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일의 취향 02화

일의 취향

이상한 사람과 일하는 당신에게

by M과장

화장실 나올 때 물 잘 내리시나요? 아마 잘 하실거에요.

그럼 부서나 회사를 나올 땐요?


직무 특성상 수십개의 협력사와 함께 일한다. 같은 자리에서 일하면 그 중 여러 명의 사람이 교체된다. 상대적으로 작은 채널이면 많은 이들이 더 쉽게 바뀌고, 회사는 신입부터 배치한다. 100명을 나의 경험치로 둔다면, 불행히도 90명 가량은 아무런 인수인계없이 떠나버린다.


남겨진 새 담당자는 새하얀 머리와 볼펜만 가지고 초보적인 질문을 끝도 없이 한다. 여기가 신입사원 양성소인지 상담실인지 구분할 수 없다.


회사를 떠나는 사람은 그렇다쳐도 같은 회사 옆 부서로 가면서도 그 채널에 어떤 프로세스가 있는지 파일조차 넘겨주지 않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다. 새 담당자도 당황스럽겠지만 함께 일하는 상대방은 더 당황스럽다. 그리고 그런 협력사가 10개이상이라면.


제발 부탁한다.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고 나가자.

한번은 업계에서 엄청나게 유명한 또라이 대표가 있던 회사가 있었다. 상당히 큰 채널의 담당자였던 나에게도 서스름없이 막말을 했던 그 대표! 역시 포스가 남달랐다.


담당자들은 첫 인사만 남기고 사라졌다. 분명 명함을 교환하고 잘 부탁드린다고 했는데, 얼마뒤 전화하면 다들 퇴사했단다.


그렇게 1년 동안 그 협력사는 담당자를 5번이나 변경했다. 제발 바꾸지 말아달라고 부탁도 했다. 그나마 그 회사에서 꽤 오래 다닌 담당자가 담당했지만 그도 결국 퇴사했다.


나중에 그 회사의 잦은 퇴사의 이유를 물어보니, 대표의 막말과 폭언, 고압적인 분위기 등 이유는 다양했다. 이유를 말하다가 말아버리는 직원도 있었다.


퇴사의 원흉인 대표는 유명 행사에 우수 중소기업 대표로서 심사위원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그 회사 공고는 계속 올라온다. 누군가는 이 회사에 꼭 가고싶습니다! 포부를 밝히며 면접장에 들어서고 있을 것이다. 정말 소름 끼치는 일이다.

그래, 위의 사례처럼 징글징글한 회사를 떠나는 사례라면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날 수도 있겠다. 나도 이직을 했던 경험자로서, 전 직장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이직했지만 내 업무를 받게 될 사람은 눈에 밟혀 그냥 갈 수가 없었다. 반나절 정도만 투자해도 후임자의 업무가 상당히 수월하기에, 최대한 많은 걸 정리하고 알려줬었다.


회사는 싫어도 사람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작은 통계로는 80%이상 사람은 남의 상황 따위는 전혀 고려치 않는게 현실이다. 니가 알아서 잘 해봐.


사람은 변한다고 생각하세요?

아뇨.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얼마전 참석한 독서모임에서 리더인 VC님께서 내게 물었고 난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옷 가게에서 내가 입고 있는 옷과 똑같은 걸 또 사고,

연인도 내가 만났던 사람과 비슷한 사람 호감을 느낀다. 당신의 취이다.


취향도 사람도 쉽게 변하지 않는다.

일에도 취향이 있다. 열심인 자와 대충인 자.


안타깝게도 내 취향은 열심 쪽에 조금 더 가까운 것 같다. 얼핏 좋아보이지만 이 회사가 내 회사가 아닌 이상 그다지 좋을 건 없다. 열심히 한다고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돈이 더 나오는 것도 고과를 잘 받는 게 보장도 아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과 이 조직이 발전될만한 포인트를 건의하고 변화를 도모한다.


