, 만난 김에 선배가 궁금해하는 출판에 대한 많은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내 작은런치에 찾아온 편집자님의 컨텍 메일을 받는 첫 순간부터, 출판의 수익, 과정, 작은 부분까지.


굳이 돈을 들여 출판할 필요가 있을까.. 한 번 생각해봐요.


그의 궁금증 해결로 채워진 두 시간 가량의 식사. 두 번 더 볼 정도의 사이는 아니라, 더 쏟아내듯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이런 건설적인 얘기하니까 좋다,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얼굴 봐요. 인사 치레겠지. 그렇게 선배와의 만남을 뒤로하고 늦은 퇴근길에 올랐다.

생일 다음 날, 선배에게 연락이 왔다. 생일이었냐며. 밥을 사겠다고. 카톡 메인에 공공연히 일주일가량 노출되는 생일을, 전 날도 아니고, 당일도 아니고, 지나서?


문득, 정말 내키지 않았다.

... 만나기 싫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이유는 많다. 보고싶어서, 옛 추억 나누기, 일상 푸념, 즐거움, 사랑, 우정. 생산적이지 않은 나의 무수한 만남들 중 이 선배와 만남의 이유는 찾을 수가 없었다.

왜 자꾸 만나자고 해요? 갑자기

갑자기라니, 작가님 만나뵙고 배우려고 그러죠

내가 왜 퇴사한지 알아요?

왜? 그럼 담에 만나서 얘기 좀 해줘요.

죽음 어떨까 잠깐 생각도 했었어요. 그때


선배가 행간을 읽었을까? 우리가 만난 건 거의 7년 전. 나는 나름 초년차 사원 때 만난 선배는 커 보였다. 먼저 본사로 가게 되어 그가 잘 되기를 응원하며 사무용품도 사서 선물했었다. 몇년 뒤, 나도 그와 같은 층으로 가게 되었고, 오가다 충분히 아는 체를 할 수 있는 정도로 가까운 거리로 2년여를 지냈다.


하지만 그 때 선배는 내게 궁금한 것이 없었다. 눈 인사도 생략하고 스쳐지나간 많은 시간들. 생일 축하는 커녕, 커피 한잔은 했나 싶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몇 년이 지나자, 우리는 각자 무슨 일을 하는지, 서로에게 연인이 있는지, 결혼을 했는지, 퇴사를 했는지 조차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데면데면한 사이가 되었다.

아무 관심과 교류가 없다가 갑자기..

그 때 힘이 되고 위로해 준 사람들을 챙기기도 솔직히 버겁네요.


선배는 그제서야 귀찮게 해 미안하다며 마지막 말을 적었다. 그 다음 적은 나의 답은 읽지 않았다.

였다.


선배, 나도 밥 먹을 돈은 충분히 벌어. 밥을 산다는 게 항상 호의를 의미하진 않아.

상대방에 대한 감정이나 정보의 상호작용이 있을 때 우린 시간이라는 걸 쓰지.

라고 말하진 못했다.


한 편으론 수년째 교류가 없던 후배에게 물어볼 수 밖에 없었던 선배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수년만의 연락이 다소 뜬금없어도 나의 시간을 할애한 이유였다.


쳇, 하는 마음미안한 마음이 같이 들었다. 동시에 '그래도 내키지않는 것'은 별개의 감정이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내가 이렇게 복잡계였단 말인가?

첫 책이라고 언니가 요리조리 찍어준 사진들

책에 이런 문구를 적었다. 당신을 인맥으로도 보지 않는 사람의 연락은 철저히 무시해라. 커피 한 잔도 하지 않은 사이에서 받은 청첩장엔 답할 필요도 없다. 썸 단계 1개월이상인데 관계에 진전이 없으면, 가차없이 끊으라고 했다. 어장이다. 진짜 마음이 있다면 평상시 관리가 중요하다.


많은 이가 관심 갖지는 않지만 소중한 책을 훑어보며, 넌 정말 니가 쓴 대로 사는 구나 싶었다. 책 속의 확신에 찬 문장들을 다시 읽으니 낯설고 꼬인 나의 다른 자아가 쓴 부분들이 보인다. 나의 첫 번째 책을 자축하며 새로운 글을 시작하는 서문도 이렇게 길게, 일부 꼬인 나의 인성과 배배 꼬인 문단으로 대체될 줄은 몰랐다.


선배는 여전히 답이 없다.


그 날의 일은 선배의 잘못도 나의 잘못도 아니다. 직장에선 흔히 겪는 관계의 틀어짐. 우린 서로를 모른다. 아니, 별로 알고 싶지도 않다는 게 더 적합한 표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린 하루에 10시간 이상을 꼬박 함께한다. 이곳에 잠재된 갈등과 재미와 고통이 공존하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나의 1탄 '요즘 직장 생존법' 사회초년생부터 10년차까지 연차별로 구성되어 있다. 책을 내고나니 0~3년차 단락이 다소 지금의 나와 갭이 있어 아쉬움이 남았다.


'일의 취향'은 2탄이다. 80년대 한 마리 생쥐로서 느끼는 지금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렇게 배배꼬인 작가여도 괜찮다면,

이제 시작합니다.


ps. 선배에게. 예전 그때 자신감과 여유 넘치던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글이든 책이든 그 밖에 무슨 일이든 더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었어. 옹졸해서 미안합니다. 당신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인간관계 & N잡 꿀팁]

- 안 친한 상대에게서 필요한 정보를 얻고자 할 때는 단계가 필요하다. 정 급하다면, 내가 줄 수 있는 걸 먼저 제시해야한다. 냉정하지만 절친이 아닌 지인 관계는 기브 앤 테이크를 기초로 한다. 상대의 정보만을 바라는 뜬금없는 연락은 10년만에 카톡으로 받은 동창의 청첩장과 같다.


- 내가 무언가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면, 이직한 회사도 퇴사를 했다면, 책을 내지 않았다면 이 선배가 갑자기 만나자고 했을까? 이제와서 필요해진걸까? 괘씸한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인간의 위치와 처지는 변한다. 직장에서 어장관리도 필요한 이유이다. 평소에 잘하자.


- 작가를 꿈꾸는 직장인이 있다면, 공개된 공간에 먼저 써보자. 출판사에서 심혈을 기울여 감수해준 책도 안 사는 시대이다. 하물며 아마추어의 시선으로 엮은 책이 잘 될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 재고로 더 많이 남을 결과물을 나의 피 같은 돈을 들여서 발행부터 한다? 다시 생각하자.


- '좋아요'에는 돈이 들지 않잖아요. 그런데 그것조차 받지 못한 컨텐츠나 상품을 돈을 받고 판다는 게 얼마나 어렵겠습니까? 나홀로 경제 멘토라 삼는 100만 유튜버 신사임당, 주언규님의 명언이다. 내 글을 돈을 받고 팔 생각이 있다면, 브런치든 블로그든 페이스북이든 무료 플랫폼에서 '좋아요' 몇 개라도 받는 글인지 부터가 먼저이다. 시작은 미약할 지라도..


by. M과장


ps. 요즘직장생존법이 세상이 나오자마자, 기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해서 작성한 브런치 북입니다. 보다 과장의 시선에서 못 다한 이야기를 모아보았습니다.

작은 인연으로 알게 된 유튜버 신사임당 주언규님이 써주신 추천사, 감사합니다.


구독, 공감, 댓글은 사랑입니다.

심지어 무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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