이 타입들은 뭘 시켜도 열심이고, 생각보다 이런 사람이 많다. 왜? 라고 묻는다면, 글쎄요.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겠죠. 실제 업무를 배우는 면에서는 스스로에게 약간의 도움이 되기도 한다. 회사는 이런 사람들을 골라 뽑기만 하면 된다. 이건 그냥 성격이니까.

똑똑한 것 같지만 미련 곰탱이들이다.


반면 누군가는 모든 일을 대충한다. 대충하는 것이 과히 개인의 삶에 나쁜 건 아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회사에 오고 적당히 주식도 보고 콧노래도 흥얼거린다. 업무를 안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그가 대충하는 부류라는 것은 옆 사람은 알고 있다.


나와 엮이지 않는다면 딱히 피해를 주지도 않는 그저 옆 자리 동료일 뿐이다. 아무도 그에게 업무 질문은 하지 않는다. 오늘의 주가와 점심메뉴에 대해 토론할 뿐. 남들이 욕하는 것도 알고 있다. 그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니가 내 월급주냐?


멍청한 척 하는 여우들.

이것도 성격에 안 맞으면 쉽게 못한다.

직장생활에서 스트레스의 포인트는 서로 다른 이 둘의 만남에서 부터 시작된다.


내가 열심 스타일인데 우리의 프로젝트를 함께할 담당자가 대충 스타일에 업무이해도와 관심까지 떨어진다면 곤란하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런 경우는 너무나 많다.


스트레스는? 열심인 자가 받는다. 대충인 자는 그 열심 스타일이 약간 또라이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이게 니 회사니? 그러고보면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그도 당신을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심지어 자기 회사인데도 대충하는 사람도 있다. 대충하는 것 역시 사람 성격인 걸 보면 우린 그저 나의 모습 그대로 살아갈 뿐이다. 우리들의 엄마도 당신과 날 포기하지 않았나.


만약 직장생활이 너무 괴롭고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면, 나의 일의 취향이 어떤 스타일인지 먼저 점검해보고. 나랑 너무 다른 사람이 나와 같은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지 살펴보라. 게다가 내가 예민보스라면? 지금 상당히 힘들 것이다. 이해한다. 토닥토닥.

밤 22시. 업무PC에 접속했다. 나와 다른 그 대표님, 팀장님에게 장문의 메일을 썼다. 답답해서 정 모르겠으면 점포라도 한번 가보시라고 했는데 갔는지 모르겠다. 거리에 널려있는 게 점포인데 어렵나 싶다. A를 말해서 업무 다 해놨는데 느닷없이 B라고 말하는 건 왜 그런걸까?


나는 왜 이 시간에 단 한푼도 더 주지 않는 회사에 더 큰 이익을 주기 위해, 나의 평판을 깎아먹는 메일을 쓰고 앉아있나? 가만히 있으면 그 업무를 포기하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데. 그치?나도 알아. 행복하고싶지.


고급진 문장이 아깝다. 다만 돈의 힘으로 변한 척이라도 할 것 같아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SEND 버튼을 눌렀다.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시키려 하지 마라.

똑바로 하라고 말하고 싶으면 말해라. 속이라도 후련하게.

다만 나의 말과 글 한마디에 변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도 함께 알아두자.


해결의 실마리, 작은 접점이라도 찾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정도면 되겠다. 안되도 어쩔 수 없다.


그와 당신은 다른 취향을 가진 다른 종족이니까.


굳이 열심히 안해도 되는 거 아는데, 열심히 하고 있는 '예민보스 열심이'들을 응원한다.

결국 승자는 당신이 될거다.

적어도 이 말은 믿어도 좋다.



[직장생활 꿀팁]
- 인수인계는 확실히, 상대를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

- 영원한 무임승차는 없다. 결국 내릴 때 댓가를 지불해야한다.


by. 요즘직장생존법, M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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